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인의 사랑' 포스터
영화 '시인의 사랑' 포스터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평범함 속 움트는 특별함이 감성을 자극한다.

영화 ‘시인의 사랑’은 인생의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사랑을 맞닥뜨린 시인, 그의 아내 그리고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감성 드라마로, 전 세계의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들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들이 초청되는 토론토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섹션에 초청됐다.

이 영화는 시인 역의 양익준의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시와 함께 제주도의 일상을 보여주며 시작부터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시인의 사랑’의 강점은 무엇보다 양익준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다.

영화 '시인의 사랑' 스틸
영화 '시인의 사랑' 스틸

그동안 주로 건달 역을 도맡아 무서운 것 없이 강할 것만 같다는 인상으로 각인된 그는 이번 작품에서 시인으로 변신했다. 양익준이 분한 ‘현택기’는 시를 쓰는 재능도, 먹고 살 돈도 심지어 정자마저도 없는 인물이다.

양익준은 시인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늘림과 동시에 헝클어진 머리칼, 웃자란 수염과 뿔테 안경으로 외적인 변화에도 신경을 썼다. 더욱이 멍하거나 심드렁한 표정으로 시인의 어리숙함을 고스란히 살려 웃음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아내와 소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감정 역시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아내 전혜진, 그리고 친구 김성균과의 케미는 유쾌하기 그지없다.

전혜진은 극중 무능한 남편이자 철없는 예술가인 시인을 구박하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내로 걸크러시 매력을 발산한다. 머릿속 생각을 고민 없이 내뱉는 사이다 성격을 전혜진 특유의 맛깔나는 대사 구사력으로 그려내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러한 씩씩함과 함께 아무도 모를 서글픔조차 놓치지 않는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이들의 평온한 일상을 뒤흔들게 되는 중요한 존재 소년은 신예 정가람이 연기했다. 소년은 해사한 얼굴 뒤로 마음의 상처를 지닌 인물로, 대사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 정가람은 순수함부터 불우한 환경에서 오는 아픔까지 깊은 눈빛으로 전달, ‘시인의 사랑’만의 감성을 극대화시킨다.

영화 '시인의 사랑' 스틸
영화 '시인의 사랑' 스틸

이처럼 ‘시인의 사랑’은 세 사람의 관계 그리고 감정 중심으로 흘러간다. 또 시인이라는 인물을 내세운 만큼 상황에 따라 활용되는 시는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시인과 소년 사이 사랑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흐르는 묘한 기류를 불편하게 느끼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시인과 소년이 처한 상황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 올로케이션으로 촬영이 진행돼 힐링하기 제격이다. 일반적인 영화들이 제주도를 배경으로 삼을 때 제주도임을 단번에 알 수 있는 곳들을 촬영지로 택했다면, ‘시인의 사랑’은 다르다. 오히려 제주도 실제 사는 사람들의 공간들을 촬영지로 선정해 평범함을 기본으로 깔고, 인물들의 감성이라는 특별함을 부여했다.

특히 ‘시인의 사랑’은 시인, 아내, 소년까지 어느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도넛(영화 속 매개체)을 먹는 순간처럼 따뜻한 선물 같은 영화가 될 듯하다. 현재 상영 중.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