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부' 포스터
영화 '흥부'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신선한 발상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무겁지만 희망적이다.

어릴 적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욕심 많은 형 놀부는 착한 동생 흥부를 집에서 쫓아버리고 집과 재산을 모두 자기의 것으로 만들었다. 놀부는 흥부가 굶주림에 쌀을 부탁하려 왔음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쫓아내버리는 심술궂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후 흥부는 다리를 다친 제비를 구해주고, 박씨를 받아 부자가 된다. 이에 놀부는 그런 흥부를 시기하며 일부러 제비의 다리를 분지른 후, 제비가 가져다 준 박씨로 더 큰 부자가 될 꿈을 꾼다. 하지만 대개 고전소설의 결말이 그러하듯, 놀부는 벌을 받고 거지가 된다.

영화 ‘흥부’를 생각하면 가장 처음 떠오르는 고전소설 ‘흥부전’의 내용이다. 하지만 영화 ‘흥부’는 ‘흥부전’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새롭게 창작하며, 고전소설의 그것과는 이야기 전개 양상을 달리한다. 특히 영화는 인물의 구성부터 뒤집어버린다. 그 출발은 주인공 흥부(정우 분)에서부터. 영화는 ‘흥부전’의 작가가 흥부라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렇게 영화 ‘흥부’는 과거 민란 속에서 헤어진 형 놀부(진구 분)을 찾기 위해 유명한 작가가 된 흥부가 이후 ‘흥부전’의 모티브가 되는 인물들을 만나 민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쓴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영화 '흥부' 스틸
영화 '흥부' 스틸

이 과정에서 ‘흥부’는 ‘흥부전’의 권선징악 테마를 가져옴과 동시에 풍자와 해학을 적재적소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서 영화는 ‘흥부전’의 모티브가 되는 인물들을 끌어온다. 조혁(김주혁 분)과 조항리(정진영 분)가 그 인물들. 빈민촌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키우며 민란군과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가 된 동생 조혁과, 권력과 야망에 눈이 멀어 후에는 조선을 가지려는 야욕을 드러내는 형 조항리. 백미경 작가와 조근현 감독의 상상력으로 태어난 두 인물은 고전소설 ‘흥부전’이 단순하게 형제간의 이야기로 시작되고 끝맺음되는 한계를 넘어 백성들의 꿈을 이야기하는 거대담론을 끌어오는 역할로 자리매김한다.

조항리가 정치적 암투를 벌이며, 조선을 삼키려는 행태는 풍자로, 이 과정을 그리는 태도는 해학으로 담고자 한 ‘흥부’는 조혁을 통해서는 민중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관객들처럼 함께한 흥부는 이들의 이야기를 소설 ‘흥부전’에 담는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인물들이 내보이는 행동과 배경은 매우 사실적이다. 실제 미술 고증에 큰 힘을 실었다는 조근현 감독의 의중과 같이, 영화는 코미디를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을 과장되게 그리기보다 좀 더 실제 존재했을법한 인물로 그려내려 노력한다.

영화 '흥부' 스틸
영화 '흥부' 스틸

여기에는 정우, 故 김주혁, 정진영, 진구, 천우희 등의 탄탄한 연기력이 큰 힘으로 작용한다. 혹시나 인물의 중심을 잃어버리게 되면 영화의 구조 자체가 헐거워질 수 있는 지점에서 배우들은 각자가 만들어내는 인물들의 생생함으로 영화의 이음새를 탄탄하게 메운다. 특히 안타깝게도 유작이 되어버린 ‘흥부’에서 故 김주혁은 생생한 모습으로 조혁을 연기하며, 뭉클함을 전달하기도 한다. 몇몇 장면들에서는 마치 미처 전하지 못한 인사를 관객들에게 직접 건네는 듯한 느낌을 주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배우들의 열연과 신선한 발상에도 불구하고 ‘흥부’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풍자와 해학을 그림에 있어 너무 극의 톤이 무겁다는 점이 그것이다. 권선징악의 테마를 끌어오는 데 있어 ‘흥부’는 지난 대통령 탄핵 정국과 촛불 광장의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떠올리게 만든다. 풍자를 모토로 하는 ‘흥부’이기에 수긍이 가지만, 영화는 다소 이 부분에 힘을 쏟으려 하다 보니 웃음의 균형을 잃어버린다. 특히나 후반부에 들어서는 해학적으로 보여야 하는 부분에서 웃음보다는 진중함이 우선시되는 결과까지 낳아버린다.

영화 '흥부' 스틸
영화 '흥부' 스틸

또한 다소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메시지는 영화 자체가 다소 교시적으로 느껴지게 만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영화를 연출한 조근현 감독은 “‘흥부전’은 다른 많은 고전 소설 중에 유독 해학과 풍자가 아주 장점인 작품인다”라며 “해학과 풍자, 그리고 권선징악이라는 아주 단순명쾌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렇게 ‘흥부’는 풍자와 해학을 위해 영화의 톤을 밝게 유지하려 노력한다. 허나 해학적인 측면이 강하게 부각되어야 하는 몇몇 장면에서 ‘흥부’의 톤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부’는 영화가 가지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적인 측면을 가진다. 또한 영화 내내 남다른 브로맨스 케미를 보여주는 정우와 故 김주혁의 연기 호흡 또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 과정에서 故 김주혁이 남긴 따스한 웃음은 마음 속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한다. 그 때문일까. 영화 ‘흥부’ 속 “꿈을 꾸는 자들이 모이면 세상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겠는가”라며 희망을 전해주는 故 김주혁의 목소리는 더욱 생생하고 의미 깊게 다가온다. 오는 2월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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