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최우혁과의 인터뷰가 이어지면서 점점 얼굴의 근육이 당겨왔다. 담담하게 자기 생각과 에피소드를 설명하는 것뿐인데, 이야기 속에는 유머 요소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나중에는 테이블에 얼굴을 묻고 자지러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그 와중에도 그는 덤덤하게 씨익 웃음만 지을 뿐이다. 도회적인 외모로 진한 향수 향기가 날 것 같다는 첫인상과 달리 최우혁에게서는 친근한 사람 냄새가 풍겼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하면서도 당당한 최우혁이지만 지금까지 무대에 오르면서 '오늘 괜찮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자기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던 날인데, 반대로 관객 피드백이 좋았던 적도 있었다.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뭐가 뭔지 모르게 됐다. 아직 연기에 대해서는 부딪히며 배워가는 도중인 그에게 고전 작품 무대에 선다는 것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이제 내가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극' 하면 햄릿이고, '희곡' 하면 셰익스피어, 막심 고리키, 안토체홉이다. 이 중에 한 작품을 한다는 것에 굉장한 의무감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뮤지컬 밑바닥에서’는 10년 전 쟁쟁한 선배들이 하셨기에 계보를 잇는다는 느낌도 들었다. 무대에 서는 자체만으로 고전 느낌을 풍기는 선배들이 계시고 그 안에 내가 합류했다. 그래서 잘 묻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내가 올드한 얼굴이다.”

스스로 동안은 아니라고 말하는 최우혁은 1993년생. 동안을 언급할 나이는 아직 아닌데, 얼굴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물었더니 바로 한 톤 높은 목소리로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나타샤 역의 김지유 누나(37)보다 오빠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극 중 풍기는 분위기나 말투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고, 내가 그만큼 페페르 역할에 맞는구나 생각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건 다 자기 위로다. 집에 가서 문득 그 말이 떠올라서 곰곰이 생각했는데 '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A형이다. 마음에 담아둔다."

최우혁의 보이스는 매력적이다. 힘 있고 깔끔하며 발음도 좋다. 한 마디로 귀에 팍 꽂히는 에너지가 담긴 목소리다. 그런데 그는 배우가 되기 전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싫어했다고 고백했다. 낮은 목소리 때문에 건방지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배우를 하기 전에는 괜히 누군가의 타깃이 되고는 했다. 목소리를 내리깔고 대답을 하니까, 시비 걸 수 있는 좋은 여건이 된 것이다. 내가 운동을 해서 다행이었다. 운동을 안 했으면 얼마나 골치 아프게 살았을까 생각된다. 배우가 된 후에는 목소리 덕을 보고 있다. 내 나이에 맞지 않은 역할도 목소리의 분위기가 커버를 해주는 부분이 있다." 6학년 때부터 아버지의 권유로 권투를 했다는 최우혁은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면 꼭 권투를 시킬 거라고 말한다. 그는 선후배의 예의를 갖추면서도 링 위에서 두 주먹만으로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권투의 매력에 푹 빠져 운동을 했다.

"개인적으로 권투가 운동 중 가장 터프하면서도 깔끔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에는 대회도 많이 나갔고, 상도 많이 탔다. 권투가 운동선수로서 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겠지만,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굉장히 좋다. 취미 운동으로도 최고다."

언젠가 작품 속에 때리는 장면이 있으면 맞는 사람이 정말 아프겠다고 말하자 최우혁은 "못 때리는 것보다 때릴 줄 아는게 낫지 않겠느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가 출연중인 '뮤지컬 밑바닥에서'에도 배우들끼리 때리는 장면이 몇 번 나온다.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정말 맞고 때리는데, 가끔은 옆에 있다가 '헉' 하기도 한단다.

"소극장 연기이다 보니 리얼리티를 위해 때리는 척이 아니라 진짜 때린다. 안 때리면 또 관객들이 웃는다. 여자 배우끼리도 뺨을 때리는데, 옆에서 보다가 ‘헛’ 소리가 나올 뻔한 적도 있다. 그러면 안 되니까 참고 있다. 때리는 사람인 안시하(바실리사 역)누나가 운동을 한다. 참 어쩌다가 나타샤가 맞게 된 건지. 나는 서지영(타냐 역), 안시하 누나한테 맞는다. 지영 누나는 기술적으로 잘 때려서 소리만 크다. 그런데 시하 누나는 소리는 어중간한데 엄청 아프다. 그래서 무대 오르기 전에 시하 누나 심기를 건들지 않으려고 한다(웃음)."

(인터뷰③으로 이어짐)

(사진=본사DB / 이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