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캐릭터와 동화되려고 노력했다” 소위 연기 잘하는, 그래서 캐스팅 1순위의 익숙한 배우들이 점령한 충무로에 신선함을 수혈할 반가운 신예가 등장했다. 영화 ‘박화영’의 타이틀롤 김가희다. 김가희는 ‘박화영’ 캐릭터를 위해 20kg 이상을 증량하는 열의를 보였다. 또 이 영화가 리얼한 10대 생존기를 그린 만큼 욕설, 흡연, 폭력 등 자극적인 장면들을 소화해내야 한 가운데 김가희는 이것들은 물론 섬세한 내면까지 완벽하게 그려냈다.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3가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김가희를 만나보니 영화 속 ‘박화영’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긍정적이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김가희는 ‘박화영’ 그 자체로 동화되기 위해 애썼다면서 그런 만큼 헤어 나오기 쉽지 않았다고 솔직히 털어놔 그가 ‘박화영’ 캐릭터를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느껴졌다.
‘박화영’은 이환 감독의 단편 ‘집’을 장편화한 작품이다. 이에 ‘집’에 출연하며 이환 감독과 한 번 작업해본 김가희는 처음부터 캐스팅에서부터 배제돼있었지만, 놀러갔다가 오디션을 보고 결국 합류하게 됐다.
“단편은 3일 정도 찍어서 감독님과 친해질 수는 없었다. 장편화하는 걸 알고 어떤 느낌으로 나올지 궁금했다. 감독님께서 한 번 가볍게 놀러오라고 하셔서 갔는데 가볍게 오디션 기회를 주셨다. 분석이 안돼있다 보니 진짜 못봤다. 오랜만에 뵙는 거니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자존심이 상했다.”
이어 “2차 때는 제일 잘 봤다고 하셨다. 그만큼 오버 분석해서 갔다. 방법을 몰라서 그랬다기보다 1차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임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기다리던 전화를 받으면 더 오디션을 보자고 하셨고, 결국 5차까지 갔는데 감정소비가 계속되다 보니 힘들었다. 인연은 인연인지 합격했고, 펑펑 울었다”고 덧붙였다.
인내의 오디션 끝에 ‘박화영’ 캐릭터를 차지하게 됐지만, 신인이 타이틀롤로서 극을 이끌어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부담스러웠지만, 막상 그 역할이 주어지니 책임감이 절로 생겼단다.
“부담감이 엄청났다. 정말 좋은 영화사에서 나에게 도박을 걸었는데 어떡하지 싶었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네가 주인공이야’라고 하시니 책임감이 생겼다. 또 연기를 제대로 해볼 수 있는 기회에 들뜨기도 했다.”
김가희는 극중 또래들에게 엄마로 불리는 18살 여고생 ‘박화영’ 역을 맡았다. ‘박화영’은 엄마에게 버림받은 뒤 자신의 집에서 가출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인물이다. 특히 김가희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뒤 스스로 엄마가 되기를 자청한 캐릭터가 갖고 있는 극도의 허기를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20kg 이상 증량했다.
“오디션 때부터 통통한 이미지가 조건이었다. 그때도 통통했지만, 더 찌우기를 원하셔서 찌우기 시작했다. 언제 한 번 실컷 먹어보겠냐는 생각으로 마구 먹었다. 처음에는 위가 잘 안 늘어나서 마요네즈에 찍어먹는 걸로 시작해서 고열량 음식 위주로 먹었다. 살이 찌고 나니 사람들이 멸시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더라. ‘박화영’은 동정이 가면서도, 동정이 안 가게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면서 캐릭터에 완전히 다가갈 수 있었다.”
캐릭터를 위해 20kg를 증량하며 외형적인 변신을 꾀했지만, 배우이기 전 여자이기에 한없이 망가진 모습에 속상하기도 했을 터.
“한없이 속상해서 안 속상하려고 ‘안 속상해. 가희야, 넌 여자 아니고 배우야’를 수없이 되뇌었다. 내가 그런 걸로 힘들어하는 모습 보이면 다른 배우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역시 무너질 수 있으니 나 스스로를 속였다. 그 인물이 되지 않으면 절대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박화영’만 생각하면서 따로 두지 않고 동화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가 불친절했다. 감독님께서 현장은 연습하는 데가 아니고, 준비한 거 보여주는 곳이라고 시나리오 들고 오지 말라고 하셔서 시나리오를 정말 많이 읽었다. 웃음소리도 ‘낄낄’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멘붕이 왔다. 원래 머쓱하면 잘 웃는데 그런 부분이 ‘박화영’과 닮았다. 실제 습관에서 비롯된 장면들이 많았다. 사연 역시 구체적으로 없어서 혼자 상황을 상상하고, 감독님께 물어보면서 오답을 버려갔는데 캐릭터에 집중하는 게 제일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박화영’으로부터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운동 열심히 하고, 친구들 많이 만나고, 아르바이트 하고, 최대한 많이 웃는 등 그렇게 빠져나온 내가 대견스러웠다. 내게 관심 가져주신다는 게 어벙벙하기도, 무섭기도 하다. 우리 영화가 폭력적이긴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화제가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인들이 열심히 노력해 만들었으니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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