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황수연 기자]영화 '어느날'은 아내가 죽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다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돼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감성 판타지. 영혼과 인간의 만남을 소재로 이별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영화에서 천우희는 혼수상태에 빠진 시각장애인 미소와 영혼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는 미소를 연기했다.
앞서 제작보고회에서 알려졌듯이 '어느날'은 천우희가 한 차례 캐스팅 제의를 거절했다가 다시 하기로 마음먹은 작품이었다. 천우희는 "사실 감독님과 (김)남길 오빠를 만나기 전이었다. 고정적인 이미지가 캐릭터라는 생각에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감독님을 만나 뵙고 확신이 들었다. 작품 외적인 이야기도 듣고 남길 오빠와 함께 한다고하자 어느 순간 의지가 불타올라서 한번 해봐야겠다 싶었다"며 출연 계기를 밝혔다.
'어느날'을 연출한 이윤기 감독은 충무로에서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잘 그려내기로 정평이 나 있다. '여자, 정혜'(2005), '아주 특별한 손님'(2006), '멋진 하루'(2008),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2011), '남과 여'(2015) 등 그의 작품이 증명하듯 멜로 장르에 특화된 감독이기도 하다. 그런 이윤기 감독이 천우희 김남길 캐스팅하고도 단 한 장면의 멜로도 넣지 않았다는 점은 신선했고,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에 천우희는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색깔 자체나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전혀 멜로 성향이 없기 때문에 아쉽지는 않다. 시나리오에서부터 일말의 여지가 없었다"고 답했다. 파트너인 김남길과 멜로를 못한 건 아쉽지만 다음에 만나면 멜로(?)로 만나기로 했다는 유쾌한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남길 오빠가 많이 주변을 잘 챙겨주셔서 같은 동료로서 고마웠고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안 그래도 저희끼리도 웃으면서 다음엔 멜로를 해보자는 얘기를 한 적도 있고요. 현장에서 이야기도 잘 통하고 케미가 잘 맞았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너무 형제 같은 사이가 돼서 멜로가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거예요(웃음). 항상 어깨동무하고 주먹다짐을 하면서 지냈는데... 하게 된다면 힘들어도 연기니까 몰입해야겠죠?"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감독들과 작업해 온 천우희다. 섬세한 연출로 정평이 난 이윤기 감독과 작업한 소감은 어땠을까. 그는 "섬세할 것 같죠? 막상 지내다 보면 그렇게 섬세하시지는 않아요"라며 디스(?)로 운을 뗐다.
"이윤기 감독님이 영화적 성향은 차분하신데 실제로 만나 뵈면 말도 세게하고 욕쟁이라고 할 만큼 거친 부분이 있으세요(웃음). 속마음은 아닌데 스스로 어색해하니까 더 세게 말하는 스타일이신 것 같아요. 처음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아무 말도 안 하셔서 제가 불편하신가? 연기가 마음에 안 드나 걱정했었죠. 하지만 적응하고 나서는 '표정이 괜찮으면 OK'라며 눈칫밥으로 작품을 만들었어요(웃음)."
전작 '곡성' 나홍진 감독과 차이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나홍진 감독님도 이윤기 감독님처럼 반전 매력이 있다. 나 감독님은 성격이 셀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섬세하시다. 그런 거 보면 사람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것 같다"고 답해 인터뷰 현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충무로에서는 '나홍진을 상대할 여배우는 천우희 밖에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천우희는 유독 감독들에게 주눅 안 들고 잘 지낸 당찬 성격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는 "큰일 나다. 전혀 싸운 것 없이 잘 지냈는데 말이 와전돼 기센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됐더라. 좋다고 해야 할지 안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감독님들이 잘 맞춰주시고 받아주셔서 행복하다. 저는 참 복이 많은 배우인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