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지 기자] 배우 박희본이 생활 연기로 '아르곤' 속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가 tvN 월화 드라마 '아르곤'(연출 이윤정/극본 전영신, 주원규, 신하은)에서 맡은 육혜리 역은 꽤 특별해 보인다.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한 경험을 쌓겠다며 보도국 구성작가가 되었다는 점, 어느덧 보도국 구성작가 일을 10년 째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여섯 번째 계약 갱신을 앞둔 시점에 고민에 빠졌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육혜리 역할의 특별함을 배가한 건 단연 박희본의 연기력이었다. 박희본은 청춘을 고스란히 보도국에 바친 육혜리의 고뇌, 고민, 여기에서 비롯된 절망감, 좌절 등의 어두운 감정을 자연스럽게 연기 중이다. 마치 실제로 10년간 구성 작가 일을 해본 것 처럼, 작가만의 고충을 모두 겪어본 것 처럼 말이다.

박희본의 생활 연기가 빛을 발한 순간은 11일 방송에서였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신철(박원상 분)과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와인 몇 잔을 들이켠 박희본은 만취 상태에 이르렀고, 그동안 신철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머리카락을 털털하게 넘기거나 고개를 뒤로 젖히며 짧은 한숨을 내쉬는 등 섬세한 만취 연기를 펼쳤다.

만취 연기는 연기력을 과시하는 데에 좋은 장면이지만, 자칫하면 다소 과하게 보일 수 있어 시청자에게 거부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그러나 박희본은 이질감 느껴지지 않는 절제된 만취 연기로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배가했다. 그는 무덤덤한 말투 속 진심 어린 속내, 초점 없어 보이지만 말하고자 하는 게 분명해 보이는 눈빛 등으로 육혜리의 고된 일상을 설명해냈다.

이후 박희본은 신철 역의 박원상으로부터 모든 스킨십이 만우절 장난에 불과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리며 시청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박희본이 흘린 눈물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를테면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 신철에 대한 원망, 스스로에 대한 질책, 현실에 대한 좌절 등과 같은 감정들. 박희본은 이와 같은 복잡한 감성을 눈물 한 방울에 함축해서 표현, 시청자와 감정선을 공유했다.

또한 2회 방송에서는 박희본은 이연화를 연기한 천우희에게 "구성작가를 딱 1년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월화수목금금금'을 11년째 하고 있다"며 속에 담아뒀던 서러움을 토로했다. 이때 박희본은 술기운에 못 이겨 말을 이따금 멈추는가 하면, 차진 욕설을 내뱉으며 누구나 현실에서 한 번쯤 마주했을 법한 직장 동료를 연기했다.

'아르곤'에는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김주혁, 천우희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박희본은 적은 분량임에도, 작은 역할임에도 최선을 다해 육혜리 역을 열연, 캐릭터의 특별함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매회 '아르곤'의 씬스틸러로 맹활약 하고 있는 박희본의 향후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아르곤'은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사진 = '아르곤'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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