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인터뷰①에 이어)
“인터뷰 경험이 적어 긴장된다”고 말하는 강수영의 얼굴에는 여유 있는 미소가 피어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입이 풀리고 마음을 열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자기가 넘지 말아야 할 선 앞에서는 제동을 건다. 출중한 피아노 실력에 빛나는 외모와 수려한 입담, 그리고 개그 센스까지 갖춘 그는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진정한 사기 캐릭터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했던 관계자는 강수영을 ‘사랑둥이’라고 표현했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도 그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해 애정어린 눈빛을 보낸다고. 곧 관계자의 말을 이해했다. ‘고마운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강수영은 대표님, 연출님, 음악 감독님 등 한 사람씩 수상 소감을 나열하듯 이름을 꺼내더니 “별지로 감사한 사람 리스트를 적어달라”는 너스레를 떨었다. 함께 작업한 모든 스태프에게 감사의 표현을 하고자 하는 강수영을 예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24세, 모험심 많은 피아니스트 강수영은 욕심쟁이다. 전공인 피아노 외에 노래, 연기까지 장르를 넘어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냥 이것저것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는 연기나 노래가 ‘표현한다’는 범주 안에 속한 또 다른 분야였던 것이다.
“내가 무대에 서야겠다고 생각한 시점부터 연기에 흥미가 있었다. 피아니스트가 하는 일은 관객에게 음으로 표현을 전달하고 반응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피아노 연주와 몸으로 대사로 목소리로 표현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연기라는 것은, 의자에 앉아 피아노 연주만 하는 것보다 확장된 영역으로 보인다. 표현을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연기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도 좋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표현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저 사람 피아니스트인데 몸으로도 표현할 수 있네’ ‘피아노를 치는데 연기하는 것 같아’ 이런 느낌을 선사하고 싶다. 그래서 노래와 연기도 정식으로 배워보고 싶다.”
노래도 정식으로 배워보고 싶다고 말하는 강수영이지만, 사실 성악도 할 줄 아는 인재다. '머더 포 투'에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까울 정도로 그의 목소리는 매력적이다. 원래 성악에 뜻이 있었던 것이냐고 묻자 "체계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음악을 원래 좋아하는데, 악기 하나에 몰입하거나 노래만 하겠다는 성격은 아니다. 노래를 하면서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했다. '제대로 배워보자' 마음먹은 시점에 노래도 배워봤다. 피아노는 여러 방면으로 쓰일 수가 있다고 생각해서 전공으로 시작했던 것이다. 성악은 피아노만큼 체계적으로 배운 건 아니다. 중학생 때 잠깐 배웠고, 예고 진학하면서 잠깐, 그리고 또 대학 가서도 잠깐 배웠다."
‘머더 포 투’에서 대사는 없지만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연기를 펼치고 있는 강수영. 그는 프레스콜에서 첫 연기에 대한 소감을 묻자 ‘연기하는 재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자신의 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연기는 계속 배워나가고 있다. 매 무대마다 ‘이런 것들이 다를 수 있구나’ 느끼는 중이다. 모든 무대를 똑같이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준비한 대로 그만큼 보여드릴 수 있겠지 생각했었는데, 혼자 하는 것이 아닌 같이 합을 맞추는 일이다 보니 호흡을 매일 다르다. 이날 웃겼다, 안 웃겼다는 뜻이 아니라, 말을 하는 재미가 이렇게도 저렇게도 다르게 표현된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 호흡에 맞추다 보면 어느 날은 내가 더 수그리고 있기도 하고, 심드렁하게 있을 때도 있다.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9살 때 피아노를 시작해 대학까지 피아노과로 진학한 강수영. 그러나 16년째 피아노 건반을 누르고 있는 그에게도 피해갈 수 없던 것은 대중들의 평가다. 콩쿠르에서 받던 전문가의 피드백이 아닌 대중의 시선에서 전해져 온 평가를 받는 것은 그에게 어떤 느낌일까.
