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김하늘, 한효주, 천우희에게는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청룡의 여왕’이라는 것 말고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스크린에서 시각장애인 캐릭터를 섬세하게 잘 그려냈다는 점이다.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어느날’에서 천우희는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영혼이 된 ‘미소’ 역을 맡은 가운데 ‘미소’는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시각장애인이다. 어린 시절 아픈 사연을 시각장애인의 모습으로 잘 전달,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이에 천우희를 비롯해 스크린에서 시각장애인 캐릭터를 맡아 열연을 펼친 여배우들을 조명해본다.
◆ ‘블라인드’ 김하늘
‘블라인드’는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된 경찰대생 ‘수아’(김하늘 분)가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이용해 범인을 추적해 나간다는 내용을 담은 스릴러. 김하늘은 극중 여대생 연쇄 실종 사건과 뺑소니 사건의 현장을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으로 느낀 최초 목격자인 시각장애인 ‘수아’로 분했다.
‘수아’는 과거 촉망받는 경찰대생이었지만 사고로 인해 시력을 잃게 된 캐릭터로, 김하늘은 촬영 전부터 서울 용산에 있는 한 특수학교에 다니면서 시각장애인 학생들과 지내며 캐릭터 연구에 올인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김하늘은 데뷔 후 처음으로 시각장애인 연기에 도전했음에도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고, 제32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 ‘오직 그대만’ 한효주
‘오직 그대만’은 전직 복서 ‘철민’(소지섭 분)과 사고로 시력을 잃어가는 ‘정화’(한효주 분)가 만나 운명을 건 사랑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당 영화에서 한효주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두 눈을 다쳐 시력을 잃어가는 여주인공 ‘정화’ 역을 맡아 애절한 감정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한효주는 시각장애인의 모습을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촬영 전 시각장애인 관련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참고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했다.
한효주는 주연으로서 첫 상업 장편영화였던 ‘오직 그대만’에서 시각장애인 캐릭터를 잘 소화함으로써 이후 ‘광해, 왕이 된 남자’, ‘반창꼬’, ‘감시자들’ 등 다양한 영화에 연이어 출연, 충무로에서 승승장구하는 여배우로 거듭날 수 있었다.
◆ ‘어느날’ 천우희
‘어느날’은 아내가 죽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다, 어느 날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 분)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되어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 분)가 서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천우희가 극중 연기한 ‘미소’는 뜻밖의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후 영혼이 돼 새로운 세상을 보기 시작하는 캐릭터지만, 혼수상태 전에는 시각장애인이다.
시각장애인일 때와 영혼일 때 1인2역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 천우희. 시각장애인 연기를 위해서는 실제 시각장애인 선생님을 두고 배워나갔다. 하지만 천우희는 연기 하나하나를 코치 받기보다는 대화를 많이 했다고. 흔히 생각하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걸음걸이라든지 움직임, 시선 등을 떠올려 연구, 장애로 겪는 불편한 생활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셈이다. 이는 오히려 흉내만 내는 것에 그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천우희는 전작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 캐릭터 역시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김하늘, 한효주, 천우희의 시각장애인 캐릭터 자체가 되기 위한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관객들이 어색하다는 편견 없이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또 어떤 여배우가 이들의 계보를 잇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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