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시작은 '똥아나운서'였다. 그리고 지금은 역대급 악역으로 안방극장을 분노로 물들이고 있는 엄기준이다.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극본 최수진 최창환/연출 조영광 정동윤)이 종영을 단 2회 남겨두고 있다. 지난 13일과 14일 방송된 15, 16회가 각각 시청률 25.6%, 25.4%를 기록하며 2회 연속 25%를 돌파한 '피고인'이다.

고구마 전개라는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이에 오는 21일 18회로 종영할 '피고인'의 결말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 이 같은 '피고인'의 미친 흥행세를 이끌고 있는 주역은 대상배우 지성 그리고 지성 못잖은 미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 엄기준이다.

'피고인'은 딸과 아내를 죽인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검사 박정우(지성 분)가 잃어버린 4개월의 시간을 기억해내기 위해 벌이는 투쟁 일지이자 악인 차민호(엄기준 분)를 상대로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갓지성' '믿고 보는 배우'라 불리는 지성과 함께 팽팽하게 맞서며 극 중심을 잡은 엄기준. 그가 맡은 차민호는 형 차선호의 그늘에 가려 열등감 속에 살아왔던 인물. 사랑하는 연인도 형에게 양보해야 했던 차민호는 재벌가 차명그룹의 둘째 아들이자 사고뭉치다. 그러던 중 차민호는 클럽에서 만난 여성이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듣자 폭주하고, 급기야 여성을 살해한다. 이어 말다툼 중 형인 차선호까지 죽게 만든 차민호는 자살로 위장해 차선호 행세를 한다.

엄기준은 극악무도 사이코패스 살인마 차민호와 겉으론 한없이 젠틀하면서도 냉철한 차선호, 1인2역을 오가며 '피고인'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이후 박정우와 함께 감옥살이를 하면서 그를 의심하고 뒤를 캐는 모습은 소름 그 자체였다. 박정우의 딸 하윤을 빼돌리고 자신만만 승리의 미소를 짓는 차민호에게선 악마가 겹쳐 보였을 정도.

이 가운데 20일 '피고인' 19회에서는 검사로 복직한 박정우가 차민호 검거를 위해 고군분투 숨통을 조여가고, 이에 맞선 차민호가 마지막 발악에 나서는 모습이 예고돼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엄기준의 미친 열연은 '피고인' 마지막까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할 예정.

앞서 엄기준은 10년간 뮤지컬과 연극에 전념하던 중 MBC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2007)에 출연하면서 안방극장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당시 뉴스 진행만 했다 하면 사고를 치는 아나운서 엄기준 역을 맡은 그는 이른바 '똥아나운서'라는 별명을 얻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 시켰다. '똥아나운서' 에피소드는 요즘도 시트콤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여기에 극 중 김산호에게 '어머 산호씨다!'라고 약 올리는 장면은 지금의 악역 엄기준과는 180도 다른 모습.

하지만 시작은 '똥아나운서'였을 지 몰라도 이후 엄기준의 필모그래피는 참으로 각양각색이었다. 매 작품마다 변신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2008)에선 냉철하고 이기적인 드라마 PD 역, 영화 '파괴된 사나이'(2010)에선 납치범 역, 드라마 '드림하이' 기린예고 선생님 역, '유령'에선 살인마 조현민 역, '골든크로스'에선 마성의 절대악 마이클 장으로 엄기준은 선역과 악역을 오가며 안방극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그리고 오직 할 수 있는 게 연기뿐이라던 엄기준은 '똥아나운서'로 안방극장에 발을 들인 지 10년 만에 역대급 악역 차민호를 탄생 시키며 자신의 연기인생 전환점을 맞았다. 원래도 연기 잘하는 배우였지만, '피고인'을 통해 배우 엄기준의 진가를 스스로 재입증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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