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한국에서 영화를 만들 때가 가장 행복하죠"

지난 2004년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이후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이보그 그녀’, ‘무림여대생’, ‘미스 히스테리’ 등을 연출해 온 곽재용 감독이 다시 한 번 한국 극장가의 문을 두드렸다. 일본에서 연출한 ‘바람의 색’을 통해서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시간이탈자’ 이후로 한국에서의 연출작은 없는 상황. 곽재용 감독은 끊임없는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의 작품 활동에 대한 갈증으로 가득 차있었다.

최근 서울특별시 종로구 팔판길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곽재용 감독은 그간 중국과 일본에서 작품 활동을 해오며 힘이 들었던 점과, 한국에서의 작품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과 중국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곽재용 감독은 “'엽기적인 그녀'와 '클래식'이 중국과 일본에서 성적이 좋았고 그 후에 러브콜들이 많이 왔다”며 “일본에서도 한국 감독과 함께 하려는 분들이 많았다. 한국에서 만든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다음에 일본으로 가게 됐다”고 얘기했다.

이어 곽재용 감독은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처음에 할 때는 굉장히 설레고 한국 감독으로서 일본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굉장히 크게 느꼈다”고 말했지만 “힘든 건 역시나 있었다”라고 얘기했다. “따져보면 중국은 더 힘들다. '사이보그 그녀'를 일본에서 만들었지만 크게 성공한 것도 아니고 중국에서 성공했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성에 차지 않아서 성공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만큼 쉽지가 않다.”

곽재용 감독은 가장 큰 문제점이 언어 차이였다고 말했다. 곽재용 감독은 “일본 감독들이 한국에 와서 성공하기도 쉽지 않다”며 “가장 중요한 건 언어다”라고 얘기한 것. 이어 곽재용 감독은 “언어가 다른 사람이 영화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문화차이가 언어차이다. 감정은 디테일한 언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언어가 그렇게 중요한데 언어를 모르는 상황에서 100% 내 감정을 전달하는 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영화 '바람의 색' 포스터
영화 '바람의 색' 포스터

제작시스템의 차이에서 오는 힘든 점도 존재했다. “중국 같은 경우는 하루도 안 쉬고 찍는다. 한 영화는 39일 만에 찍었다. 철저하게 배우중심시스템이다. 모든 촬영을 배우 스케줄에 맞춰야 한다. 당시에 배우들이 겹치는 날이 35일 이렇게 줬는데 이 사이에 다 찍어야 했다. 그러니깐 철저하게 배우들 위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배우들 캐스팅이 되어야만 개봉을 하다보니깐 배우들이 파워가 쎄서 감독을 조종하려고 한다. 저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도 유명하고 하니 그래도 잘 따라주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어쩔 때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중국의 경우에는 특히나 큰 지리가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곽재용 감독은 “나라가 크다보니깐 스태프도 전부 다 데리고 자고 세끼 밥을 다 사줘야했다. 휴차도 돈이 들었다”며 “또 땅이 넓다보니 이동하다보면 3, 4일, 일주일 이상 걸리다보니 이동을 극도로 아끼게 된다. 그래서 세트를 다 한 군데에 몰아서 짓고 촬영을 한다”고 얘기했다. 일본의 경우는 촬영 허가가 문제가 됐다.

“일본의 경우 촬영 허가를 내기가 쉽지 않다. 중국의 경우도 청도에서 찍을 때는 여기저기가 군사지역이다보니 힘든 것도 있었지만 일본의 촬영 허가 시스템은 굉장히 경직되어있다. 일단 문화 자체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싫어하다보니 행인이 있으면 통제를 못한다. 절대 방해를 해서도 안 되니깐 행인이 지나가면 절대 막지 말라고 하더라. 또 일본은 일주일 한 번 정도 쉬고 찍는 경우인데 인건비가 비싸다보니 이번 영화는 43일 만에 끝냈다. 인건비, 숙박비, 식비가 너무 비싸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겪으며 중국과 일본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쳐온 곽재용 감독. 하지만 한국에서의 작품 활동은 여전한 갈증이었다. “솔직히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 때가 가장 행복하고 한국에서 만들 때 영화감독으로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멜로드라마가 근 10년 동안 만들어지지 않았고 아무래도 제작이 안 되는 거다. 순수 멜로가 제작이 힘들다보니 변형 시키기도 했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다시 멜로드라마들이 잘 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 ‘바람의 색’도 그렇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그렇고 앞으로의 나올 멜로드라마들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곽재용 감독이 2008년 ‘사이보그 그녀’ 이후 다시 일본에서 내놓는 영화 ‘바람의 색’은 일본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똑같은 운명을 간직한 ‘료’(후루카와 유우키)와 ‘아야’(후지이 타케미)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로맨스다. 지난 5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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