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미투 운동이 활발히 지속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문제가 커지고 있다.

“나도 당했다.” 이 한 마디가 터져 나올 때까지 피해자들은 고심하고 이미 한 번 상처 받은 마음을 추슬러야 했다. 하지만 폭로 이후 피해자들은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을 견뎌야 했고, 또 다른 상처를 주는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오랜 시간 마음에 품고 있던 상처를 힘겹게 꺼내놓은 피해자들과, 용기를 내어 가해자를 지목한 이들은 그렇게 다시 한 번 상처를 받고 있다.

할리우드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 폭로로부터 시작해 국내 문화계 전반의 권력적 성폭력 문제에 대해 낱낱이 고발하고 있는 #미투 캠페인에선 수많은 가해자들이 지목됐다. 연극계의 대부였던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부터 시작해, 연극연출가 윤호진, 영화감독 조근현, 배우 조민기, 조재현, 최일화, 이명행, 한명구 등, 굵직한 이름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중들은 분노했고, 이에 몇몇 지목된 인물들은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사건은 끝이 났는가하면 ‘그렇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

#미투 폭로글이 등장할 때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항상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의 이름과 함께 폭로글을 작성하거나, 가해자들에 대해 진술했던 피해자나 폭로자들의 이름이 함께 거론됐다. 조재현을 지목했던 최율과 조민기에 대해 폭로했던 송하늘이 그러했고, 최근에는 27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오달수를 지목하며,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엄지영이 그러했다. 앞서 이윤택의 성추행 혐의를 고발한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 역시 폭로 당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렸다.

JTBC '뉴스룸' 방송화면캡처
JTBC '뉴스룸' 방송화면캡처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지만 기이한 현상이기도 했다. #미투 폭로에서 가해자보다 피해자나 폭로자에게 더 많은 관심이 쏟아진 것. 또한 일각에서는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게시글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피해자와 관련된 유언비어들이 퍼져나가기도. 이러한 상황은 용기를 내어 자신의 상처를 끄집어 낸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 번 상처가 됐다. 이는 명백한 ‘2차 가해’였다. 이에 대해 앞서 조재현을 지목했던 배우 최율은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최율은 지난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앞서 조재현을 지목했던 글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이제 그 세계에서 멀리 떨어졌다고 생각해 제가 올린 글이 이렇게 관심을 받을지 예상 못했다"라며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웠다”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최율은 “찾아와 죽인다고 하는데 안 무서울 사람이 어디있겠냐. 그래서 글을 삭제한 것이다"라며 "저에게 보내신 메시지나 댓글 다 읽어봤다. 왜 제게 그런 욕을 하시는지 제가 뭘 잘못했는지 다 이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제 그만하시라고 긴 글 올린다”고 자신의 심경을 호소했다.

물론, 몇몇 #미투 폭로글 중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게시글도 존재했고, 피해자들의 주장 역시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사건 중심이 아닌 피해자들의 개인 신상과 그들을 무작정 비난하고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이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미투 운동이 문화계 전반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지금, 이를 더욱 성숙한 운동으로 만드는 것은 사회 자체가 2차 가해 등의 행태를 멈추고 성숙한 자세를 취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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