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목소녀' 포스터
영화 '오목소녀'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대책 없이 웃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행복일지도 모른다.

행복과 웃음의 인과관계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였다. 행복해서 웃음이 나는 것인지, 웃다보니 행복해지는 것인지, 이 두 상호인과관계가 꽤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이루어져왔고, 그 연구 끝에 1884년 한 이론이 발표되었으니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로부터였다. 그는 ‘감정이란 무엇인가’라는 논문을 통해 행동과 감정의 상관관계를 풀이했고 비슷한 시기 덴마크 심리학자 카를 랑게도 같은 학설을 제시했다. 그렇게 완성된 이론이 제임스-랑게 이론이었다. 그 후부터 정설로 받아들여지게 된 말이 ‘사람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다보니 행복해지는 것이다’였다.

고로 팍팍한 현실을 버티기 위해서는 웃음부터 나야하는 법이다. 하지만 어떻게 힘든 세상에서 웃을 수 있냐고 반문한다면, 여기 영화 ‘오목소녀’에 집중해야 한다. ‘오목소녀’는 꽤나 당돌한 영화다. 우선 그 기획의 시작이 웹드라마였고, 형식 또한 드라마와 동일하다. 드라마와 같이 오프닝이 존재하고, 장이 나뉜다. 그렇게 하나로 모아진 게 영화 ‘오목소녀’다. 칸국제영화제 역시 스크린에서 상영되지 않는 목적의 영화는 영화적 의의가 없다하였으니 그렇다면 ‘오목소녀’를 영화라고 볼 수 없을까. 하지만 ‘오목소녀’는 그렇게 본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을 영화다. 어쨌든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하면 행복하다고 되는 당돌한 소녀 ‘이바둑’(박세완 분) 또한 그런 인물이기 때문이다.

영화 '오목소녀' 스틸
영화 '오목소녀' 스틸

한때는 천재 바둑소녀로 불리며 승승장구 해오던 이바둑. 지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무서운 기세의 바둑을 두어오던 이 소녀에게 바둑을 그만 둘 시기가 왔으니 그것은 첫 패배의 순간이었다. 이후부터 이바둑은 지는 것이 두려워 바둑 선수 생활을 은퇴했다. 하지만 배운 것이라곤 바둑 밖에 없는 이 소녀가 있을 곳은 기원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량처럼 기원에서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취미 생활로 오목이나 즐기며 살아온 것이 청춘을 채웠다. 자기보다 한참이나 어린 장영남(이지원 분)과 오목을 두는 것이 세상 낙이 되어버린 이바둑. 그런 인생에 태클을 걸 듯이 등장한 인물이 바로 김안경(안우연 분)이었다. 마침 함께 사는 동거인(장햇살 분)이 월세를 날려먹어 돈이 필요한 시점, 이바둑은 김안경의 설득으로 오목대회에 출전하게 되는 것이 영화의 주 내용이다.

특별할 것이라고는 없다. 하지만 영화는 특별하다. 전작 ‘걷기왕’에서도 경보라는 특별할 것 없는 소재로 사회가 가진 문제점과 청춘들의 애환을 재기발랄하게 그려낸 백승화 감독. 그는 이번 ‘오목소녀’를 통해서도 통통 튀는 이야기를 넘치는 재치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그렇기에 ‘오목소녀’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어딘가 나사가 하나씩 빠진 듯한 인물들과 우스꽝스럽게 전개되는 상황들. 아무리 너른 마음으로 봐준다고 해도 영화 속 모든 상황들은 비정상적이다. 비정상적인 인물들이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행동하니 당연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망가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우스꽝스러운 세계를 현실적으로 매끄럽게 풀이해낸 것이 꽤나 인상적이다.

영화 '오목소녀' 스틸
영화 '오목소녀' 스틸

적재적소에 위치하고 있는 패러디들도 이러한 웃음에 큰 몫을 한다. ‘기생수’, ‘슬램덩크’, 무협지를 넘나드는 방대한 패러디들을 57분의 영화 속에 꾹꾹 눌러 담았다. 장면 장면에서 패러디요소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기에 배우들의 호연까지 겹쳐진다. 이바둑을 연기하는 박세완은 신인의 매력 가득한 신선한 마스크에 능청스러운 연기로 인물의 털털함을 표현해낸다. 또한 김안경 역의 안우연이 펼치는 연기를 보고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배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어리숙하지만 훈훈하다. 여기에 아역 이지원의 당돌한 매력, 장햇살과 김정영의 철면피 코믹 연기까지 어우러지니 금상첨화다. 소소하게 다가와 확실한 재미를 안긴다.

그렇다고 ‘오목소녀’를 그저 생각 없이 웃고 즐기는 코미디영화라고 평할 수는 없다. 영화는 끊임없이 청춘들에게 조언한다. 아프니깐 청춘이 아니라 ‘청춘이기 때문에 웃어’라고 말한다.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오목소녀’이기에 이 메시지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장편이라고 하기에는 5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오목소녀’. 그렇지만 영화는 웬만한 긴 러닝타임의 작품들보다 더 뚜렷하고 확실하게 행복의 의미를 전달해준다. 오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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