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돼 있습니다.
배우 엄태구가 '택시운전사'의 '신의 한 수'로 꼽히고 있다.
천만 관객 돌파가 점쳐지고 있는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 분)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작품.
'택시운전사'에서 긴장감이 크게 흐르는 순간은 두 번이 있다. '사복조장'(최귀화 분)이 쫓아올 때랑, '박중사'(엄태구 분)가 검문할 때다. '박중사'가 검문할 때는 정적인 분위기라 숨 막힐 정도로 섬뜩하다. 무엇보다 엄태구는 '밀정'에서 일본 경찰 '하시모토' 역을 맡아 송강호와 대립각을 세워 공포감을 조성한 바 있기 때문이다.
'김만섭'과 '피터'는 광주를 빠져나가기 위해 숲속 샛길로 향하지만, 촘촘히 들어선 검문소를 피할 수 없었다. 외국인을 태운 택시는 무조건 잡으라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박중사'는 '김만섭'의 택시를 잡아 세운다.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는 '김만섭'과 그의 차를 검문하는 '박중사'의 날카로운 눈빛이 교차, 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엄태구는 특유의 낮은 목소리와 강렬한 눈빛으로 짧은 분량에도 불구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에 송강호는 엄태구가 '택시운전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치켜세울 정도. 특히 이 장면은 故위르겐 힌츠펜터의 실제 목격담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여운이 더욱 진하게 남는다.
이와 관련 송강호는 헤럴드POP에 "장훈 감독님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밀정' 이야기가 나오면서 엄태구가 거론됐다. 그래서 '그 친구 너무 너무 잘하더라. 정말 좋더라'라고 말했다"며 "당시 엄태구가 이번 작품에서 연기한 중사 역에 수많은 배우들이 오디션을 보고, 또 하고 싶어 했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고 하더라. 그러던 차 내 이야기를 들은 감독님이 엄태구를 불러 오디션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감독님도 너무 흡족해 엄태구를 캐스팅하게 됐는데 난 그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 일종의 추천이면 추천일 수도 있겠지만, 우연찮게 이야기가 나온 거니 반추천인 셈이다"며 "엄태구 나오는 장면이 이 영화의 본질 같았다.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너무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잘해줬다"고 높은 만족감을 표했다.
장훈 감독 역시 "2012년 미쟝센단편영화제 때 단편 '숲'을 보고 언젠간 꼭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송강호 선배님께서 칭찬하시길래 마침 기억이 났다.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배우였기에 바로 만나자고 했다"며 "딱 맞는 캐릭터였다. 이번에도 너무 잘해줬지만, 누가 발견해도 했을 거다. 에너지가 폭발할 것 같은 배우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엄태구는 단편영화 'Keep Quiet', '숲'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차이나타운', '베테랑', '가려진 시간' 등에서 비중과 상관없이 돋보였다. 더욱이 '밀정'에서는 대선배 송강호 옆에서도 전혀 눌리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시선을 강탈시킬 정도였다. 그런 그는 현재 영화 '안시성'에 캐스팅된 상태다. 매 작품마다 강렬하게 각인되는 엄태구가 앞으로도 배우로서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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