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염력' 포스터
영화 '염력' 포스터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우리의 현실이 판타지 장르에 녹아들었다.

영화 ‘염력’은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아빠 ‘석헌’(류승룡 분)과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빠진 딸 ‘루미’(심은경 분)가 세상에 맞서 상상초월 능력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지난 2016년 여름 ‘부산행’으로 1156만 관객을 사로잡은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연상호 감독이 전작 ‘부산행’에서 좀비를 내세워 사회적 메시지를 넣은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초능력이라는 소재로 도시개발, 자본주의 등으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점을 비틀었다는 점이다.

개봉 전부터 공개된 포스터, 스틸, 예고편 등을 통해 살짝 맛을 보여줬듯 류승룡 특유의 유쾌한 면모가 잘 담겼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가진 자와 가지지 않은 자의 대결을 토대로 극이 흘러가는 가운데 류승룡, 심은경 등을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 설정, 이들에게 감정이입하게 되면서 같은 편으로 끌어당긴다. 그것이 ‘염력’의 매력이다.

영화 '염력' 스틸
영화 '염력' 스틸

평범한 한 남자가 갑자기 염력을 얻게 되며 점차 변화해가는 과정이 주된 뼈대다. ‘석헌’의 염력으로 라이터를 낚아채고 재떨이를 들어 올리는 일상 활용법부터 유리겔라처럼 유명세를 얻고 떼돈을 벌 수 있길 꿈꾸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반면 곤경에 처한 딸을 지키기 위해 염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통해서는 진한 부성애를 느낄 수 있다.

류승룡표 히어로는 지극히 한국형으로 할리우드 영화 속 히어로처럼 휘황찬란함은 없지만,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에 부성애를 바탕으로 하기에 짠하면서 공감대가 형성된다.

이처럼 초능력을 소재로 삼았으면서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배우들의 현실적인 연기력이 한 몫 했다. 류승룡은 하루아침에 염력을 갖게 된 남자 ‘석헌’ 역을 맡았다. 평범한 아빠로 보이기 위해 12kg를 증량하는가 하면, 고난도 와이어 액션까지 소화해냈다. 특히 ‘염력’에서 초능력은 디지털뿐만 아니라 아날로그적 요소가 많이 활용된 가운데 류승룡표 코믹 표정 연기와 잘 어우러져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게 만든다.

심은경의 경우는 기존 작품들에서 선보여온 독특함을 벗고 평범함에 초점을 맞췄다. 가장 어려울 수 있는 생활연기마저 자연스레 그려내며 ‘루미’ 특유의 생활력, 용기 등의 특징을 섬세하게 짚어냈다.

영화 '염력' 스틸
영화 '염력' 스틸

무엇보다 생애 최초 악역에 도전한 정유미가 짧은 비중에도 불구 돋보인다. 정유미 특유의 해맑음이 묻어난, 그간 보지 못한 매력 있는 악역을 탄생시켰기 때문. ‘윰블리’ 정유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갑다. 박정민, 김민재 등도 매 작품에서 그랬던 것처럼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염력’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초능력 구현이었을 터. 초현실적인 액션을 오히려 리얼하게 담고자 현실적인 앵글로 촬영을 하는가 하면, 실제 현장에서 연출되는 액션과 CG의 조합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가벼운 오락과 묵직한 메시지 균형 조절에 실패한 듯보여 호불호는 갈릴 듯하다. 이에 주제 선택은 좋았으나, 방법적인 면에서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 유쾌하고, 코믹한 혹은 판타지적인 히어로물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 같기도. 그럼에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초능력 소재로 참신한 도전을 한 만큼 영화가 끝난 뒤 류승룡표 초능력을 한 번쯤은 따라해보는 기이한(?)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

연상호 감독은 “지극히 평범한 남자가 정의감을 갖게 되는 과정이 시각화돼 보다 큰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바란다. 스릴일 수도, 유머일 수도, 감동일 수도 있는 재미를 즐겨달라”라고 당부했다. 연상호 월드가 이번에도 환영받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개봉은 오늘(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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