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장우영 기자] 연예계 생활을 20년 넘게 이어온 김주혁은 아직도 자신을 채찍질 하는 중이다. 매 작품마다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에게 있어 연기는 매일이 고민이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가고 있다.
지난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주혁은 ‘카이스트’, ‘프라하의 연인’, ‘떼루아’, ‘무신’, ‘구암 허준’ 등 드라마와 ‘YMCA 야구단’, ‘싱글즈’, ‘홍반장’, ‘광식이 동생 광태’, ‘청연’, ‘사랑따윈 필요없어’, ‘아내가 결혼했다’, ‘방자전’, ‘투혼’, ‘커플즈’, ‘뷰티 인사이드’, ‘좋아해줘’, ‘비밀은 없다’, ‘공조’, ‘석조저택 살인사건’ 등 영화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김주혁의 주 활동 무대는 스크린이었다.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낸건 지난 2013년 종영한 ‘구암 허준’이 끝이었고, 그나마 안방에서 김주혁을 볼 수 있었던 건 예능프로그램 ‘1박2일’ 뿐이었다. 그랬던 김주혁이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아르곤’을 택했을 때는 기대가 모이기 충분했다.
김주혁은 ‘아르곤’에서 팩트제일주의자 김백진 역을 맡았다. 김주혁은 첫 등장부터 카리스마 넘쳤다. 날카로운 눈빛과 정확한 발음은 마치 진짜 앵커인 듯 했고,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충분했다. 김주혁의 외모적인 부분과도 맞물리면서 더욱 시너지 효과가 났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아르곤’을 이끈 김주혁은 호평 받기 충분했고, ‘아르곤’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김주혁은 ‘아르곤’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작품 선정 기준은 작품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대본’이었고, ‘아르곤’은 그의 기준에 부합했다.
“‘아르곤’의 글이 좋아서 출연했어요. 드라마 같지 않고, 과하지 않았죠.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충격이라기 보다는 기존 드라마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도 당시 출연하기로 했던 영화가 무산돼 일이 없었죠.(웃음)”
‘아르곤’에서 김주혁은 원맨쇼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대사량을 소화해야 했다. 때문에 8부작으로 짧은 호흡임에도 김주혁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드라마를 마친 뒤 많이 힘들었다는 김주혁이지만 그는 ‘아르곤’을 해서 좋다고 밝혔다.
“앵커 역할이라 말이 너무 많았어요. 대사는 많은 데 시간은 없고, 대사에 치여서 표현할 수 있는 부붕늘 더 못했어요. 완전히 숙지하지 못했을 때 더 할 수 있는 걸 못하는 심정은 괴롭죠. 하지만 팀 분위기도 좋았고, ‘아르곤’을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김백진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김주혁은 여러 방면으로 참고를 하고 조언을 구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내 스타일대로 하자’였다. 그 누구를 참고하고, 따라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김주혁만의 ‘김백진’이 탄생했고,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모든 뉴스를 많이 봤지만 내린 결론은 ‘내 스타일대로 하자’였어요. 누구를 따라해서 될 일이 아니었죠. 앵커이기 때문에 발음 교육 같은 건 받았는데 그것 또한 ‘꼭 그렇게 해야하나’ 싶었어요. 아쉬운건 배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말에 감정이 실릴 수 밖에 없었죠. 드라마인데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면 딱딱할 것 같았고, 없애려고 했지만 감정이 말에 들어가면서 분위기를 타게 했어요.”
많은 대사량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애드리브로 이를 대체한 부분도 있다. 김주혁은 ‘아르곤’ 속 애드리브에 대해 굉장히 많이 했다고 밝히면서, 특히 박원상(신철 역)과의 케미는 말을 하지 않아도 최고였다고 말했다.
“애드리브가 꽤 많았어요. 특히 8화에서 박원상에게 술먹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대사를 외우지 않은 부분이에요. 비슷한 맥락만 외우고 비슷하게 가겠다고 미리 이야기했죠. 나도, 박원상도 자신의 대사만 생각하지 않고 잘 받아주고 전달하는 스타일이라 가능했죠. 상대방의 말에 귀를 열고 있으니 애드리브가 되더라구요. ‘눈으로 보고 귀가 열리면 여유가 생긴다’라는 말을 한 배우가 있는데 그게 바로 선배와 후배의 차이 같아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힘을 빼는 것’이죠.”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언급한 김주혁은 자신을 프로로 가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연예계 생활을 20년 넘게 하면서도 아직 멀었다는 것.
“힘을 빼는 작업을 하고 계속 하고 있어요. 남의 소리를 듣고 깊이 있게 이해하니까 리액션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저는 제 스스로를 질책하는 걸 연기의 원동력으로 삼아요. 매일이 고민이죠.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라고 매일 고민해죠. 그렇게 고민을 계속하다보니 방향성은 잡은 것 같아요. 그 길이 멀지만 ‘엉뚱한 길로 가고 있지는 않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김주혁이 생각하는 연기의 지향점은 무엇일까. 잠시 고민하던 김주혁은 이에 대한 대답으로 ‘자연스러움’과 현재의 연기 트렌드와 스타일을 캐치하는 것을 꼽았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게 요점이었다.
“저는 아직 멀었어요. 뭐든 유행이 있든 연기도 마찬가지에요. 연기도 유행과 스타일이 있어요. 현실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스타일을 캐치해야 해요. 결국 마지막 지향점은 ‘가장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 싶어요. 그걸 위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죠.”
꽤 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 김주혁이지만 그는 아직도 해보고 싶은 역할이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그것이 연기자라는 직업이 주는 매력이고, 이를 통해 자신도 발전한다는 것.
“전세계 사람들이 모두 다르듯, 직업도 다양하고 무궁무진하죠. 그런 점에서 연기자라는 직업은 매력적이죠. 촬영할 때는 힘들지만 마치고 나면 생기를 되찾게 되죠. 다음에 작품을 하게 되면 멜로를 하고 싶어요. 가슴 두근거리는 게 아닌 지루한 멜로를 해보고 싶어요.”
‘아르곤’을 마친 김주혁은 스크린으로 활약을 이어간다. ‘아르곤’을 촬영하면서 오는 2018년 개봉 예정인 영화 ‘독전’을 촬영했다는 김주혁은 ‘독전’ 외에도 ‘흥부’, ‘창궐’ 등에 출연하며 열일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동안 예능에서 보여준 ‘구탱이형’의 이미지를 산산조각내고 연기자라는 이미지를 다시 심어준 김주혁의 열일 행보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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