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민은경 기자
사진=민은경 기자

[헤럴드POP=박수정 기자](인터뷰②에서 계속)

‘내일 그대와’가 배우 박주희에게 남긴 건 연기자로서 배움뿐만 아니라 사람도 있었다.

박주희는 지난 25일 종영한 tvN 드라마 ‘내일 그대와’(극본 허성혜/연출 유제원)에서 세영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극중 유소준을 짝사랑했던 신세영은 유소준이 송마린(신민아 분)과 말도 없이 갑자기 결혼하자 섭섭함을 느끼며 송마린과 갈등한다. 이후 세영을 자신을 오랫동안 좋아해온 강기둥(강기둥 분)의 마음을 알고 네 사람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이제훈, 강기둥 그리고 신민아와 주로 호흡한 박주희는 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컸다.

먼저 이제훈에 대해 박주희는 “극중 캐릭터랑 비슷하다”며 “정말 다정다감하다. 초반에 소준이 역할처럼 철벽을 치기도 했는데 다를 촬영 중반 이후가 되니 드라마 캐릭터와 성격이랑 비슷해지더라”고 말했다. 이어 “귀여우시고, 너무 친절하시고, 선하고 좋은 사람”이라며 “순하다. 촬영장의 분위기메이커”라고 이제훈을 치켜세웠다.

박주희는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강기둥에 대해서 “사람이 지나치게 유들유들하니까 다들 편하게 했다. 기둥은 사람을 진짜 편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주희는 “기둥이 공연을 많이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워낙 머리가 잘 돌아가고 영민한 스타일이다. 순발력이 좋아 감독님이 애드리브 요구를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난 원래 속으로 긴장을 많이 하고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스타일인데 그게 겉으로 티가 안 나는 편이다”며 “기둥이 덕분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고맙다. 제가 더 잘해줬어야 하는데”라며 애착을 드러냈다.

세영이 송마린을 미워했기 때문에 신민아와의 호흡은 캐릭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세영은 결혼한 사이인 유소준과 송마린을 방해하는 탓에 시청자들로부터 미움을 받기도 했다. 박주희는 “작가님 말씀으로는 세영의 분량이 많지 않다보니까 잠깐 나올 때 세영이를 각인시키기 위해 단어 선택을 세게 했다고 하더라. 정말 못된 여자로만 나올까봐 걱정을 했는데 조금은 인간적으로 한 거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유부남인데 계속 질투를 하는 게 말도 안 된다고는 하지만, 30년간 죽마고우처럼 지낸 친구가 조금의 언질도 없이 결혼을 해버린 것에 대한 배신감이 더 컸던 것 같다. 남녀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을 한순간에 뺏긴 느낌. 세영이가 섭섭함이 많이 느끼지 않았을까”라며 세영 캐릭터를 이해했다.

신민아와는 촬영을 다 마치고 나서 더 가까워졌다. 박주희는 “극중에서는 제가 계속 째려보고 못된 말을 하니까 그런 거에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았다. 사전제작이지만, 일정이 타이트해서 중간 중간 따로 만날 시간이 없었다”며 “사실 어색한 관계에서 그런 연기를 해야 하니까 그냥 인사만 하고 연기에 몰입했다. 사실 너무 말도 같이 하고 싶고 그랬는데 못해서 아쉬웠다. 내가 잘해야 했는데 숫기가 많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박주희는 “오히려 다 촬영이 끝나고 그 이후에 (신민아와) 만나면서 편해졌다”며 “장난꾸러기다. 남자 고등학생 같은 느낌이다. 어렵게 봤는데 편하게 해주셨다. 언니도 저를 세영이처럼 도도한 이미지로 봤는데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 말했다.

‘내일 그대와’는 배우들이 놀 수 있었던 촬영장이었다. 롱테이크와 핸드 헬드 카메라를 즐겨 쓰는 유제훈 감독이 직접 애드리브 상황을 제시할 정도로 배우들의 호흡이 좋았고, 웃음이 끊이지 않은 환경이었다. 박주희는 “현장이 워낙 웃겼다”며 “드라마 촬영 현장에 가는 것이 전혀 긴장이 되지 않고 재미있었다. 긴장을 안 해서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첫 드라마로 ‘내일 그대와’를 만난 박주희는 “매회 보면서 ‘이런 걸 고쳐야 겠구나’라고 잊지 않기 위해 생각들을 적어놓기도 했다”며 앞으로 더 성장하는 배우가 될 것을 다짐했다. 천천히 단계를 밟고 있는 박주희의 다음 행보가 기대를 모은다.

