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연 감독/쇼박스 제공
원신연 감독/쇼박스 제공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소설 아닌 영화 애정에 초점 맞췄죠”

‘세븐 데이즈’, ‘용의자’ 등으로 ‘장르 영화의 귀재’로 불리는 원신연 감독이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돌아왔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원신연 감독은 원작 영화화에 대해 부담보다는 도전 의식이 생겼다고 털어놓으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부담보다 즐거움이 컸다. 영화적으로 재창조하더라도 원작이 훼손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었다. 김영하 작가님은 단번에 수락하셨다. 물론 원작자의 입장에서는 원작이 훼손될까 불안할 수밖에 없겠지만, 워낙 원작이 탄탄해 큰 틀이 훼손되지 않을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계셨던 것 같다.”

이어 “내가 빠른 시간 내 원작을 읽은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기존 제안 받았던 원작소설들, 그리고 웹툰들에 비해 그림이 잘 그려지더라. 활자를 읽기 시작한 순간 ‘김병수’(설경구 분) 캐릭터가 빙의되며 대체적인 그림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심지어 콘티 작업 돌입 전부터 웹툰보다도 잘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원신연 감독/쇼박스 제공
원신연 감독/쇼박스 제공

무엇보다 스크린에 옮겨진 ‘살인자의 기억법’이 흥미로운 지점은 소설 그대로 들고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 ‘김병수’의 살인에는 이유가 부여됐다.

“소설을 애정하는 것과 영화를 애정하는 건 다른 개념이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든 없든 소설 장르에서는 얼마든지 애정할 수 있는데 영화를 애정하려면 최소한 등장인물을 응원하거나, 등장인물의 시선, 목적이 관객 스스로가 동의하지 않으면 영화를 애정하기가 쉽지 않다. 캐릭터가 추가되거나, 변형되거나, 해체시켜 재조합한 건 영화를 애정 어리게 볼 수 있기 위한 중요한 무기였다.”

또한 ‘살인자의 기억법’은 원신연 감독의 또 다른 스릴러 ‘세븐 데이즈’와 달리 곳곳에 유머가 묻어나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스릴러에서 유머의 남발이 좋은 건 아니니 최소한으로 활용했다. 블랙유머 요소가 알츠하이머를 겪고 있는 캐릭터의 병적 요인으로 발휘되는 거니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의도적인 재미라기보다는 그런 유머들이 서스펜스를 자극할 것 같았다. 기억이 깜빡깜빡할 때 예상치 못한 행동들을 하게 되지 않나. 서스펜스를 자극하는 유머적 장치니 활용의 가치가 충분했다.”

원신연 감독/쇼박스 제공
원신연 감독/쇼박스 제공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연쇄살인범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원신연 감독은 그 분야 명의를 만나 검증도 받았다. 확신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명의’ 치매 편을 봤는데 너무 끔찍했다. 악마의 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다 쓰고 나서 명의분에게 보여드리고 싶더라. ‘김병수’의 병적 현상이 의학적 범위에 속하는지 명확해야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확히 안에 들어온다고 하셔서 의심 없이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원신연 감독은 자신의 장기 역시 십분 활용했다. “장기의 연장이라기보다 필연적으로 필요해서 연출된 부분들이다. 하지만 이왕 연출하는 거 잘하고 싶었다. 차량 전복이나 살인 몽타주는 CG로 표현하면 쉬운 장면인데도 실제 촬영을 고집했다. 계속 회전하는 느낌인데 실제 촬영한 거랑 CG는 받아들이는 느낌이 굉장히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 촬영해 조금 더 빨려 들어가는 실제감을 느낄 수 있는 거다.”

그러면서 “요즘은 영화가 소비되고, 즐기고 이런 문화가 자연스러운데 우리 영화만큼은 기억됐으면 좋겠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연쇄살인범이라는 소재 자체가 독특하고, 망상과 현실 사이에서 의심해가는 재미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원신연 감독의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은 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전국 극장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