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수채화빛 아련한 이야기다. 다양한 인간의 감정과 모습을 담아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그려가듯, 스케치북 위에 채색하듯 완성된 이 작품은 공감 요소도 많아서 삶의 방식, 내 모습, 주변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과 현재가 교차하고, 때로는 동시적으로 존재하며 진행되는 것이 흥미롭다.
지난 6월 27일부터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황재헌 연출)이 오는 8월 20일 마지막 공연을 펼친다.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50대 중반의 저명한 역사학자 서정민과 은퇴한 국제분쟁 전문기자 연옥이 매주 목요일마다 각기 다른 주제를 두고 펼치는 대화를 통해 인생을 진솔하게 논하는 작품이다.
연옥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작품은 시작부터 무대 위와 관객석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마치 누군가에게 설명하듯 말을 시작하는 연옥 덕분에 관객은 그녀의 말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연옥은 위암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털어놓는다. 그 후 정민이 등장하는데, 그는 이 사실을 모른다. 이와 같은 설정으로 연옥의 비밀을 알고 있는 관객은 관찰자 입장에서 극을 보면서도 상황과 인물의 감정에 더 이입하며 공감과 아픔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정민과 연옥의 사이는 특별하다. 두 사람은 이경이의 부모지만, 부부 사이는 아니다. 친구이자 형제처럼, 때로는 연인이자 천적이 되어 학창 시절부터 인연을 유지해 온 그들은, 정민이 불쑥 내던진 '매주 목요일 토론' 제안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지식을 뽐내고 의견을 나누는 토론를 하다가도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을 곱씹는다. 이때 무대 위에는 과거의 정민-연옥과 현재의 두 사람이 함께 공존하며 오묘하게 그리움이 묻어나는 분위기가 구축된다. 두 사람의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지금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면서도 한 발 앞으로 다가설 수 없는 건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온 많은 상황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민과 연옥의 관계는 어느 하나의 명확한 관계로 정의할 수 없다. 솔직하기가 두려웠던 두 사람은 결국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아픔을 극복하거나 외면해버린다. 긴 시간이 흘러 연옥의 죽음을 앞두고 마주한 진실은 그동안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지만, 바뀐 것은 없다. 연옥은 그녀답게, 정민은 그답게, 자신이 택한 길을 걷는다.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서정적인'이라는 수식어가 참 잘 어울리는 연극이다. 극의 분위기를 어우르는 배경은 따뜻한 색감으로 마치 따사로운 봄날을 연상시킨다. 전체적인 흐름이 잔잔해 자칫하면 극의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어 에너지를 불어넣는 역할이 중요한데, 이를 정민 역의 배우가 담당한다. 정민 역의 조한철은 능청스럽고 재치 있게 완급 조절하며 웃음을 선사, 극에 활력을 부여했다.
정민은 그동안 암에 걸린 사실을 숨겨왔던 연옥에게 오열하며 "제발 너한테 거짓말 좀 하지 마"라고 외친다.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특별한 인연을 오랜 시간 유지해온 정민과 연옥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 스스로 솔직해질 수 있는 계기를 떠올리게 한다.
대본을 보자마자 '그와 그녀의 목요일'에 마음을 빼앗겼다는 연옥 역 윤유선은 "극 중 연옥의 대사 하나하나에 공감되는 것은 물론 스스로에게 솔직했던 적이 있었는지, 내 삶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는 과연 나에게 솔직한가, 나도 모르게 많은 것을 끌어안고 버티고만 있지는 않은가, 그것이 나에게 과연 옳은 것인가.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가득 끌어안고 있던 나만의 짐을 잠시 내려놓게 허락한다.
오는 20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에는 연옥 역 윤유선·진경, 정민 역 성기윤·조한철, 젊은 시절 정민 역 김수량, 젊은 시절 연옥 역 김소정, 연옥의 딸 이경 역 박정원, 이경 남자친구 덕수 역 김주영·김승용이 출연한다.
(사진 제공=(주)스타더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