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블랙리스트 파문 속에서도 한국 영화는 꽃을 피울 준비를 마쳤다. 다채로운 한국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 이에 주목 해야 할 작품들을 미리 살펴봤다.
지난 10일 박근혜 탄핵에 앞서 국정농단 사태 핵심인 비선실세 최순실,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화 예술계 전반에 걸쳐 인사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각종 불이익과 외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 이 가운데서도 의미 있는 작품들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블랙리스트 따윈 잊고 새 출발을 준비 중인 충무로다.
● '보통사람' 1987년, 안기부와 보통 사람의 이야기
3월23일 개봉 예정인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제작 트리니티 엔터테인먼트)은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장혁이 연기한 안기부 실장 규남은 서울대 법학과 재학 중 최연소 사법고시 합격이란 타이틀을 거머쥔 엘리트 검사 출신이다. 국가를 위한다는 미명 하에 연예인 마약수사부터 살인사건 조작까지 마다하지 않는 냉혈한으로 연쇄살인 용의자를 잡게 된 형사 성진에게 접근, 아들의 아픈 다리를 치료해주겠다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게 된다. 뼛속까지 냉혈한인 안기부 실장 규남을 통해 1987년, 근현대사의 아픔 속 역사의 소용돌이에 내던져진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 '일급기밀' 군사기밀에 얽힌 군 비리사건 지난해 12월 크랭크업해 올해 상반기 개봉을 준비 중인 영화 '일급기밀'(감독 홍기선/제작 미인픽쳐스)은 1급 군사기밀에 얽힌 군 내부 비리 사건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12월15일 세상을 떠난 고(故) 홍기선 감독의 유작이다. 김상경이 국방부 항공부품구매과로 발령 나면서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중령 출신의 군인 대익 역, 김옥빈이 사건을 추적하는 방송국 보도국 기자 정숙 역을 맡았다.
홍기선 감독은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오! 꿈의 나라'(1989) 제작과 각본을 맡았으며, 인신매매 불법 어선을 소재로 한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1992)로 연출 데뷔했다. 2009년엔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1980년대 사회운동을 실천하기 위해 결성한 영화단체 장산곶매와 서울영상집단 등에서 활동한 대표적 영화 운동 1세대로 사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온 홍기선 감독의 유작 '일급기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 '택시운전사' 푸른 눈의 목격자가 본 1980년 5월18일 광주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제작 더 램프)는 올해 여름 개봉을 일찌감치 확정 지었다.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 전에 광주를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그린 '택시운전사'. '변호인'으로 두 번째 천만 영화를 탄생 시키며 관객에게 큰 울림을 선사한 송강호가 주연을 맡아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열 한 살짜리 딸을 혼자 키우며 사는 평범한 택시운전사 만섭은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외국인 손님 피터가 누구인지, 왜 광주에 가고자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고액의 택시비를 받아 밀린 월세를 갚을 꿈과 희망에 부풀어 광주로 향하고, 그 안에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꽃잎' '화려한 휴가' '26년' 등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다른 작품들과 달리 '택시운전사'는 평범한 가장이자 외부인인 만섭과 독일기자 피터의 눈으로 본 당시 광주의 상황을 그려낼 예정이다.
● '1987'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6월항쟁까지 장준환 감독의 복귀작이자 김윤석, 하정우의 재회, 강동원, 김태리의 합류로 기대 받고 있는 영화 '1987'(감독 장준환)도 주목할 만하다. 1987년을 배경으로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려는 공안 당국과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6월 항쟁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의 분수령이 된 슬프고 뜨거웠던 1987년 그 해의 모습을 담아낼 예정.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전두환 정권 말기 1987년 1월14일, 경찰이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학생 박종철을 불법 체포해 고문하다가 사망케 한 사건이다. 공안당국의 조직적 은폐 시도가 있었으나 진상이 폭로돼 1987년 6월 항쟁의 계기가 됐다. 당시 경찰은 박종철에게 폭행과 전기고문, 물고문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했으나, 단순 쇼크사로 위장 발표해 논란이 됐다. 이후 부검의의 증언과 언론 보도로 의혹이 제기되자 사건 발생 5일 만에 물고문 사실을 시인했다. 이에 전두환 정권은 정당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이한열 열사가 시위 중 경찰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도화선이 돼 같은 해 6월10일부터 29일까지 전국적으로 반독재 민주화운동이 벌어졌다. '1987'에선 강동원이 이한열 열사 역을 연기한다.
● '강철비' 블랙리스트 감독+배우가 그려낼 남북전쟁 위기
한반도 남북전쟁 위기를 긴박하게 그려낼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제작 모팩앤알프레드)도 촬영에 한창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변호인' 양우석 감독의 차기작으로 함께 블랙리스트 명단으로 거론됐던 정우성이 주연을 맡았다. 양우성 감독의 웹툰 '스틸 레인'을 모티프로 현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이 공존하는 남한의 정권교체기, 쿠데타로 인해 치명상을 입은 북한 최고 권력자 1호가 북한 요원 엄철우와 함께 남한으로 숨어 들어오면서 한반도 역사상 최대 위기를 맞게 되는 남북한 비밀 첩보 작전을 그린다.
'강철비'는 남북전쟁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룬 것은 물론이고 블랙리스트 감독과 배우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주목 받았다. 북한에서 내려온 정찰총국요원 엄철우 역을 맡은 정우성은 "'강철비'는 대한민국이 나아가 거시적으로 봐야하는 미래 상황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곽도원이 대한민국 청와대 외교 안보 수석 대행 사무관 곽철우 역을 맡아 정우성과 호흡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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