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칸에서 첫 공개된 '버닝'에 대한 궁금증이 벗겨졌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영화 '버닝' 공식 기자회견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에서 열렸다.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가 참석했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 이 영화는 2018년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날 이창동 감독은 "일본 NHK 방송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할 수 없냐고 요청이 들어왔다. 내가 연출하는 것보다 젊은 감독에게 기회를 주고 제작할 생각이었다. 사정상 이루어지지 못했다. 사실은 오정미 시나리오 작가가 소설을 영화화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며 "처음에는 나도 쉽게 영화할 수 없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미스터리한 점이 영화적으로 우리 세상 젊은이의 이야기로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헛간을 태우다'를 영화화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반버닝'이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제목과 같은 윌리엄 포크너의 단편소설을 같이 가져왔다.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에서는 세상에 대한 분노로 남의 헛간을 태우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옮겨가는 것이 이 시대 젊은이의 이야기에 가깝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각의 이유로 종교, 국적, 계급 상관 없이 분노를 품고 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표현할 수 없는 분노를 갖고 있으면서 현실에는 무력 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뭔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분노하는데 분노의 원인을 분명히 모르는 게 문제다. 과거에는 분노 대상이 분명했던 거 같은데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세련되어지고, 좋아지고, 편리해지는 것 같은데 자신은 미래 없는 시대에 놓여있는 게 젊은이의 감정 같다. 젊은이에게는 이 세계 자체가 미스터리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이창동 감독은 "많은 코드들이 숨겨져 있지만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고 단순하게 영화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들도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끼고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극중 유아인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 역을 맡아 이 시대의 청춘을 대표하는 인물의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또 할리우드 스타 스티븐 연이 정체불명의 남자 벤 역을 맡아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함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예고한다
유아인은 이창동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감독님의 굉장한 팬으로서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촬영에 임했다"며 "이 세계 신이다 생각으로 임했다. 촬영하는 내내 말이다"며 "그동안 배우로서 묵은 때가 벗겨지는 기분을 느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또 "'종수'는 외적으로 폭발시키기보다 내적으로 계속 연쇄적인 폭발이 어느 시점부터 일어난다"며 "갈팡질팡하고 외적으론 크게 표현되지 않고 내면 분노가 느껴지는 모습이 더 현실적이라고 느껴졌다"며 "우리가 분노 표출하면서 살지 않지 않나. 청춘들은 더 그렇기에 내게 더 현실적이었다"고 자신이 분한 캐릭터에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 같다. 나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문화를 넘나드는 작업을 하는데 어디에서도 완벽하게 속하지 못하는 느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내가 할리우드에서 연기할 때에는 나의 외모 때문에 아시안이라는 정체성으로 캐릭터가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국 영화에서 특히 '버닝'에서는 나의 정체성이 아니라 한 인간의 인성 자체를 연기할 수 있었다. '버닝'을 통해 감독님과 훌륭한 동료 배우들 덕분에 자유롭고 과감하게 연기할 수 있었고 너무나 과분한 경험이었다"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이창동 감독의 선택이자 새로운 얼굴 전종서는 종수의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 역을 맡아 자유롭고 당돌한 매력을 발산한다. 전종서는 "영화 촬영하면서 너무 즐거웠다. 그게 영화 속에 잘 담긴 것 같아 행복하다"고 기쁜 마음을 내비쳤다.
아울러 "나는 '해미'처럼 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 누구 한 명에게는 속내를 이야기했을 것이다"며 "캐릭터가 가진 외로움, 살면서 느끼는 그런 것, 혼자만의 공간이 생길 수밖에 없는, 그렇게 돼버리고 마는, 그런 부분이 나와 많이 닮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2018년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버닝'은 현재 상영 중이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