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펜션' 포스터
영화 '더 펜션'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깊이 있는 이야기에 취향 저격 장르는 덤이다.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공통된 삶을 살아오지 않았고, 환경, 처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은 모두 제각각의 감정들을 가진다. 과연 그 감정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얽히게 되면 어떻게 될까. 얽히고설키게 된 감정들은 결국 욕망으로 분출되고, 사람들은 각자의 욕망을 숨기고 서로를 경계하기 시작한다. 허나 총이 등장하면 방아쇠가 당겨져야 하듯 욕망의 뒤엉킴 속에서 그들은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거나 타협을 벌인다. 영화 ‘더 펜션’은 이러한 욕망들의 경합을 네 명의 감독의 눈으로 그려낸다. 숨기거나 드러내거나, 이야기는 시작된다.

옴니버스 영화의 장점은 다양한 장르와 연출의 작품들을 한 편의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주는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하나의 영화로 묶이게 하는 공통적인 사물, 배경, 혹은 인물들을 발견하면서 찾는 재미 또한 옴니버스 영화의 매력이다. ‘더 펜션’은 이러한 옴니버스의 장점을 십분 발휘한다. 다양한 장르와 연출, 더불어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모여 각기의 에피소드들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더 펜션’은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물론, 각 에피소드 마다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다소 아쉬운 구석이 있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숨겨진 보물처럼 반짝이는 에피소드도 존재한다.

영화 '더 펜션' 스틸
영화 '더 펜션' 스틸

영화의 첫 시작을 장식하는 ‘신경쇠약 직전의 아내’는 상처를 가진 인물들의 내면을 그려내는 것에 중심을 둔다. 절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지고 절망 속에 살고 있는 아내 미경(박효주 분)과 그녀의 남편 추호(조한철 분). 남편은 아내를 위해서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다. 아내는 사랑을 잃어버렸지만 남편은 그런 부인을 사랑으로 보살핀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스릴러 장르와 같이 긴장감을 자아내게 만든다. 박효주의 예민한 감정선과 위축된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그려내는 조한철의 연기력이 어우러지며 긴장감은 더욱 높아진다. 다만 이야기의 방향이 다소 뚜렷해 장르의 색채가 옅어지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두 번째 에피소드 ‘숲으로 간 여자’는 아내(이영진 분)와의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펜션을 찾은 남편(박혁권 분)과 펜션을 홀로 찾은 또 한 명의 남자(김태훈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앞선 에피소드가 긴장감을 자아냈다면 ‘숲으로 간 여자’는 감성적인 멜로 장르를 지향한다. 그렇기에 영화는 인물 내면의 감정에 더욱 깊게 들어가고 더욱 천천히 공간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분위기 속에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여기서 김태훈과 이영진은 그간의 작품들에서 쌓아온 연기공력을 제대로 쏟아내며 이야기의 깊이를 더한다. ‘꽃피는 봄이 오면’과 ‘순정만화’를 연출한 류장하 감독의 연출 또한 빛이 난다.

영화 '더 펜션' 스틸
영화 '더 펜션' 스틸

앞선 두 에피소드가 펜션에 찾아온 손님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산속에 혼자 사는 남자’는 이 펜션을 홀로 지키고 있는 펜션 주인 재덕(조재윤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느 날 갑자기 한밤 중 찾아온 미스터리한 여인 자영(신소율 분)과 얽히게 되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묘한 긴장감과 함께 설레임을 느끼게 만든다. 이야기의 구성 자체도 탄탄하며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을 잡아내는 섬세한 연출력이 눈길을 끈다. 특히 외로운 남자의 내면을 그려내는 조재윤의 연기는 영화의 개성을 풍성하게 살려놓는다. 영화의 모든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지점에 놓여있는 작품이기도 하기에 관객들의 마음을 더 강하게 사로잡는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미래에서 온 여자’는 다소 무거울 수 있었던 세 편의 에피소드와는 다르게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내며 색다른 매력을 풍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케이퍼 무비 장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또한 이이경, 황선희 등 앞선 세 편의 에피소드보다 낮아진 연령대의 배우들 특유의 신선함과 활력이 빛이 난다. 이처럼 영화 ‘더 펜션’은 총 네 편의 에피소드들이 각기 다른 장르적 재미로 묶여져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그렇게 네 명의 감독들이 이야기하는 감정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관계의 의미와 그 소중함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21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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