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민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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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유지영 감독에게 ‘수성못’은 현실의 거울이었다.

“열심히 해서 뭐해”라고 당돌한 질문을 던지는 뜨거운 데뷔작이 등장했다. 지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와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8회 광주여성영화제, 제18회 제주여성영화제에 초청되며 주목받은 유지영 감독의 영화 ‘수성못’이 그 주인공이다. 그 동안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희망적인 미래를 예견하고, 열심히 하면 성공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전하며 ‘힐링무비’를 지향해왔던 충무로의 많은 작품들. 하지만 유지영 감독은 힐링무비는 “밝을 수 없는 이야기다”라고 반박한다. 덕분일까. ‘수성못’은 근래의 영화 중 가장 치열하고 아픈 청춘의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크레딧이 올라갈 때 께름칙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최근 서울특별시 종로구 옥인길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유지영 감독은 이런 영화의 처절한 우울함에 대해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20대의 처절했던 역사. 영화 ‘수성못’은 그 역사의 거울이었다. “제 아이디어 수첩이 있다. KAFA 장편제작과정에 지원을 하면서 어떤 소재로 찍을까 하다가 수성못에 대한 메모를 봤다. 저도 자주 수성못을 산책했었는데 산책하면서 수성못의 오리들에 눈길이 갔다. 오리들이 수성못 물 위에서 열심히 움직이는데 그곳을 못 벗어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저 역시 대구를 벗어났지만 이미 학교에 입학한 순간 내려와야 되는 걸 알았던 사람이었다. 나 역시도 대구를 못 벗어나나라는 생각을 하다가 오리와 내가 다를 바가 없구나 생각했다. 자전적인 나의 이야기를 첫 장편으로 찍는 게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배경 역시 자연스럽게 유지영 감독이 태어나고 자랐던 대구가 됐다. 여기에는 공간에 대한 특수성을 생각하는 유지영 감독의 생각이 녹아있기도 했다. “영화를 스물네 살 정도부터 만들었고 이제 서른다섯 살인데 일 년에 매 한 편씩은 영화를 찍었었다. 하지만 제가 다녔던 홍익대학교도 그렇고 영화아카데미도 그렇고 영화를 찍을 때는 장소의 이미지가 중요한데 저는 서울에 있는 장소에 대해서 잘 모를 수밖에 없었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어디 놀이터 설정하더라도 서울에서 찍을 때는 그걸 어떻게든 찾아야 됐다. 결국 내가 그 장소가 가진 공기에 대한 느낌이 없는 상태에서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편 영화로 데뷔하게 되면 대구에서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상적이었던 공간들 장소들 그런 느낌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사진=민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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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에 영화 ‘수성못’은 유지영 감독에게는 자신의 거울이 됐다. 곧 극 중 배우 이세영이 연기한 ‘희정’의 이야기에는 유지영 감독의 인생이 녹아들었다. 이에 대해 유지영 감독은 “희정이라는 캐릭터는 제 분신이다”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어 유지영 감독은 “제가 20대 때 그렇게 살았다”며 “뭐가 됐든 열심히 했고 그런데 자꾸 실패하고 잘 안되고 했었다”고 얘기했다. 설명은 더욱 선명해졌다. “두발 자전거를 처음 탈 때처럼 아빠가 밀어주고 놓으면은 불안한 것처럼. 비틀비틀한다면 탁 넘어져 버리면 끝인데 안 넘어지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게 제 20대의 모습이었다. 넘어진 다음에 도로에 앉아서 도로 옆에 핀 들꽃도 한 번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쳐다보고 이런 여유를 가지면 되는데 어떻게든지 달리면서 옆에 있는 것도 못보고 살았던 것 같다.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영화의 이야기는 그렇게 청춘의 이야기가 꾸밈없이 담기며 우울의 깊이를 더해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 영화는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를 이어간다. 역설은 곧 대비를 더 드러내는 법. ‘수성못’의 우울함은 더 급격하게 스며들었다. 이런 블랙코미디적 형식을 취한 것에 대해 유지영 감독은 “애초에 장르를 생각하고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제가 만든 영화들이 대개 블랙코미디가 될 수밖에 없는 건 제 취향 자체가 그렇기 때문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유지영 감독은 “제 자신이 이죽거리는 걸 잘하는 편이다”라며 “삶에서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짓을 했을 때 유머가 생기는 것처럼 블랙코미디가 저의 일부가 됐고, 영화에서도 그게 묻어나온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설은 오히려 진실로 다 가깝게 다가간다. 영화 ‘수성못’ 또한 삶의 역설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열심히 노력하지만 실패하는 인생이 그것이다. 유지영 감독은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해 얘기하며 “각자의 위치가 오리로 치면 쉼 없이 발차기를 하면서 물 위는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시종일관 움직이지만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은 모르는 인물들이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방향을 모르고 계속 움직이는 것. 그 역시도 영화 ‘수성못’이 전달하는 삶의 역설 중 한 부분이었다. “열심히 하지만 실패하고 마는 얘기를 하고 싶었고 그러면서 그들이 (현실의) 거울처럼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하는 걸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짓으로 ‘열심히 하니깐 성공하더라’ 이런 건 싫었다. 영화를 보고 찝찝하더라도 현실적인 엔딩을 선택했다.”

거울을 통해 인지하는 것. 유지영 감독은 ‘수성못’에 오롯이 이러한 자신의 신념을 담아냈다. 영화를 보고 현실에 대한 반증을 이끌어내는 것이 문제의 종착지였다. “현실에서 이런 영화들이 나온다는 것의 반증을 생각해야 한다. 희망을 주려고 현실을 반영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위선이다. 후에 10년이나 100년이 지나고 이 세대의 독립영화를 봤을 때 그때는 알아줄 것이다. ‘저들이 살았던 세상이 굉장히 팍팍했구나’라고 말이다. 우리는 나아가기 위해서 결국엔 절망을 인지해야지만 된다. 페미니즘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차별 받는 것들을 알아야만 그 다음이 있다. 지금 시대에서 나오는 무기력한 영화들도 현실을 반영해야지만 그 다음으로 옮길 수 있다고 것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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