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삼연까지 오면서 관객들의 변화된 시각을 느낀다." 과연 모두가 차별없이 평등함을 느낄 수 있는, '프라이드'가 공연 될 필요없는 그 날이 올까.

29일 오후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는 연극 '프라이드'의 프레스콜이 개최됐다. 이날 약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하이라이트 시연에는 필립 역 이명행·배수빈·정상윤·성두섭, 올리버 역 오종혁·정동화·박성훈·장율, 실비아 역 임강희·김지현·이진희, 남자 역 이원·양승리가 출연했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출연 배우 및 김동연 연출, 지이선 작가가 참석했다.

김동연 연출은 세 번째 공연을 올리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재연-삼연 올릴 때마다 받는 질문이다. 초연이 만든 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더 빛나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새롭게 바뀌었다'고 말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실제로 그렇게 변하지 않았다. 3년 전에 관객과 만나려 준비할 때 과연 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걱정이 많았다. 초연-재연이 잘 됐기 때문에 삼연까지 왔겠지만, 반응이 뜨거웠다. 각자 가진 외로움이 참 많았다는 걸 느꼈다. 개인이 가진 아픔들, 그리고 극복하는 과정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 중이고 배우들과 심도 있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원작자가 전달하고 싶어했던 메시지도 내놓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감췄던 것은 아니지만 더 메시지를 더 소중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크게 변화된 부분은 없지만 미세한 차이들을 만들어냈다. 살짝 살짝 감정, 포즈, 시선의 타이밍, 음악 큐의 타이밍 등으로 그런 부분을 조절했다. 내 개인적인 감정이 사회적인 메시지와 맞닿아 있구나 하고 느꼈으면 한다"고 답했다.

'관객들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느끼는가'에 대해 지이선 작가는 "재작년 MD로 팔았던 리본을 매고 나왔다. 프라이드를 상징하는 무지개다. 시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차별과 혐오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 불의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그런 시대가 왔다는 것을 작년 겨울부터 느끼고 있지 않은가 싶다. 최근 여성 혐오에 대한 발언 수위도 올라가고 있고 지적도 한다. 시대가 긍정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연출과 3년간 젠더, 성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에는 '역사'라는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집중했다. 앞으로 어떤 역사가 펼쳐진다고 해도 약자이기 때문에 배재되지 않고 예외없이 평등함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때가 되면 '프라이드' 무대를 올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성소수자의 입장에서 차별을 겪는 연기를 해보니 어떤지'를 묻는 질문에 배수빈은 "'프라이드'라는 작품이 성소수자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회의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차별은 은연 중에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차별받는 입장의 연기를 해보니, 다시 한 번 상기 되는 부분도 있고, 내가 모르고 지나갈 수 있었던 부분을 일 깨운다. 스스로 각성하는 계기가 되는 역할"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이번에 삼연을 하면서도 '내가 다시 하는 이유'를 찾아야만 했고, 잊고 지내던 것들을 일깨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워낙 초연-재연 많은 사랑 받았던 작품이기 때문에 참여한 부분도 있다. (나이가 있으니)이번이 아니면 참여할 수 없겠다 생각도 했고(웃음), 이렇게 좋은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삼연을 맞이한 '프라이드'에는 초-재연 당시 무대에 올랐던 배우와 더불어 두 명의 새로운 얼굴이 합류했다. 필립 역의 성두섭과 올리버 역의 장율이다. 두 사람은 이번부터 함께 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성두섭은 "다행인지 아쉬운 부분인지 모르겠지만, 초재연 '프라이드'를 못봤다. 신선하게 다가웠던 부분이 있었다. 아예 백지 상태인 것이 도움이 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크게 부담을 갖고 참여하지는 않았다. 대사의 압박은 있었지만, 나름 즐겁게 참여했다. 좋은 배우들과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게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율은 "처음 '프라이드' 참여하게 되었는데,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이 떠오른다. '뜨겁고 따듯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선배님들과 함께한 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순간의 연속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눈길을 끄는 배우 라인업에 대해 김동연 연출은 "삼연까지 오면서 한 번씩 공연을 했던 배우들이 참여했다. 새로운 인물들도 같이 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캐스팅한 배우가 장율-성두섭이다. 모으다 보니 많아졌다. 굉장히 고생했다. 5일동안 10번을 봤더니 지금도 힘들다. 그런데 다 모아두니 행복하고 즐겁다"고 밝혔다. 지이선 작가는 이를 두고 "명절"이라고 표현했다.

'프라이드'는 1958년과 2017년 현재를 오가며 전개된다. 두 시대를 살아가는 필립, 올리버, 실비아를 통해 성(性)소수자들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아가 ‘개인’의 삶과 자유, 정체성, 존엄성의 가치가 결국은 ‘시대’와 무관할 수 없음을 상기시키며,‘나는 누구인가?’,‘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큰 울림과 감동을 전한다. 연극 '프라이드'는 오는 7월 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

(사진='연극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