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배우 백성현의 이름, 백성현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1994년 영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에 출연하며 데뷔한 그는 어느덧 배우 생활을 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보고 또 보고’에서 귀여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으며,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배우로서 내실을 다져왔다.
백성현은 연차로 따지자면 대선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최근 종영한 작품 OCN ‘보이스’로 ‘백성현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데뷔 24년차를 맞은 배우에게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하기 우습기도 하지만, ‘보이스’에서 심대식 역을 맡아 보여준 그의 연기는 어떤 찬사를 붙여도 아깝지 않았다. 그만큼 좋은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에 백성현도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끝났습니다.(웃음) 분에 넘치는 큰 사랑 받아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 관심을 가져주시고 애정을 쏟아주셨기 때문에 저희 드라마가 16회까지 밀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보이스’가 좋은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감사드립니다. 작품이 아쉬운 부분이 없고, 장르물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마지막까지 집중력 있게 전개됐고, 저도 ‘보이스’의 애청자로서 너무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제가 이 작품을 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당당하게 ‘보이스 재미있어, 1회 보면 끝까지 봐야 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보이스’는 배우들의 열연과 장르물 특유의 쫄깃한 긴장감을 살린 탄탄한 스토리, 극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하는 감각적인 연출이 한 데 어우러져 ‘웰 메이드’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에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과 집필을 맡은 마진원 작가를 향한 찬사 역시 끊이지 않았다. 백성현 역시 감독과 작가의 팬이 됐다며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원래 시놉시스 상에 심대식은 설명이 한 줄만 나와 있었어요. 무진혁 팀장의 과거 강력팀 동생이라는 정도만 나와 있었죠. 대신 감독님과 제작사 쪽에서 저한테 후반부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고 알려주셔서 저는 처음부터 대식이가 나쁜 쪽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분량이 늘어나고 골든타임 팀에 들어가더니, 형이랑 범인을 잡으러 다니고 있더라고요. 그래도 (분량이 늘어나면서) 대식이라는 인물에게 저런 사연이 있었고, 저런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신했다는 걸 전달할 수 있어서 작가님께 감사드려요. 또, ‘보이스’를 하면서 감독님을 무한신뢰하고 무한존경하게 됐는데, 어떤 의문이 들어서 감독님께 여쭤봤을 때 감독님이 맞다고 하면 무조건 믿고 따라갔어요. (장)혁이 형님께서도 어떤 식으로 연기하라고 하는 편이 아니시고, ‘난 이렇게 할 건데 넌 어떻게 할래?’ 이렇게 질문을 던져주시는 분이라 그 안에서 답도 찾고 모티브도 많이 얻고…. 기억에 많이 남을 작품인 것 같아요”
백성현이 ‘보이스’에서 분한 심대식은 무진혁(장혁 분)의 경찰청 후배이자 그를 친형처럼 따르고 지지해주는 조력자다. ‘진혁바라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진혁을 따르는 인물.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모태구(김재욱 분)의 공범이었음이 드러나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처럼 반전이 있는 캐릭터이기에, 배우 입장에서는 캐릭터를 연구하고 연기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초반부터 제가 공범인 건 알고 있었어요. 범인은 범인을 알았어요. 저는 모태구가 범인인 것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혁이 형님, 감독님과 제가 공범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까지 드러낼 것인가를 두고 많이 의논했어요. 어느 부분에서 포인트를 주고 어느 부분에서 의미심장한 느낌을 줄 것인가, 그런 부분들을 고민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대식이의 메인 파이프는 무진혁과의 형제애거든요. 그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형님이 유덕화가 나온 ‘열혈남아’를 모티브로 주셔서 그것도 챙겨보고, 영화 많이 찾아봤어요. ‘무간도’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봤고요. 또, 형사들은 리얼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셨어요. 범인들이 다 세고 강하고 무섭고 또 배우 분들이 그런 면을 잘 살려서 엄청나게 열연하시지만, 우리는 형사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만날 본다는 거죠. 그래서 형사라고 무게 잡는 게 아니라, 숨차게 범인을 쫓다가도 ‘형, 또 내가 잡아? 쟨 왜 저렇게 뛰어?’라고 투덜거리기도 하는 식으로 표현하자고 했어요. 극의 농도를 너무 무겁게 하지 말자, 시청자 분들이 안 그래도 힘든데 더 힘들게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죠. 그래서 현장에서도 형님하고 계속 농담했어요. 형님, 감독님 옆에서 웃고 떠들고. 거기서 나온 분위기가 극에 잘 녹아난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에 형이 제 정체를 알고 추억의 할매집에서 만났을 때 서로의 감정선들이 시청자 여러분들께 잘 보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보이스’를 관통하는 스토리는 바로 연쇄 살인자 추적이다. 극을 보는 가장 큰 재미 역시 범인이 누구일지 추리하는 것. 이를 위해 제작진은 범인의 정체에 대해 철저하게 함구했다.
