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서 이어짐)
[헤럴드POP=노윤정 기자] 이슬비는 지난 2009년 영화 ‘킹콩을 들다’로 데뷔한 9년차 배우다. 데뷔 후 ‘산부인과’, ‘폭풍의 연인’, ‘공주의 남자’, ‘각시탈’, ‘유리가면’, ‘대왕의 꿈’, ‘최고다 이순신’, ‘마녀의 연애’, ‘마녀의 성’ 등 다수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고 내실을 다져왔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온 기본기 덕분에 이슬비는 MBC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에서 자신만의 악역을 만들어냈고, 시청자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물론 악역이었던지라 응원의 목소리만을 듣긴 힘들었다. 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악플’은 속상하긴 하더라도, 그만큼 배우가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는 방증일 터. 이슬비는 시청자 반응을 전부 찾아본다고 밝히며 오동희(박은빈 분)을 응원하고 방미주(이슬비 분)를 미워하는 시청자들의 입장에 함께 공감했고, “저는 ‘무플 방지 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라는 댓글이 더 슬퍼요. 아무리 욕이어도 너무 심한 것만 아니면 악플이 나은 것 같아요. 관심이니까요”라며 웃어보였다.
“한 분은 드라마의 굉장한 애청자셨나 봐요. 무조건 동희 편인 분이 계셨는데, 댓글 보면서 굉장한 애청자구나 싶었어요. 처음에는 나도 모르게 그 분 글에 댓글을 달 뻔했는데….(웃음) 실제 댓글을 남긴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달고 싶긴 한데, SNS ‘좋아요’도 못 누르겠어요. 실수로 누르고도 이거 기록 남는 거 아닌가 싶어서 놀라고 그래요. (…) 그래도 전 아무런 반응 없는 것보단 악플이 나아요. 상처 안 받습니다. 관심 감사합니다”(웃음)
방미주는 ‘재벌집 상속녀’라는 수식어에서 떠오르는 흔한 악역은 아니었다. 때문에 방미주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전작들과 다른 악역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슬비는 극 초반 ‘업그레이드 된’ 악역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멍뭉커플’ 박은빈과 이태환(한성준 역)의 로맨스를 보며 로맨틱코미디에 대한 바람을 함께 키웠다.
“멍뭉커플 보면서 처음에는 질투가 났었고, 나중에는 부럽고, 마지막에는 서운했어요.(웃음) 처음에는 괜히 둘이 이야기하고 있으면 끼어들고…. 그러다가 점점 뒤로 빠지게 되고 멀리서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도 정말 잘 어울렸어요. 태환이가 크고 은빈이가 아담하니까, 그런 걸 보면서 ‘내가 조금만 더 작았으면 태환이한테 저렇게 안길 수 있었나?’ 그런 생각도 해보고.(웃음) 그러면서 나도 저렇게 달달한 로맨틱코미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좋아하는 로맨스 작품은 정유미와 에릭, 성준이 출연했던 ‘연애의 발견’. 이슬비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고 밝히며 “손발 오그라들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손가락이 오그라들어 없어지더라도,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로맨틱코미디에 대한 강한 바람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그렇다면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실제 연애할 때 ‘손발 오그라들 정도로’ 애교가 많은 편인지를 물으니, 이 역시 시원하게 답했다.
“실제 연애할 때는 그때그때 다른 것 같아요. 연애를 안 한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애교가 많을 땐 엄청 많아서 애교가 방언 터지듯이 이어질 때도 있고, 아니면 그냥 얌전하게 있어요. 극과 극이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이슬비가 얼마나 유쾌하고 솔직한 성격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이슬비는 로맨스 호흡을 맞춰 보고 싶은 상대를 이야기할 때도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팬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슬비가 꼭 한 번 로맨스 연기를 해보고 싶은 배우는 바로 윤균상.
