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법정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야말로 법정드라마의 전성시대다. KBS2 월화드라마 ‘슈츠’부터 시작해 MBC ‘검법남녀’, tvN ‘무법변호사’, JTBC ‘미스 함무라비’까지, 법정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들이 일주일에만 무려 네 편이 방송 중이다. 이전에도 수많은 법정드라마들이 제작됐지만 이처럼 한꺼번에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 것은 꽤 이례적인 일이다. 어찌 보면 트렌드를 따라가기 급급한 드라마 시장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같지만 꼭 그렇게 평가할 수 없는 이유도 존재한다. 이들이 드라마의 배경을 법정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각기 다른 장르와 소재들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이 바로 그러하다.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 ‘마녀의 법정’, SBS ‘이판사판’ 등 이전부터 법정은 드라마의 배경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뿐만이 아니라 영화에서도 마찬가지. 원고와 피고, 변호사와 검사, 변호사와 변호사,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판결을 내리는 판사. 무죄와 유죄를 판가름내기 위해 다투는 이들의 치열한 싸움은 실제로도 그 어떤 영화와 드라마보다 더 다이내믹한 서사를 가지고 있다. 여전히 세기의 재판으로 회자되고 있는 미국의 O.J.심슨 사건과 1957년 개봉한 시드니 루멧 감독의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그 대표 격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법정드라마가 제작됐던 건 1980년, MBC ‘홍 변호사’를 통해. 이후 수많은 법정드라마들이 제작되며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억울함을 간직하고 있는 소시민들과 사회의 권력을 잡고 법을 뒤흔드는 악덕한 범죄자들. 드라마를 통해 소시민들은 억울함을 풀었고, 범죄자들은 법의 이름으로 처벌을 받았다. 현실에서 보기 힘든 진정한 권선징악이 이루어졌다. 뚜렷한 선과 악, 그리고 징벌. 법정드라마는 이처럼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현실적 판타지로 기능했다.
현실의 부조리함을 해결할 수 없기에 드라마를 통해 이를 대신 해결하는 대리만족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법정드라마는 현재 가장 크게 이슈가 되는 문제들을 비유적으로 극에 끌어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기에 더욱 효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 장점을 가진다. ‘마녀의 법정’과 ‘미스 함무라비’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두 작품 모두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직면하는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근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작품은 적절하게 이야기 속에 이러한 주제를 녹여내며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 번 사회의 문제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무법변호사’의 경우 정치와 법의 유착관계에 다루며 다른 의미로 사회의 문제를 꼬집었다. 극에 등장하는 봉상필(이준기 분)은 법과 상식을 무시하는 범법자들을 잡기 위해 정의와 법을 가뿐히 무시한다. 또 다른 방식의 대리만족이다. 실제로는 법의 테두리 안에 갇혀 사건을 바라봐야하는 현실에서 탈피한 판타지로 기능하는 것. 결국 법정드라마의 흥행은 드라마가 거울처럼 비추는 현실이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와 그 속에서 대중들이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로 작용했다.
사회 이슈가 명확하게 이야기되지 않고 서로의 이권 싸움으로 번져 나갈 때, 대중들이 바라는 것은 범법에 대한 명확한 징벌이며 선에 대한 보상이다. ‘미스 함무라비’가 큰 호평을 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궁창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과 맨땅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싸우고 있으면 시궁창에 빠진 사람 손잡아서 꺼내보려고 발버둥이라도 쳐볼래요. 어설프게 오버하면서”라고 외치던 박차오름(고아라 분)의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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