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우아한 백조가 계속해서 물장구치듯 문소리는 오늘도 여러 역할을 동시에 해내기 위해 애쓴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는 트로피 개수는 메릴 스트립 부럽지 않지만, 정작 맡고 싶은 배역의 러브콜은 끊긴 지 오래인 데뷔 18년차 중견 여배우의 스크린 밖 일상을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은 작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여배우 문소리의 첫 번째 감독, 각본, 주연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은 단편 연출 3부작을 모아 장편으로 완성한 프로젝트다.
지난 2011년 출산과 육아로 한동안 영화 현장에서 멀어진 문소리는 연출로 관심을 돌리게 됐다. 당시 이유 없이 찾아온 무력감이 배우로서의 자존감을 떨어지게 했고, 스스로 그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선택한 것이 영화 공부를 더 해보자는 결심이었던 것. 이에 감독으로서 처음 도전장을 내밀게 된 작품이 ‘여배우는 오늘도’다. 물론 이 영화는 픽션이다. 하지만 문소리의 진심 100%로 만들어졌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1막, 2막, 3막으로 나누어 연기파 배우 타이틀과 메릴 스트립 안 부러운 트로피 개수, 화목한 가정 등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존재이지만, 정작 맡고 싶은 배역의 러브콜은 더 이상 없는 데뷔 18년차 중견 여배우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았다.
데뷔 18년차 중견 여배우의 현실을 소재로 삼았다고 해서 극이 무겁게 흘러간다고 예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화려하게만 보이는 여배우의 스크린 밖 일상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유머를 중요시하는 문소리가 여러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해 만든 웃음요소는 극이 전체적으로 밝은 톤을 유지하게 한다.
특히 ‘여배우’라는 타이틀을 놓을 수 없는 상황들에서 오는 유머는 웃음이 절로 터지게 한다. 더욱이 연기인지, 연기가 아닌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소리의 연기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리얼하다.
그렇다고 가볍지만은 않다. 연기력과 매력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여배우의 고군분투는 깊은 페이소스를 느끼게 해준다. 또 여배우임과 동시에 아내이자, 며느리이자, 엄마인 모습을 그려냈다. 여배우의 오늘뿐만 아니라 여성의 오늘 역시 보여주는 셈으로,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충분하다.
무엇보다 문소리가 매니저에게 갑자기 차를 세우라고 한 뒤 소리 지르며 달리는 모습은 강렬하게 각인된다.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제목과 가장 들어맞는 순간이다. 문소리가 왜 달리는 건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음에도 그 순간이 이해된다.
여기에 영화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 문소리의 남편이자 영화 감독인 장준환, 배우 이정현 등의 등장은 반가움을 안기는 동시에 다큐멘터리 같은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모그 감독의 음악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이처럼 문소리는 오늘도 하는 게 참 많다. ‘여배우는 오늘도’ 뒤에 붙을 동사가 엄청나게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도 배우로서, 교수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다양한 역할을 해내며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문소리에게, 또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응원을 보낼 수 있게 하는 영화다. 향후 연출 계획은 아직 모른다고 했지만, 그의 다음 연출작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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