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빛나는 한류 드라마의 뒤에는 열악한 스태프들의 환경이 존재한다.
2016년 10월, 연예계에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tvN ‘혼술남녀’의 신입조연출이었던 故이한빛 PD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었다. 당시 故이한빛 PD는 유서를 통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노동력 착취와 언어폭력에 시달렸던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열악한 한국사회의 드라마 제작환경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 뒤 약 15개월이 흐른 지금의 드라마 제작 환경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난해 12월 23일 벌어진 tvN ‘화유기’ 촬영현장에서 벌어진 사고를 바라본다면 당시의 열악한 제작환경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23일 새벽, JS픽쳐스의 이철호 미술감독의 요청에 따라 MBC아트 소속 소도구 담당 직원이 세트 내 샹들리에 설치를 위해 천장에 올라가 작업하는 도중 천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추락 사고가 발생한 것. 단순한 재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확실한 인재였다.
해당 사고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무리한 편성에 따라 장시간 노동이 반복되는 가운데, 계약 내용에도 없는 무리한 작업 요구가 빈번했고, 또한 제대로 된 설계도면도 없이 부실한 자재로 시공된 환경, 안전 장비 없이 무리한 작업 요구를 수행한 것으로 조사했다. 어느 부분을 살펴봐도 단순 사고로 볼 사항이 없다. 드라마 제작환경은 여전히 故이한빛 PD가 일을 하던 그 당시의 상황과 달라진 지점이 없었다.
또한 지난해 28일 진행된 언론노조의 사고 현장 조사 결과 역시도 이런 상황을 증명하듯이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을 여실히 드러냈다. 촬영장 외부에는 폐자재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었으며, 세트장 이동 구간에는 이동이 힘들 정도로 각종 촬영 장비 및 도구들이 흩어져 있었다. 또한 전선들조차 마구잡이로 바닥에 깔려있어 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환경이었다. 또한 페인트 등의 인화물질까지 밀폐된 촬영 현장에 방치되어 있는 상황. 누가 봐도 열악한 환경이었다.
언론노조가 밝힌 촬영현장 뿐만이 아니다. 스태프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생방송처럼 촬영되는 제작 환경과 방송사의 무리한 편성. 이에 제작진에서는 빠른 시간 안에 열악한 환경에서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내놓아야 하는 시스템에 갇혀 무리한 노동 착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사전제작드라마의 제작을 대안으로 내놓지만 그럼에도 세트장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한류를 선도하는 화려한 드라마 뒤에는 이처럼 많은 스태프들의 희생이 담겨있었다. 이에 언론노조 측은 지금의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 서야 하며,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및 드라마 세트장에 대한 일괄적인 안전 점검 등을 요구했다. 또한 가장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드라마 제작 관행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단 이런 환경이 최근에만 벌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방송가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던 무리한 제작환경과 안전 불감증. 하지만 여전히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고, 스태프와 배우들은 위험한 환경에서 촬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과연 이번 사고로 인해 한국의 드라마 제작현장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의 말 따라 “우리의 영상 콘텐츠 수준이 높아진 만큼 안전에 대한 대책도 더욱 성숙해져야” 하는 시점이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