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장우영 기자] 카리스마. 묵직함, 냉정함. 배우 박병은이 지금까지 맡아온 캐릭터들을 표현하는 단어들은 이렇다. 하지만 이제는 수식어를 하나 더 붙여야 할 것 같다. ‘천의 얼굴’이다.
연예계에 데뷔한 뒤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5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던 박병은. 그가 확실하게 존재감을 알린 건 영화 ‘암살’에서 전지현의 약혼자인 일본 장교 카와구치였다. 서늘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박병은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각인시켰다.
이 때문이었을까. 그 후로 박병은은 주로 악역을 맡았다. 악역이 아니어도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캐릭터가 그의 몫이었다.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 냉혈한 해결사 강프로가 그랬다. KBS2 ‘추리의 여왕’에서 프로파일러 우성하는 악역은 아니었지만 따뜻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강한 인상과 강렬한 눈빛으로 인해 ‘악역 전문’으로 남는 듯 했던 박병은. 하지만 그는 2017년 새로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와 매력을 얻었다. 그에게 이런 선물을 안겨준 작품은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 박병은은 이 작품에서 유머와 재치를 탑재한 CEO이자 사랑에 직진하는 상남자 마상구 역을 맡았다.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유머를 입은 박병은은 이전에 보여줬던 이미지와는 상반된 코믹하고 자유분방한 스타일의 캐릭터를 보여줬다.
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박병은은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선택한 이유부터 소감까지 세세하게 밝혔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현장에서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연기를 하면서 늘 부담감,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등 예민한 상태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하면서는 현장 가는게 즐거웠죠. 다른 느낌을 얻은 드라마고, 연기적으로 얻은 게 큰 작품이에요.”
현장에서 즐거웠던 마음은 캐릭터를 통해 바로 드러났다. 박병은은 마상구라는 캐릭터를 맡아 폭소를 유발하는 애드리브와 생활 연기로 극에 재미를 더했다. 상남자스러우면서도 순정적인 입체적인 면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마상구라는 캐릭터는 내 연기에 큰 가르침을 줬어요. 현장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알려줬죠. 이전에는 혼자만의 갇힌 연기를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제가 앞으로 다른 역할을 하더라도 열리고 편했던 지금의 마음으로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박병은이 ‘이번 생은 처음이라’와 마상구를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마상구가 가진 다양성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마초남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초반 대본을 보고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마초남이 아닌 순정남이었죠. 연애에 대해 모두 아는 척하지만 알고보니 허당이었죠. 반복되는 여러 성격들이 매력적이었어요.”
박병은이 맡은 마상구부터, 이민기, 정소민, 이솜, 김민석, 김가은이 연기한 모든 캐릭터는 현실을 반영한 캐릭터들이어서 젊은 세대들과 공감할 수 있었다. 트렌드를 반영하며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평균 3~4%대 시청률로 선전했고, 마지막화에서는 4.9%(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로 마무리됐다.
“솔직하고 요즘 트렌드에 맞는 친구들의 행동이나 대사가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남자들이 모이면 여자 이야기하고, 여자들이 모이면 화장품 등의 이야기를 하는게 도식적이었는데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그런 부분을 깼죠. 솔직하게 잘 표현된 부분 때문에 젊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은 것 같아요.”
이솜과의 케미도 일품이었다. 마상구가 우수지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순정남의 표본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후 사랑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에도 부딪혔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를 해결해가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솜 씨가 드라마는 처음이라고 걱정했어요. 그래서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저도 같이 걱정을 했죠. 그런 걱정을 덜 수 있었던 건 리딩 후 회식을 하면서였죠. 대화를 많이 했어요. 회식 자리에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커플로서의 믿음, 잘해보자라는 다짐이 생겼죠. 배우들간의 친밀도가 중요한 드라마였기 때문에 사전에 만나서 이야기한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이솜 씨가 잘해줘서 커플 연기를 한 저로서는 정말 고마워요.”
박병은은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이솜 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와 호흡이 좋았다. 모든 캐릭터의 인연의 시작에 마상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케미의 중심이었던 박병은은 이런 케미 비결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누구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지 않는 편이에요. 배우들간의 친밀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촬여하고, 배우로서 연기하고 있다는 것에 행복한데, 사랑하고 좋아하는 현장과 동료들이 있는데 굳이 싸울 필요가 있겠나 싶어요. 내가 출연한 작품이 사랑을 받고, 캐릭터를 넘어 저를 사랑해주시는데 그런 상황이 너무 행복해요.”
‘이번 생은 처음이라’까지 마친 박병은은 바쁘게 2017년을 보내고 있다. 영화 ‘원라인’, ‘특별시민’에 출연했고, 드라마에는 드라마스페셜 ‘국시집 여자’, ‘추리의 여왕’을 했다. 현재는 영화 ‘안시성’을 촬영하며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이렇듯 바쁘게 2017년을 보내고 있는 박병은에게 2017년은 어떤 해였을까.
“2017년은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제가 출연한 작품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올해 열심히 했던 작품이 내년에 개봉하기도 하는데 그 작품 또한 좋게 나와서 좋은 평가를 받고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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