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순수한 건 오염되기 쉽죠” 영화 ‘유리정원’ 속 ‘재연’(문근영 분)의 울부짖음이다. ‘유리정원’은 홀로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를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무명 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상에 밝혀지게 되는 충격적인 비밀을 다룬다.
이 영화는 오프닝에서 신비로운 숲의 풍광을 보여줌과 동시에 소리를 들려주며 숲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한 남자가 나무를 자르는 모습과 함께 초록색 피가 흘러나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유리정원’은 한 편의 동화 같다.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던 ‘재연’이 후배에게 연구 아이템을 도둑맞고 사랑하는 사람마저 빼앗겨 어린 시절 자라던 숲 속의 유리정원 안에 스스로를 고립한다. 이처럼 독특한 소재로 빈틈없는 스토리를 구성, ‘유리정원’은 좀처럼 접하지 못한 신선함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문근영의 변신이 돋보인다. 그동안 본 적 없는 새로운 분위기를 스크린 가득 담아냈다. 특히 이상을 꿈꿔온 순수한 과학도였을 때는 티 없는 맑음을, 욕망에 사로잡힌 이들로 인해 좌절을 맛보면서는 모든 걸 잃은 절망 역시 섬세하게 그려냈다.
대사보다 눈빛으로 표현해야 했음에도 불구 특유의 깊은 눈동자를 통해 순수와 광기를 넘나드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뿐만 아니라 김태훈은 다소 이질적이게 느껴질 수 있는 ‘유리정원’이 매끄러울 수 있게 힘을 실었다. 이상주의자로 ‘재연’에게 공감하다가도, 성공 앞에 흔들리는 현실주의자인 이중적인 캐릭터로 주어진 것 이상 표현해냈다. 더욱이 안면경직 설정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나무가 돼 가는 남자’로서 몰입감을 높인다.
하나의 캐릭터라 할 만큼 중요한 숲은 CG가 아닌 100% 실제로 담아냈다. 생명력 넘치는 초록의 느낌은 경이로움으로 물들인다. 또 숲이 주는 몽환적인 분위기는 판타지적인 면을 극대화시키며 힐링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일상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어 놀랍다. 초록의 피, 나무의 저주 등 판타지 요소를 곳곳에 배치, 한 여자의 인생을 훔친 소설가가 엮어가는 소설과 현실을 넘나든다. 서태화가 분한 ‘정교수’가 그 중심에 있으며, 음악 역시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한다.
판타지 속 인물을 통해 현실성을 살리려는 신수원 감독의 디테일함이 돋보인다. 신수원 감독은 “타인의 욕망에 의해 삶이 파괴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인간,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영화다. 꿈과 이상이 현실에 의해 좌절된 주인공들을 위로하는 과정에서 힐링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수원 감독이 던지는 의문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과 함께 여운을 진하게 남기며 울컥하게 만든다. 치유의 공간 ‘유리정원’이 관객들 역시 매료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절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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