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사소한 위로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가장 큰 공감일 수도 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 청소년 통계’를 보면 한국의 청소년(9~24세) 사망원인 1위는 자살로 나타났다. 통계에 참여한 중고등학생 중 37.2%는 평상시에도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대답했고, 적잖은 청소년들이 극심한 우울감에서 고통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성적과 진학, 가정불화, 따돌림 등의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가장 큰 문제점은 그들을 위한 안전망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들이 힘들고 고통을 받을 때 주변의 모두가 침묵했고, 그럼으로써 동조했다. 사소한 관심의 결핍. 누군가에게 건네는 아주 작은 위로가 어떤 때는 모두의 무관심을 이겨낼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었던 것임을 깨닫지 못하며 사회의 상처는 깊어갔다.
영화 ‘여중생A’의 미래(김환희 분) 또한 온갖 무관심과 폭력들에 노출되어있다. 학교에서는 반 친구들의 괴롭힘에, 집에서는 술만 마시면 괴물이 되는 아빠에게 시달린다. 그러니 미래는 점점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주변에 없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미래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외로움이라는 종양은 점점 ‘죽고 싶다’라는 암 덩어리로 자라나게 됐다. 하지만 죽기 전, 아직 할 일들이 남아있다. 유서도 써야하고, 죽고 나서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추억을 쌓아야 한다. 미래는 게임 ‘원더링 랜드’에서 만난 랜선 친구 재희(김준면 분)와 함께 죽기 직전 최고의 기억들을 만들어간다.
‘여중생A’는 언뜻 보면 소녀의 성장기와 같은 외피를 띠고 있으면서 연신 우울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영화 중간 중간 삽입되는 판타지적 요소들이 이러한 분위기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여중생A’는 쉽게 밝아질 기미가 없다. 다만 소녀 미래가 겪는 현실에 대한 우울함만이 가중될 뿐이다. 그렇지만 미래가 재희를 만나며 현실 극복의 의지를 내비치고부터 ‘여중생A’에는 조그마한 광채가 스며든다. 미래는 그간 자신이 겪어왔던 일들을 스스로 극복해가야 하는 이유를 재희에게서 찾게 된다. 그렇게 재희의 위로는 미래의 주변으로 점점 퍼져나가며 영화 초반에 드리웠던 우울은 어느 순간 희망으로 바뀌어져간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대해 영화 자체가 관계의 긍정적인 면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수도 있다. 허나 ‘여중생A’는 이미 영화 초반에 차곡하게 쌓아뒀던 인물의 감정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쉽게 이야기 흐름에 수긍이 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배우 김환희의 탁월한 연기력이 큰 몫을 한다. 강렬한 빙의 연기로 ‘곡성’을 통해 제53회 대종상영화제 신인여자배우상을 수상했던 김환희는 이번 ‘여중생A’에서는 소심하고 고민 많은 여중생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살짝 건드리기만 하면 터질 것만 같이 감정의 절제력을 그려내는 김환희의 연기는 웬만한 성인 연기자들의 공력을 뛰어넘는 모습이다.
또한 아역 배우 출신 정다빈과 영화 ‘4등’으로 충무로의 주목을 받은 유재상의 연기 또한 눈길을 끈다. 특히 부반장 ‘노란’ 역을 맡은 정다은은 많은 배우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낸다. ‘여중생A’가 발굴한 꽤나 눈여겨볼 신예다. 담임 역으로 출연한 이종혁 또한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극 중 다소 답답함을 자아내게 하는 인물이지만 능청스러운 그의 연기 덕택에 소소한 웃음이 더해진다. 허나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2시간의 분량으로 줄여야 했기에 캐릭터들의 매력이 다소 감퇴한 듯한 느낌도 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인물들의 감정 변화가 매끄럽기는 하지만 좀 더 큰 감동을 위해서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풀어냈어야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네이버 웹툰이 처음으로 직접 영화화에 참여하며 원작의 의도와 설정을 제대로 표현해내겠다는 의지를 다진 ‘여중생A’. 과연 이러한 네이버 웹툰의 의지가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와 닿을 수 있을까. 원작 웹툰이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큰 공감을 이끌어냈던 만큼 영화 ‘여중생A’ 또한 이러한 원작의 매력을 사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늘(20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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