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값나게 살진 못해도 후지게 살진 말어!”
웃겨서 웃으려고 하면 눈물이 나오고, 찡해서 눈물이 나려고 하면 웃음이 터진다. 웃음과 슬픔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묘한 영화가 나왔다. 이야기꾼 이준익 감독의 신작 ‘변산’이다.
‘변산’은 꼬일 대로 꼬인 순간, 짝사랑 ‘선미’(김고은)의 꼼수로 흑역사 가득한 고향 변산에 강제 소환된 빡센 청춘 ‘학수’(박정민)의 인생 최대 위기를 그린 유쾌한 드라마. ‘동주’, ‘박열’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중 피날레를 장식할 작품이기도 하다.
‘동주’, ‘박열’이 역사 속 청춘의 삶을 통해 먹먹한 울림을 줬다면, ‘변산’은 현 시대 빡센 청춘에게 초점을 맞췄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힙합이라는 장르와 접목시켰다는 것이다. 흑역사를 마주하게 되는 표출의 도구로 힙합을 선택한 가운데 이는 그저 도구로 머무르지 않고 그 이상이다. 박정민이 ‘학수’의 입장에서 직접 작사한 곡들로 꽉 채워 캐릭터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게 도우며 조금씩 빠져들게 만든다.
Mnet ‘쇼미더머니’에 6번 도전을 거듭하며 래퍼로서의 화려한 삶을 꿈꾸는 ‘학수’는 우리 모두를 대변한다. 빠듯하게 살아가는 이 시대 평범한 청춘이 ‘변산’의 중심축이기 때문이다.
‘학수’를 통해 첫사랑, 고향, 오랜 친구들, 아버지 등 우리 모두의 추억과 맞닿아있는, 현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하나둘씩 등장해 쉽사리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에 관객들 역시 자신의 과거를 들춰보게 되면서 영화와 완전히 하나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보편적인 정서에 바탕을 둔만큼 힙합이라는 장르를 현란함에 의존하지 않았다. 또 진지함 안에서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는다는 것도 ‘변산’의 차별화되는, 칭찬받기 마땅한 지점이다.
‘선미’를 통해 지우고만 싶었던 흑역사를 정면 돌파해나가는 ‘학수’를 비롯해 영화 속 인물들이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지는 순간을 담아냈다. 이 과정에서 스토리 전개가 예측불가로 흘러가 감이 전혀 잡히지 않는데, 웃음과 슬픔의 감정을 넘나들며 유쾌함과 뭉클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배우들이 카메라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이준익 감독의 특성이 ‘변산’에서도 두드러진다. 박정민을 영리하게 다루는 이준익 감독이 다시 한 번 그에게 인생 캐릭터를 선물했고, 김고은의 색다른 면모를 끄집어내 반갑다. 고준, 신현빈, 김준한, 배제기 등의 활약도 ‘변산’만의 매력을 한층 더 살렸다. 장항선 역시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가 무색할 정도로 묵직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변산이라는 지역의 곳곳을 포착하진 않았지만, 노을을 토대로 도심과는 동떨어진 그곳만의 아름다운 풍광을 비춘다. 결과적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이준익 감독의 따뜻한 시선에 따라 ‘변산’을 통해서도 굉장한 힐링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쿠키영상격의 마지막 장면은 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연출을 맡은 이준익 감독은 “지금껏 눌려있던 것들을 모두 깨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세상을 이겨내는 청춘들의 진솔하고 유쾌한 모습에 공감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성세대의 강요가 있는 것도 아닌데 영화가 끝나면, 떳떳하게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자연스레 스며든다. ‘변산’이 높은 공감지수로 ‘동주’, ‘박열’의 청춘물 계보를 이어 다시 한 번 각광을 받을 수 있을까. 현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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