“오히려 대중 평가는 콩쿠르보다 부드럽다. 적어도 수치화까지 시키는 건 아니니까. 대중에게 받는 피드백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중 예술을 하는 이상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해야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하나하나 피드백이 소중하다. 물론 부담은 되지만 크게 타격은 받지 않는다. ‘오늘 어디서 틀리시더라’ ‘누가 조금 더 낫다’ 이런 정도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범위다. 그 이상으로 해주셔도 사실 개의치 않는다. 그런 관심이 나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대중 예술이기 때문에 대중으로부터의 피드백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공연, 즉 대중예술을 하면서 강수영은 자신 안에 숨겨졌던 내면도 발견했다. 사용하지 않던 SNS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던 SNS를 시작한 것은 소통의 수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내향적인 사람인 줄 알았던 그는 본인에게 있던 외향적인 부분을 찾았다고 말하며 "지금은 즐기고 있다"고 밝혔다.
"팬분들이 찍어준 사진을 검색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일상생활의 모습을 올리고 소통하는 것도 좋다. '나도 가봤다. 거기 뭐가 맛있다' 이런 댓글을 보는 것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 여전히 공연 끝난 뒤 나갈 때 팬분들과 마주하는 것이 생소하다. 사실 공연 후 박수를 받는 것 자체도 낯설다. 내가 콩쿠르를 끝낸 상태에서 피아니스트를 시작한 단계가 아니고, 준비 단계였다. 콩쿠르에서는 내 차례가 끝나도 박수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박수를 받는 것부터가 나에겐 정말 감사한 경험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보람도 있다."
팬 이야기를 하면서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는 강수영은 장난꾸러기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모범생이 되어 착착 답변하며 본색을 꽁꽁 숨긴 그는, 생각보다 이르게 종료된 인터뷰 후 사담을 통해 장난기를 발산했다. '잘생긴 피아니스트'라 인기가 많겠다는 질문을 하자 강수영은 "평생 잘생겼다는 소리를 다 들어보는 것 같다"면서 공연 후 자신을 찾아와주는 팬들과 만나는 시간에 대해 말했다.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팬분들 누구를 만났는지 다 기억한다. 솔직히 아직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아서 아주 많은 분을 만난 것은 아니다(웃음). 그래서 와주신 분들을 대부분 기억한다. 나는 팬들과 하는 장난을 좋아한다. '셀카 찍어달라'고 요청을 하면 ‘왜요 같이 찍어요’하고 달려든다. 팬이 도망가면 나는 짓궂어서 끝까지 따라가서 같이 찍는다. 장난을 되게 많이 치는데, 다행히 마음 넓은 팬분들이 다 받아 주신다. 그런 시간이 나에게는 힐링이 된다."
강수영은 아직 학생의 신분이다. 현재 쉬고 있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졸업 연주회를 열어야 한다. 작품에 욕심이 있는 그이기에 학교생활이나 졸업이 작품 활동에 제약이 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즉답이 돌아왔다.
"요즘 시대가 아무리 뛰어난 피아니스트라도 실력과 무대에 서는 확률이 비례하지는 않더라. 그런 시대에 일찍 무대를 밟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교 졸업보다는 작품에 집중할 생각이다. 졸업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도 않다. 작품이냐 학교냐 생각한다면 작품을 선택할 것이다."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오는 5월 28일에 막을 내리는 '머더 포 투'가 끝난 뒤 계획이 무엇인지를 묻자 강수영은 "뭘까요? 차기작이 있을까요?"하며 귀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갸웃 거렸다. 대기실 분위기 메이커라는 강수영의 '사랑둥이' 면모를 보고 그냥 넘어갈까 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차기작 계획을 물었다. "(웃음)작품 얘기는 나오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비밀이다. 무대에서 뵙죠."
(사진제공=오디컴퍼니(주), 본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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