“윤균상 씨가 ‘피노키오’ 때부터 짝사랑만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왠지 저랑 느낌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짝사랑을 많이 했으니까요. (…) ‘역적’에서 로맨스 연기를 하고 계시긴 하지만, 사극이랑 현대극은 다르잖아요. 그렇게 위로하고 있어요. 현대극을 한다면 그 전의 현대극에서 했던 짝사랑은 다 잊으시고 저랑 로맨스 연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둘 다 (작품 속에서) 짝사랑만 했으니까 서로의 마음을 알지 않을까요?”(웃음)
이렇게 이슬비는 이야기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작품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어느덧 9년차 배우가 됐지만 마음가짐만큼은 신인의 자세였다. 이슬비는 자신의 지난 8년을 되돌아보며 늘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기는 할수록 어려웠고, 풀어야 할 숙제 같았다. 그래도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가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돌아보면 항상 부끄러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할 때는 굉장히 자신감 있었어요. 데뷔작 ‘킹콩을 들다’도 하면서는 ‘괜찮은데? 나쁘지 않은데?’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때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을 때니까 제가 몰랐던 게 나왔던 것 같고, 연기는 알면 알수록 어려워요. 어렵고 더 큰 욕심도 생기고요. 풀어야 할 숙제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연기가 재미있고 내가 좋아하니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스케줄적인 것 때문에 힘들 때도 있잖아요. 그래도 연기를 통해서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들을 다 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있어요. 긴 호흡의 작품을 연달아 하면서는 힘들 때도 있는데, 막상 작품 끝나고 나면 안 쉬어도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요. 일할 때 행복하구나, 그런 걸 느껴요”
많은 출연작들 중 가장 재미를 크고 강렬하게 느꼈던 것은 역시 데뷔작인 ‘킹콩을 들다’. 이슬비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무 것도 몰랐을 때’라서 마냥 재미있고 신기했다. 작품을 준비면서 경험하거나 촬영 현장에서 겪는 모든 것들이 처음이었다. 그때는 작품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을 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지금은 목표를 정해놓고 이뤄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최근에 설정한 목표는 꼭 로맨틱코미디를 찍고 싶다, 그리고 미주를 안 좋게 보셨던 은빈이 팬들의 마음을 돌려놓겠다, 이 두 개예요. 팬들은 그 몰입이 오래가시더라고요”(웃음)
말하는 것을 듣다 보니 연기를 좋아하고 작품에 목말라 있는 천생 배우였다. 배우로서 일을 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을 느꼈다. 그렇다면 인간 이슬비로서의 행복은 무엇일까. 이슬비는 자신의 행복 요소로 강아지와 먹는 것을 꼽았다.
“잘 때보다 먹을 때가 더 행복해요. 잠은 포기해도 먹는 건 포기를 못해요. 0순위는 강아지예요. 강아지는 행복과 즐거움과 위안과 모든 걸 안겨주는 것 같아요. 반려견을 키우는데, 일할 때 빼고는 거의 같이 있어요. 잠깐 나갈 때도 데리고 나가고. 그래서 요즘은 육아 생활에 전념하고 있어요. 이상형도 동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쉴 때는 거의 강아지와 시간을 보낸다는 대답은 다소 의외였다. 배우로서 화려한 이미지 때문이기도 했고, 한창 놀기 좋아할 나이기도 하니까. 의외인 대답은 또 있었다.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 몸 쓰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보고 싶다는 것. 이슬비는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에 나가보고 싶어요. 유재석 선배님도 좋아하고 몸으로 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요. 체력적으로 운동을 못할 줄 알았는데, 하면 다 해요. 그런 데서 오는 희열이 있어요. 아니면 먹방 프로그램이요. 먹는 걸 좋아해서요”라며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슬비는 시종 밝은 목소리와 미소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극 중 보여줬던 도회적이고 도도해 보이던 이미지를 뒤집은 유쾌한 반전이었다.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 이슬비. 그는 자신을 ‘열심히 하는 배우’로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열심히 하는 배우로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외적으로 보여 지는 모습들을 보고, 제가 편하게 연기 생활 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세요. 나도 노력하고 노력하는 배우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노력하는 배우로 생각해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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