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돼 있습니다.
'아이 캔 스피크'에서는 '박열' 역시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1일 개봉해 개봉 7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 중인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민원 건수만 무려 8000건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 '옥분'(나문희 분)과 오직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상극의 두 사람이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면서 진심이 밝혀지는 이야기.
이 영화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휴먼 드라마 같지만, 들여다보면 깜짝 놀랄 반전이 있다. 바로 위안부 소재를 다룬 것. 이 같은 사실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 슬픈 역사를 정공법이 아닌 우회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에 '아이 캔 스피크'의 하이라이트는 '옥분'의 미 의회 증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있었던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 공개 청문회 장면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재현한 것.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 위치한 실제 의회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해당 장면에서는 '박열'의 모습이 보여 반갑다. '박열'은 이제훈의 전작에서의 캐릭터다. '박열'은 1923년 도쿄 6000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으로, 이제훈은 극중 '박열' 역을 맡아 폭발적인 연기력으로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박열'은 일본 제국의 한복판에서 항일운동을 하기 위한 남루한 생활을 하지만, 조선인을 조롱하는 일본인에게 칼을 휘두르는 등 기세만은 당당했던 말 안 듣는 조선인 중 가장 말 안 듣는 조선인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아이 캔 스피크' 미 의회 증언 장면에서 '민재'가 주먹을 불끈 쥐거나, 일본인에게 욕을 하는 장면은 '박열'을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다.
연출을 맡은 김현석 감독 역시 헤럴드POP에 "이제훈이 욕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순간 '박열'에 빙의됐다고 하더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자료들을 찾아보면 누구나 욱할 수밖에 없다. 내가 외치고 싶은 욕을 '민재' 캐릭터가 대신 해준 셈이다. 한 컷이긴 하지만 주먹 쥐는 모습도 '박열'을 떠오르게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처럼 이제훈은 '박열'에 이어 '아이 캔 스피크'에서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내재돼 있는 분노를 대신 터뜨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아이 캔 스피크'의 '민재'로부터 '박열' 찾기는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반가움과 통쾌함을 안겨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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