[헤럴드POP=성선해 기자] "개인적인 디테일을 영화에 쓰긴 하지만, 자전적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감독 홍상수/제작 영화제작전원사)가 개봉 전부터 '불륜의 다큐화'이란 꼬리표를 달았다.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 영화다. 여배우 영희(김민희)가 유부남 영화감독 상원(문성근)과 불륜 스캔들 이후 모든 걸 포기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심정적 거부감은 있으나 불륜은 영화에서 그리 드문 소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유독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극 중 영희와 상원의 이야기가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자전적 에피소드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할만한 대사들도 등장한다. 과거 잘생긴 남자들도 만나봤다는 영희, 그는 "다 얼굴값 한다"라며 전 남자친구들에 대해 회상한다. 이어 자신이 사랑하는 유부남 감독은 머리가 이제 벗겨지기 시작했지만, "이젠 외모를 보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김민희의 전 공개 연인들과 홍상수 감독이 연상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희의 선배 천우(권해효)의 대사 역시 의미심장하다. 그는 영희와 상원의 관계를 두고 입방아를 찧는 사람들을 "할 일이 없다"라고 비난한다. 자신들의 사랑을 향한 세간의 관심에 대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반응이라 읽힐만한 지점이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은 거듭 "자전적 내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3일 오후 열린 '밤의 해변에서 혼자'시사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다른 영화와 비교할 때 자전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 배열을 자유롭게 했다"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앞서 홍상수 감독은 베를린 영화제에서도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홍상수 감독은 "정상적으로 영화를 만들었으니 기자들에게 선보이는 게 맞다고 봤다"라며 오랜 침묵을 깨고 공식석상에 선 이유도 밝혔다. "(김민희와)진솔하게 사랑하는 사이"라 밝힌 그는 자신들의 사랑이 존중받길 바라는 마음도 드러냈다.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김민희와의 관계 역시 사적인 영역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영화는 영화로 받아들여달라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하지만 이들의 바람이 실현되긴 어려워 보인다. 홍상수 감독이 개인적인 디테일을 영화에 차용했고, 두 사람이 실제로 관계를 인정한 이상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향한 선입견은 쉽게 사라질 리 만무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 '밤과 낮'(2008) '하하하'(2010)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등을 연출한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다. 주연배우 김민희는 이 영화로 제67회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은곰상)을 수상했다. 오는 23일 개봉.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