“저도 아무한테도 말을 못했어요. 매니저 형만 알고 있고, 같이 다니는 다른 매니저 동생은 대본을 보고 알았어요. 하물며 모기범 회장님(이도경 분)도 아들(모태구)이 살인자인 줄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심지어 의상 팀장님은 배우가 누군지를 안 알려줘서 범인이 처음 입고 등장하는 비옷을 사이즈 때문에 세 번 제작하셨대요”
하지만 그렇게 철저하게 숨겼음에도 예리한 시청자들은 금세 심대식의 정체를 추리해냈다. 백성현은 촬영 초반, 오히려 시청자들이 너무 의심을 안 할까봐 걱정했다고 밝혔다. 초반부터 차근히 분위기를 조성해둬야 정체가 밝혀진 후 개연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할까봐 염려한 것이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다.
“방송 나가고 나니까, 전부 백성현인 범인이라는 거예요. 백성현이 범인 아니면 최소한 공범이라고 하는데, 죽겠더라고요. 마피아 게임에 들어가야 하는데, 마피아 게임에서 간만에 마피아 역할을 맡아서 활약 좀 해보려는데 ‘쟤 마피아니까 처형하고 보자’고 하는 느낌인 거예요.(웃음) 큰일났다 싶어서 그 다음부터는 대식이 이미지 자체를 정말 딱 범인 잡는 형사, 정말 열심히 범인 잡고 형만 믿고 따라가는 동생, 그런 식으로 잡아갔죠”
“13~14회는 욕 많이 먹었어요. 다들 살짝 의심은 하고 계셨지만, 정작 대식이가 배신하니까 엄청 욕하시더라고요. 극에 왜 그랬는지에 대한 설명이 안 나와서, 잠도 못 자면서 고민했어요. 욕먹으면서 끝나는 거 아니냐 싶었죠.(웃음) 2회 남았는데, 모태구도 안 잡혔고 할 이야기가 산더미였거든요. 그런데 다행히 작가님이 (심대식의 스토리를) 잘 써주셨어요”
백성현은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에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드라마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우고자 하는 바람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극이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고, 그 안에서 당당히 ‘난 여기서 이런 역할을 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 의미에서 ‘보이스’는 백성현에게 더욱 특별한 작품으로 남았다.
“내가 누군가한테 이렇게 자랑할 수 있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예요. 이런 작품을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시청률도 잘 나왔지만, 제가 보면서 이렇게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있었나 싶어요. 제가 너무 애청자였어요. 사람들이 저한테 ‘보이스’ 재미있다고 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정말 한껏 자랑을 늘어놓을 수 있는 작품이에요”
“왜 장르물을 해야 한다고 하는지를 느꼈어요. 저와 시청자 분들과 호흡하는 게 똑같아요. 요즘 SNS가 활성화 돼 있잖아요. 기가 막히게 추리해서 저한테 보내주시는데, 장 계장 협박하는 음성변조 목소리의 키를 높여서 제 목소리를 잡아내신 거예요. 그 영상 링크를 보내시면서 ‘오빠가 범인 맞죠?’ 하는데 소름이 쫙…. 그렇게 호흡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또, 동료 배우 분들에게 재미있게 봤다는 연락을 많이 받아서 뿌듯했습니다”(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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