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팝인터뷰②]에 이어) 한상진은 후배 신인배우들을 위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연기에 대한 배우 한상진의 열정은 MBC ‘하얀거탑’으로 주목받기 이전부터, 또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KBS2 일일드라마 ‘인형의 집’까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치고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한상진은 언제나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뜨거웠다. 하지만 단역부터 조연, 그리고 주연의 자리로 올라올 때까지 한상진에게도 힘든 순간들은 존재했다. 특히 그는 ‘하얀거탑’에 캐스팅 되기 전에는 연기를 포기하고 이민을 고민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허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절실함은 그런 한상진을 계속해서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한상진은 과거의 자신과 같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후배 연기자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 역시 겪어왔던 힘든 시간들. 한상진을 그런 후배 연기자들을 위해 새로운 기회의 장을 기획했다. 바로 유튜브 방송 ‘원포’였다. ‘원포’는 무명 단역 배우들을 초청해 한상진 본인이 오랫동안 단역 생활을 거쳐 오며 얻은 ‘단역 연기 노하우’를 전수하는 프로그램. 4개월 전부터 시작한 이 방송은 최근 구독자 100명을 돌파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최근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을 만난 한상진은 이러한 ‘원포’의 기획 이유부터 그 과정에 대해 소상히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작은 지인들과의 술자리부터였다. 한상진은 “예능 제작진들과 술자리에서 저한테 어떻게 지금까지 오게 됐냐는 질문이 나왔었다”며 “그렇게 술자리를 마치고 나온 밖에서 4시간 동안 대화를 했었다. 그러다가 한 분이 그럼 이걸로 방송으로 만들어보자고 말씀하셨고, 그렇게 지인 네 명이서 시작해서 지금 다섯 명이 모여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 10만 원 씩 회비를 모았다”며 “나름 업계에서 잘 나가주는 분들이 다 모였다. 그 분들이 다 무보수로 일한다. 저희 나름대로 고퀄리티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중이다”라고 덧붙이기도.
모든 촬영이 다섯 명의 사비로 진행된다는 ‘원포’.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한상진은 ‘원포’를 하고 있는 것이 “지금 하고 있는 제일 행복한 일 중에 하나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12년간 이어온 무명생활에서 겪었던 설움과 자신과 똑같은 설움을 겪는 후배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행복의 배경이 됐다. 그는 “제가 단역을 12년 정도 했다. 95년에 처음 TV를 나왔고 2007년에 신인상을 받았다”며 “그 이전까지 사촌 이내만 알아주는 가내수공업 탤런트였는데 그 때 아무도 저한테 어떻게 단역 연기를 하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단역 연기를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를 꼭 알려주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서울예전 방송연기과를 다닐 때에도, 연극을 할 때도 모두 주인공이나 조연 연기를 준비하지 단역 연기는 안 가르쳐준다. 근데 방송을 시작하고 영화를 시작하니깐 제가 1초 나오더라. 이 연기를 가르쳐주는 곳은 없더라. ‘밥 먹는 연기를 어떻게 해야 돼’ 이런 거 말이다. 처음부터 다들 주인공 연기를 배운다. 하지만 반짝 스타는 없다. 회사에 입사해도 과장 대리 거치듯이 처음부터 대사 많은 역으로 데뷔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체계적으로 후배들과 나누고 싶었다. 밥을 사주고 술을 사주는 것보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무명 중고 신인 배우들은 자기 얘기를 어디서 할 데가 없다. 예능들 보면 어느 정도 핫한 사람들만 나온다. 무명 배우들도 편하게 나와서 말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렇게 남다른 다짐으로 시작한 ‘원포’. 한상진은 ‘원포’를 만들 때 “편집, 자막, 음악 최선을 다 한다”며 “출연료도 드린다. 큰돈은 아닌데 출연료 10만 원을 드린다”고 쏟는 노력에 대해 얘기했다. 또한 한상진은 “출연했던 분들 중에 포스터에 이름이 걸리는 작품에 들어가면 커피차를 선물하고 제가 제 밴으로 팔로우까지 다 해드릴 거다”며 ‘원포’와 후배 배우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훈훈함을 더했다. 그는 덧붙여 현재 약 100명의 구독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원포’의 구독자가 늘어나 만약 수익이 생기게 된다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저희는 다른 유튜브 방송처럼 자극적이거나 큰 웃음을 주는 경우가 적다. 유튜브 계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거다. 혹시라도 많이 늘어난다면 배우들의 출연료를 올려주고 싶다. 또 제작비를 현실화 시켜줄 거다. 지금의 10만원 회비 가지고는 안 되서 각자 돈을 많이 쓴다. 또 지금도 유튜브 채널이라고 해서 성의가 적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한 때는 너무 힘들어서 아파트 로비에서 할까. ‘인형의 집’ 세트장 빈 곳에 가서 할까 했는데 그러면 안 되겠다 싶었다. 신인일 때는 그 한 스케줄이 소중하다. 그 마음을 안다. ‘함부로 할까’는 말이 안 되는 거다.”
이어 한상진은 후배 신인배우들에게 조언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누가 더 절실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신인 때 누가 등용돼서 신인상을 받더라도 누가 더 일에 절실하게 생각하느냐가 캐스팅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한 것. 한상진은 본인 또한 “과거에 이 일을 포기하고 이민을 가려했을 때도 있었다”며 “하지만 그것도 절실함이 있었기에 그럴 수 있었다.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그때는 미워졌다. 내가 내 인생에서 20대를 보냈던 10년의 시간이 부정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 시기에 기회가 왔다”고 얘기했다. 절실함에서 오는 기회는 한상진에게“하늘에서 선물을 주신 게 아닌가 싶었다”고.
바로 그 작품이 ‘하얀거탑’이었고, 그로 인한 기회는 MBC ‘이산’으로 이어졌다. 이에 한상진은 “요즘 들어서 내가 '하얀거탑'을 안 했더라면 '이산'을 못 했더라면 이런 생각을 한다”며 “매일 매일이 인생의 오디션이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하기도. 결국 ‘원포’는 자신이 가졌던 절실함을 똑같이 겪고 있는 후배 신인배우들에게 자신이 받았던 ‘하늘의 선물’ 같은 기회를 선사해주기 위한 한상진의 배려가 녹아있었다. ‘원포’를 통해 “무명 배우들도 편하게 나와서 말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한상진. 이 때문일까. 그가 후배 배우들에게 주는 응원과 배려는 더욱 빛이 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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