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역설의 코미디..억지로 웃기고 싶지 않았다” 찬란히 빛났던 미완의 청춘을 그린 ‘동주’, 불덩이 같이 뜨거웠던 청춘을 담은 ‘박열’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울림을 선사한 바 있는 이야기꾼 이준익 감독이 유쾌하고 즐거운 영화 ‘변산’으로 돌아왔다. 그는 13번째 작품 ‘변산’을 통해 부끄럽지만 빛나는 청춘에 초점, 그동안 억압돼있던 틀을 과감히 깼다.
무엇보다 힙합이라는 장르와 접목, 래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이준익 감독은 ‘변산’ 시나리오 속 두 줄짜리 시에 마음을 뺏겨 연출까지 맡게 됐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처음에는 연출 제안을 거절했다가 돌이켜보면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네’라는 두 줄짜리 시에 마음이 끌려 연출을 맡게 됐다. 그 시가 ‘변산’을 지탱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된 셈이다. 시나리오는 7~8년 전에 쓴 거다. 주인공이 단역배우였는데 ‘럭키’가 튀어나오면서 엎어졌다. 그러다가 ‘박열’ 찍고 다른 영화 하려다가 다시 달라고 한 다음 고민하다 래퍼로 바꾸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다.”
그렇다. 이준익 감독은 단역배우였던 주인공을 래퍼로 바꾸면서 힙합이라는 장르를 가져왔다. 변산이라는 지역과 쉽게 어우러지는 부분이 아니기에 힙합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대중적으로 급확산된 장르는 힙합보다 강력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Mnet ‘쇼미더머니’ 역시 안방극장을 침범하지 않았나. 변산 하면 변두리 중 변두리다. 촌스러움이 그대로 묻어 있는 상태인데 보통 영화라는 게 극과 극이 만나져야 흥미롭다. 가장 촌스러운 것과 가장 세련된 것을 붙인 거다.”
더욱이 ‘사도’부터 ‘동주’, ‘박열’까지 시대물을 연이어 선보인 이준익 감독이 오랜만에 현대물을 다루게 돼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에게 ‘변산’은 시대극에서 표출하지 못해 느낀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였단다.
“‘소원’은 현대물이긴 하지만 특정 사건을 다뤄서 진중해야 했고, 그 이후 시대물들은 모두 가슴 아프고 슬펐다. 감독이 영화 찍는 동안 그런 감정에 머물러야 있어야 찍을 수 있으니 반작용의 갈증이 심했다. ‘박열’에서 어떻게든 가벼움을 넣으려고 한 게 그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현대물에서 발산하고 싶었는데 고통을 벗어나 그냥 웃기는 영화의 경우는 성실함이 떨어질 것 같았다. 가장 아픈 순간에 빛나는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변산’은 역설의 코미디다”고 설명했다.
이준익 감독이 역설의 코미디라고 표현한 것처럼 ‘변산’은 웃음과 슬픔의 감정을 넘나든다. 웃기려고 하면 찡하고, 눈물이 나려고 하면 폭소가 터지기 때문이다.
“웃기고자 웃기는 게 아니다. 갖고 있는 걸 진실되게, 솔직하게 고백했는데 그게 웃긴 거다. 웃기자고 덤비는 것도 아니고, 개인기 부리는 것도 없는 이상한 코미디다. 웃기는 설정은 전혀 없다. 억지로 웃기려고 하면 비웃을 확률이 높다. 설정을 들키지 않을 때 진정한 웃음이 나온다. ‘라디오스타’가 대표적 웃픈 영화다. ‘왕의 남자’, ‘황산벌’도 그런 성격의 작품이다. 웃다가 울다가, 울다가 웃다가 하지 않나. 예전에 찍은 영화들의 톤앤매너들을 ‘변산’에 많이 적용했다.”
특히 ‘변산’은 ‘동주’, ‘박열’을 잇는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으로 분류된다. 그렇다고 이준익 감독은 ‘변산’을 통해 청춘에게 인생 지침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영화 자체도 웃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시대물에서 청춘을 다루는 건 제약이 많았다면, 현대물에서는 전형성 안에 집어넣는 것 자체가 오류다. 다양하게 다름을 존중 받는 게 청춘이기 때문이다. 획일화되면 아재, 꼰대다. ‘동주’, ‘박열’과 달리 개별적 존재의 차별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다. 다른 게 미덕이다. ‘변산’을 웃고 즐겼으면 좋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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