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증거라곤 잘린 손가락 하나뿐인 살인사건의 전말은 뭘까. '석조저택 살인사건'이 서스펜스 스릴러의 정수에 도전한다.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감독 정식, 김휘/제작 영화사 다)이 26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로 베일을 벗었다. 해방 후 경성, 유일한 증거는 잘려나간 손가락뿐인 의문의 살인사건에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김주혁)과 과거를 모두 지운 정체불명의 운전수 최승만(고수)이 얽히며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원작은 서스펜스의 거장 빌 S. 밸린저의 소설 '이와 손톱'이다.
이야기는 쏟아지는 폭우 속에 선 한 남자의 뒷모습을 비추며 시작한다. 그리고 법정에 선 검사의 사건 정황 설명이 시작된다. 남도진은 최승만의 살해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심증과 정황만 있을 뿐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시체와 명확한 살인동기가 있어야만 성립 가능한 살인사건, 과연 그는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주인공은 두 명이다. 하나는 부와 명예, 명석한 두뇌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 남도진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가 어디서 왔는지는 모른다. 그저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그의 주변을 운전수 최승만이 맴돈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고아다. 화려한 클럽을 전전하며 부자들을 태우던 택시 운전사 출신이다. 어느 날 남도진의 눈에 띄어 운전수로 고용된다. 그리고 남도진은 최승만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영화의 미스터리 핵심은 남도진과 최승만의 관계다. '석조주택 살인사건'은 두 남자 사이에 있었던 일과 치열하게 진행되는 공판을 번갈아 보여주며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는 서스펜스 스릴러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포인트다. 제작진은 원작의 탄탄한 결을 살리되, 한국적인 상황을 녹여내기 위해 고심을 기울였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졌다. 최승만 역의 고수는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가난한 마술사로 살아가던 전반부부터, 택시기사로 신분을 위장한 후반부까지 끊임없이 다양한 얼굴로 변신한다. 특히 감정이 극한으로 치닫는 후반부에는 광기와 분노로 물든 그의 새로운 면모가 드러난다. 거의 다른 사람이라 봐도 좋을 정도다. 외모를 망가뜨리는 것도 불사했다. 잘생김의 대명사 고수가 아닌 배우 고수가 보인다.
김주혁은 고수와 대척점에 선 남도진 역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앞서 전작 '공조'에서 차기성 역으로 절정의 연기력을 발휘했던 그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도 그는 악역에 해당하는 인물을 맡았다. 하지만 '공조'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1940년대 경성을 사는 악인이란 옷을 입으면서 훨씬 섹시해졌다. 의뭉스러우면서도 천연덕스럽고, 서늘하다. 단순히 야망에 찌든 남자가 아닌 사이코패스에 가깝다. 냉혹한 남도진은 또 다른 인생 캐릭터의 탄생 예감이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느껴지는 장르 특유의 긴장감은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최대 경쟁력이다. 끝까지 모든 것을 의심하고 달려갈 수 있도록 공들여 쌓아올린 전개가 돋보인다. 탄탄한 원작에 한국적 정서를 얹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더욱 분위기를 팽팽하게 만든다. 한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클래식한 매력의 서스펜스 스릴러가 극장가를 홀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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