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소공녀’는 전고운 감독의 거듭된 고민 속에서 태어났다.

영화 ‘소공녀’는 꽤 매력적인 영화다. 일급 45,000원의 가정부 일을 하며 청춘을 살아가는 ‘미소’(이솜 분)가 속절없이 올라버리는 집 값, 담배 값, 술값에 힘들어하면서도 그렇다고 힘들다고는 말하지 않는 영화. 그간 청춘들을 그려왔던 작품들이 그들의 애환을 힘들게만 그려냈다면 이 영화는 오히려 다른 지점, ‘행복이란 건 당신에게 달려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미소는 담배와 위스키 값이 오르자 당당하게 집을 포기해버리며 지금의 가장 큰 행복을 찾아 나서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미소라는 캐릭터가 뿜어내는 매력은 단어 그대로 ‘매력적’이다.

또한 미소는 그간 한국 영화들에서 볼 수 없었던 가장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이기도 하다. 어떠한 시각에서도 남성적 시각이 묻어나지 않으며 오롯이 ‘여성’, ‘미소’라는 인물로 기능한다. 한국 페미니즘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바라보게끔 만든다. 최근 서울특별시 종로구 명동길 명동 CGV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전고운 감독은 이러한 미소 캐릭터를 만드는 데 쏟았던 노력과 함께 영화 ‘소공녀’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 지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소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게) 진짜 어려웠다. 욕심이 많았던 건지. 담배 피우는 여자가 권력이나 성적으로 대상화되게 사용되었던 게 싫어서 센 느낌도 빼야 했고 그러면서도 둘도 없는 캐릭터, 매력 있는 캐릭터를 만들었어야 했었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다. 미소는 어떤 인물일까. 하지만 로망을 인간으로 만드는 게 되게 힘들다. 또 관객들의 마음을 훔쳐 와야 됐다. 어떻게 보면 내 로망이 미소라는 생각도 든다.”

이어 전고운 감독은 한국 영화에서 가장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라는 평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저는 외국도 그렇지만 한국영화에서도 여자 캐릭터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랄 게 없는 것 같다. 꿈이 있다면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그 첫 출발이 미소였다. 미소라는 캐릭터는 첫 출발지로는 사랑스러운 것 같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표현을 하는 게 오히려 그게 또 이 영화의 강점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간 답습되어 왔던 여성에 대한 시선들에서 싫은 걸 다 빼보니 이렇게 유니크해졌다. 어떤 의미에서는 참 슬펐다.”

영화 '소공녀' 포스터
영화 '소공녀' 포스터

또한 전고운 감독은 영화 ‘소공녀’가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성장 영화가 되는 것 역시 거부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전 감독은 “꿈 얘기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며 “학교에서 꿈을 가르치는 것부터가 잘못된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그렇게 꿈을 꾸라고 교육을 해놓고 꿈을 꾸면 루저를 만드는 사회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게 영화는 성장 영화가 아닌 그저 ‘미소’라는 캐릭터에 집중해 끝까지 힘을 이어간다. 그렇게 ‘소공녀’는 청춘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청춘영화가 됐다.

이렇게 ‘소공녀’가 탄생하고, 광화문 시네마는 총 4편의 장편을 제작했다. ‘1999, 면회’, ‘족구왕’, ‘범죄의 여왕’ 등 뚜렷한 자신들만의 색채를 가지고 만들어온 광화문시네마. 하지만 거대 자본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흥행은 어려운 구조가 아닐 수밖에 없다. 과연 광화문 시네마는 이 힘든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묘책을 가지고 있을까. 이에 대해 돌아온 전고운 감독의 대답은 꽤나 현실적이었다. 바로 “없다고 생각한다”였으니 말이다. “돈이 있어야 유지가 되는데 돈을 벌지를 못하고 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갑자기 우리를 ‘국립’으로 지원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은 (해결방안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다.”

그렇지만 여전히 광화문시네마는 굴러간다. ‘소공녀’ 말미에는 다섯 번째 작품 ‘강시’의 쿠키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전고운 감독은 광화문 시네마의 현재 상황에 대해 “우문기 감독님의 표현에 의하면 시즌 1이 끝나고 시즌 2가 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어 전 감독은 “(광화문시네마)의 미래는 절망적이지도 않고 희망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 흘러갔던 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희는 할 만큼 한 것 같다. 5-6년 만에 4편을 찍었다면. 여기서 더 바라면 오히려 더 망가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다. 하하.”

한편, 전고운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자 광화문 시네마의 네 번째 작품 ‘소공녀’는 집만 없을 뿐, 일도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현대판 소공녀 '미소'(이솜 분)의 도시 하루살이를 담아낸 청춘판타지. 지난달 22일 개봉해 3주 연속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에 머무르며 아트버스터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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