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더 바디’를 한국식으로 변주했다.
영화 ‘사라진 밤’은 국과수 사체보관실에서 사라진 시체를 두고 벌이는 단 하룻밤의 강렬한 추적 스릴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갑작스런 정전이 발생하고, 어두워진 사이 재벌가 여인 ‘윤설희’(김희애)의 시신이 없어지면서 영화의 시작을 알려 초반부터 극강의 몰입도를 이끌어낸다. 특히 단 하룻밤 동안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이기에 향후 펼쳐질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초래한다.
‘사라진 밤’은 마니아층을 형성시킨 바 있는 스페인 영화 ‘더 바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의 틀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이창희 감독은 새로운 변화를 주고자 공을 들였다. 이야기들을 해체한 후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각색하는 과정을 선행한 것.
완전범죄를 계획한 남편 ‘박진한’(김강우)과 사체보관실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 아내 ‘윤설희’, 그리고 사건에 집착하는 형사 ‘우중식’(김상경)까지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세 캐릭터를 통해 추리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원작과 달리 캐릭터의 목적을 바꿈으로써 원작의 단순한 복사, 붙여넣기가 아닌 또 다른 매력의 스릴러로 재탄생됐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것처럼 연출을 맡은 이창희 감독은 촬영분에서 편집된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계산,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촘촘하게 밀도 있는 스릴러를 완성해냈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 극복에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김상경, 김강우, 김희애 등 ‘믿고 보는’ 명품 배우들이 뭉친 만큼 이들은 캐릭터에 살아 숨 쉬는듯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김상경이 분한 형사 캐릭터는 원작의 진중함은 벗고 가벼움을 입되 추리력은 예리한 매력적인 캐릭터로 바뀌었다. 김상경은 헐렁함과 날렵함이라는 극과 극의 면모를 오가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김강우는 인생캐릭터 탄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릴러에 부합하는 절정의 연기를 선보였다. 악역으로 비춰질 수 있는 캐릭터임에도 불구 연민이 가는 건 김강우의 섬세한 분석과 표현 덕분이다. 김희애는 비중 자체는 얼마 되지 않음에도 등장할 때마다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핵심 배경으로 하는 만큼 이 장소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되,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로처럼 디자인하고 색감을 톤다운시킴으로써 묘한 공포감을 극대화됐다. 이는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일조했다.
‘윤설희’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범인은 누구인지, 이유는 무엇인지 등 여러 가지를 추리해가며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듯 푹 빠져드는 게 ‘사라진 밤’의 매력이다. 반전 자체보다 정서의 흐름에 신경을 썼다는 이창희 감독. 이에 원작보다 과하게 친절해짐으로써 약간 늘어져 쪼여오는 긴장감은 많이 무뎌져 아쉽기도 하다.
그럼에도 예측불가 전개가 이어져 한국식 추적 스릴러라는 장르로는 충분하다. 이창희 감독은 “영화가 끝나고 나면 퍼즐들이 한 번에 딱 완성되는 듯한 장르적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거다”고 자신했다. 개봉은 오늘(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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