배우 박주희. 1987년생, 건국대 영화과 출신, 2009년 영화 ‘여행’으로 데뷔했다. 그냥 영화가 좋았던 고등학생 박주희는 ‘영화를 만드는 일원 중에 하나가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영화과에 진학했다. 돌고 돌아 연기의 길을 선택한 박주희는 혹시나 끼가 부족한 건 아닐까 걱정이 ‘해보자’라는 책임감으로 바뀐 건 불과 2년 전부터다. 그리고 30세가 되던 해, 박주희는 tvN ‘내일 그대와’(극본 허성혜/연출 유제원)를 만나면서 한 단계 성장했다.

박주희는 ‘내일 그대와’에서 유소준(이제훈 분)의 죽마고우 신세영 역을 맡아 첫 드라마 연기에 도전했다.

“드라마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이 드라마를 하기 전까진 저의 냉소적인 것이 장점일 수도 있는데 그것만 생각했어요. 드라마를 하고 나서는 저에게 따뜻함이 가미되면 분명히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역할도 다양하게 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됐어요. 다음 작품에 저를 더 보여줄 수 있는 걸 하고 싶어요. 지금은 느끼는 그대로만 했다면, 이제는 조금 더 잘 만들어서 캐릭터로서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필요하고, 내가 그걸 좀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부족한 점을 깨닫고 채울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영화 ‘어떤 시선’, ‘마녀’, ‘서울연애’, ‘서울집’, ‘만일의 세계’, ‘자전거 도둑’ 등 그동안 주로 독립 영화에서 얼굴을 비췄던 박주희는 ‘내일 그대와’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며 즐겁게 촬영했다.

“드라마를 할 때는 ‘나랑 안 맞는 거 아니야?’라며 저 혼자 진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가 편하다는 생각도 잠깐 했죠. 그런데 끝나고 모니터를 하고 나니까 부딪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선배님들이 무조건 경험이 많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제가 좋고 싫고를 떠나서 부딪혀 봐야할 거 같아요.”

박주희는 “내 끼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그는 독립 영화로 여러 연기상을 수상했을 만큼 연기력을 갖춘 배우다. 2013년 ‘서울집’으로 제 30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연기상, 2014년 ‘만일의 세계’로 제 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연기부문, 2015년 ‘자전거 도둑’으로 제 12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 배우상을 수상했다. 박주희는 “지금은 꼭 활동적이고 외향적이어야만 이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사라졌다”며 “작품을 하면서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많고, 책임감으로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엔 흘러가는 대로만 살고, 우유분단한 면이 있는데 도움 받은 사람에게도 보답해야 하니까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생각한지 불과 2년도 되지 않았다. 열심히 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박주희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귀여운 배우가 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매력적으로 느끼는 미덕’을 ‘귀여움’이라 정의내렸다. 여전히 “귀여운 배우가 꿈”이라 밝히며 웃은 박주희는 “아직도 ‘귀여운 배우’라고 정확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문장과 단어를 찾지 못했다. 험상궂게 생겨도 귀엽게 행동하거나 사랑스러운 그런 게 있지 않나. 예쁘고, 멋있고, 잘생긴 건 금방 질리지만, 귀여움은 영원한 것 같다. 겉으로는 센 척하고 쿨한 척하지만 속은 여리고 그런 거에 매력을 느낀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런 박주희에게 ‘내일 그대와’는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유제원 감독의 제안으로 ‘내일 그대와’에 캐스팅된 박주희는 “운이 좋게 여기까지 왔던 것 같다. 서른 살 포인트 때 마침 ‘내일 그대와’를 만나 더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뭔가 계획적으로 해서 발전시키고 노력이란 것을 해야겠다”고 ‘내일 그대와’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내일 그대와’가 종영한 현재, 박주희에게 새로운 목표는 ‘내일 그대와’ 때보다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주희는 “안정감 있는 편안하게 연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가짜 같지 않은, 주변에 있는 사람 같은 연기를 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매력적이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목표인 것 같다.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고 목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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