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서사 존재하지만, 각자 원하는 대로 보는 듯..”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등의 연출작들을 통해 거장으로 불리는 이창동 감독. 그런 그가 8년 만에 신작 ‘버닝’을 내놓았다. 이번엔 전작들과 달리 청춘에 시선을 돌렸다. 펼쳐져 있는 메타포로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개봉 후 관객들 사이 의미를 두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이창동 감독은 자신 역시 ‘버닝’이 쉽게 받아들여질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류 역시 한국 영화계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버닝’이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건 영화적 관습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안 했다. 영화 속 질문을 질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할까. 이야기 자체도, 세 인물 각각의 서사가 있다. 그런데 각자 자신이 원하는 서사대로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이어 “‘버닝’은 그 어떤 서사도 완벽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자신만의 서사로 보면 뭔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거다. 퍼즐이 완전 맞춰지지 않으니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비판을 하는 것 같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게, 우리가 믿는 것이 다가 아닌 미스터리를 다루는 거다. 이런 방식이 낯설기도 하겠지만, 이런 눈으로 바라보는 영화도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다. 이창동 감독이 8년만의 신작으로 ‘버닝’을 택한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내 세대는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정치적인 거든, 계급의 문제든 여러 가지 모순이 있고, 모순은 해결할 수 있는 거라고 믿었다. 그런 믿음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그게 없어졌다. 문제가 뭔지 알 수 없게 된 거다. 그럼에도 불구 세상은 편리해지고, 깔끔해지고, 점점 더 세련돼간다.”
발전하는 세상 속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어지고, 분노는 생기지만 분노할 대상이 없는 것 자체가 미스터리라는 거다. 이창동 감독은 그런 미스터리를 ‘버닝’에 담고 싶었단다.
“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점점 왜소해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어지고 종종 한 때 분노가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초점이 맞춰졌지만, 변한 건 별로 없다. 일종의 미스터리다. 분노 대상이 없다는 것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그게 더 큰 분노일 수도 있다.”
이창동 감독은 ‘버닝’이 관객들에게 선사한 혼란에 대해 당부의 한마디와 함께 차기작을 선보이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귀띔했다.
“‘버닝’을 보고 혼란스러워 하면 오히려 괜찮은 것 같다. 너무 분명하게 생각하고, 안 맞는 부분이 나온다고 따지더라. 되게 눈에 보이는 것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데 수수께끼 퀴즈 내듯 한 건 아니지만 아직 발견되지 못하는 게 많을 거다. 8년 동안 쉬기만 한 건 아니고 굉장히 많은 프로젝트를 준비했었기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이 있다. 그걸 곧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다시 해야겠다는 의욕을 되살리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버닝’이 준 숙제부터 먼저 풀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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