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란제리 소녀시대’가 그린 대구 사투리는 어땠을까.
11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 KBS2 새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연출 홍석구, 극본 윤경아)에서는 1979년 대구를 배경, 정현여고 2학년 이정희(보나 분)가 손진(여회현 분)을 향한 풋풋한 짝사랑에 빠진 모습이 그려졌다.
대구 지역을 배경으로 했기에 ‘란제리 소녀시대’ 속 배우들의 대구 방언 연기에 자연스레 이목이 집중됐다. 대구 출신의 보나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배우들이 대구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 이 탓에 첫 방송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극 중 그려진 대구 사투리가 실제의 그것과 다르다는 평. 대구 출신인 보나 역시 사투리 지적의 중심에 섰다. 대구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사투리 억양에서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었다.
대구 사투리는 까다롭다. 기본적으로 영화, 드라마에서 많이 다루어졌던 부산 사투리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반면에 대구 사투리는 그간 미디어에서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더불어 경상도 방언에서 특이하게 나타나는 성조(음절의 음성연쇄에서의 소리 높이 변동), 각 지방 마다 달라지는 어미의 다양성과 악센트 등 역시 대구 사투리를 연기하는 까다로운 이유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부산 사투리 역시 다소 연기하거나 타 지역의 사람들이 쉽게 구사하기 어렵다.
성조는 온라인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2의 2승', '2의 e승'의 구분법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르다. 15세기 중세국어가 띄었던 형질을 많이 담고 있는 경상도 사투리는 성조에 따라서 의미구분이 달라지는 말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가가가가가’. ‘가’가 단순히 다섯 번 반복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성조를 사용해 발음했을 시 속뜻은 ‘그 애가 가氏니?’로 해석 가능하다.
여기서 또다시 대구 사투리와 부산 사투리가 구분되는 선이 생긴다. 대구 사투리의 경우 성조의 강한 악센트가 문장의 앞에 주로 위치하지만 부산 사투리의 경우 문장의 뒤에 주로 위치한다. 물론 이러한 점을 드라마의 사투리 연기를 파악하기 위해 거론할 필요는 없다. 이 미묘한 차이는 오로지 그 지방권의 사람들만이 구분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 보나의 사투리 연기는 이러한 지점에서 분명 대구권의 사투리였다. 도희 역시 다소 경남권의 사투리 형질을 띠기는 했지만 악센트가 주로 문장의 앞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경북권에서 주로 사용치 않는 어휘의 사용,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 어휘는 ‘란제리 소녀시대’가 가지고 있는 옥에 티가 되는 것을 확실하다. 또한 익숙하지 않은 대구 사투리 연기는 그 지역의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안 하니만 못한 부분이 된 점도 있다. 허나 ‘란제리 소녀시대’가 재연하고자 했던 것이 완벽한 사투리가 아닌 그 당시 시대상과 그 시절 여성, 여고생, 청춘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라는 것을 작품을 평하는 데에 있어 우선순위로 둬야한다.
물론 극의 재미와 몰입도를 높이는 사투리 사용에 대한 부분은 철저한 고증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번 논란은 ‘란제리 소녀시대’를 비롯해 사투리를 사용하는 다양한 작품들이 지방 언어에 대한 좀 더 철저한 이해를 가지기 바라는 시청자들의 바람이 깃들여져 있는 것이다. 까다로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 부분이 극의 풍부함을 높인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한편 ‘란제리 소녀시대’는 이러한 점을 제외하고는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 청춘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첫 회에서 풀어지며 그 기대를 높였다. 과연 ‘란제리 소녀시대’는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에서 어떤 재미를 주며 사투리 논란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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