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영화 '분노'포스터
사진 : 영화 '분노'포스터

[헤럴드POP=노윤정 기자] 사람은 타인과 함께 살아간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혹은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관계를 맺고 교류하며 살아간다. 사람 대 사람의 관계는 ‘신뢰’에 기반을 둔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사람은 타인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영화 ‘분노’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영화 ‘분노’(감독 이상일)는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을 원작으로 해,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1년 후 사랑하는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감성 스릴러다. 흥미를 당기는 스릴러 장르에 와타나베 켄, 츠마부키 사토시, 미야자키 아오이, 마츠야마 켄이치, 아야노 고, 모리야마 미라이, 히로세 스즈, 사쿠모토 타카라 등 화려한 출연진이 합류해 영화 팬들의 관심을 모은 작품. 지난해 개최된 제 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기도 하다.

살인사건 하나가 발생한다. 무더운 여름날 도쿄에서 한 부부가 집에서 살해된 살인사건. 사건 발생 후 범인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1년이 지나고 치바, 도쿄, 오키나와에 각각 신원과 연고가 불분명한 세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관객들 앞에 던져진 용의자 세 사람은 타시로(마츠야마 켄이치), 나오토(아야노 고), 타나카(모리야마 미라이).

타시로는 요헤이(와타나베 켄)의 딸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가 가출한 사이 치바에 나타난 신원 불명의 청년이다. 그는 유흥업소에서 일한 과거가 있는 아이코와 사랑에 빠지지만, 요헤이는 과거를 알 수 없는 데다 딸의 과거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타시로를 불신한다.

도쿄의 평범한 샐러리맨 유마(츠마부키 사토시)는 게이 클럽에서 만난 나오토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도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그렇게 나오토와 동거를 시작한 유마. 하지만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그를 온전히 믿지 못하고, 자신의 안에서 의심을 키워간다.

오키나와 바닷가 마을로 이사온 이즈미(히로세 스즈)는 그곳에서 새로 사귄 친구 타츠야(사쿠모토 타카라)와 함께 무인도로 여행을 떠났다가 그곳으로 배낭여행을 왔다는 타나카와 만나게 된다. 이즈미는 친절하고 유쾌한 타나카에게 금방 마음을 열지만, 여행객들이 발길이 끊긴 무인도에서 여행을 하고 있는 그의 행동은 수상쩍기만 하다.

사진 : 영화 '분노' 스틸컷
사진 : 영화 '분노' 스틸컷

‘분노’는 이처럼 서로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며 접전이라곤 없는 세 사건을 옴니버스 식으로 그리고 있으며, 세 이야기는 하나의 결말을 향해 수렴해 간다.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에 걸맞게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진범을 찾는 데 집중한다. 개개의 사건으로 흩어져 있던 이야기들은 적절하게 배치되어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세 이야기의 베이스를 완성한 ‘분노’는 극 중반부 넘어가며 진범의 몽타주를 공개했다. 흥미로운 것은 진범은 한 명이나, 관객들이 쫓고 있는 용의자 세 명 중 그 누가 범인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작 소설을 쓴 요시다 슈이치는 진범을 특정하지 않고 작품을 썼다고 설명했다. 영화 ‘분노’는 그 모호함을 스릴러적인 긴장감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영화 속에는 살인 사건의 범인일 수 있는 세 사람이 각기 다른 장소에 등장하고, 그들 중 누가 범인이라고 해도 납득이 가도록 이야기가 전개되고 묘사됐다. 이 점은 관객들이 마지막까지 극을 보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극 중 인물들과 함께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누구를 믿고 누구를 불신할 것인가,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영화는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 안에서 다수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그들을 통해 누군가는 신뢰하고, 누군가는 불신하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분노와 불신에 잠식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릴러 장르의 영화임에도 잔잔하게 진행되는 전개는 다소 늘어진다고 느껴질 수도 있으나, 관객들로 하여금 인물들의 감정선을 충분히 느끼며 따라갈 수 있게 한다.

영화 개봉에 앞서 국내 팬들을 찾은 이상일 감독은 기자간담회 당시 “범인을 찾아가는 사이에 셋 중 누구도 범인이 아니길 바라는 감정이 생기게 되고, 몸과 감정이 모두 이 영화를 보면서 흔들릴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말처럼 누가 범인일지를 쫓는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다가 누구도 범인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게 되는 작품이다. 3월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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