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화유기',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포스터
사진=tvN '화유기',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또 한 명의 스태프가 목숨을 잃었다.

2일 한 매체는 지난 1일 SBS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포커스플로어 스태프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올해 서른 살의 스태프는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간 64시간의 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고, 경찰조사가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일상병 등으로 인한 온열질환 사망 혹은 과로로 인한 사망이 의심되는 상황에 있다. 이에 SBS 측은 헤럴드POP에 “해당 스태프는 당시 휴가 중이었다”며 “31일과 1일에 촬영이 없었는데 사망 시간이 그 때로 추정된다. 정확한 사인은 경찰 조사가 이루어져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측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평소에 특별한 지병도 없었던 30세의 건강한 노동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원인으로 드라마 현장의 악명 높은 장시간 노동 문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는 지난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 동안 야외에서 76시간에 달하는 노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스태프 A씨의 사망 이유에 노동 환경의 영향이 크게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용노동부가 인정하는 만성과로 노동시간은 주 60시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야외에서 76시간의 노동은 이러한 기준치를 훨씬 웃돌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연장근로를 포함해서 주 최대 68시간동안 일할 수 있었던 법이 52시간으로 바뀐 것이 지난달이다”라며 “심지어 방송업은 특례업종에서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시행시기가 1년 더 늦춰졌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버젓이 노동시간을 지기지 않고 있다”고 드라마 제작 환경에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방송사는 외주제작사의 노동 실태를 파악하고, 제작현장 근로자 보호를 위해 폭염 등 무리한 야외 노동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년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는 스태프들의 절규였다.

사진=SBS
사진=SBS

지난해 12월 23일, tvN ‘화유기’의 스태프가 세트장 천장에서 낙상하는 사고가 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다. 당시 사건이 일어나며 다시 한 번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변화는 없었다. 지난 2016년 10월에는 tvN ‘혼술남녀’의 신입조연출이 극심한 노동력 착취와 언어폭력에 의한 스트레스로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드라마 제작사들은 환경 변화에 힘쓰겠다고 얘기했다. 허나 큰 변화는 생기지 않았다. 정책들이 쏟아졌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는 일이 빈번했다.

사전제작드라마들이 등장하며 생방송과 같은 촬영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스태프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시간에 쫓기며 노동을 해야 했다. 특히 사전제작드라마의 경우에도 편성 시기를 맞추기 위해 밤샘 촬영이 지속되고, 일부 현장에서는 스태프들의 임금을 미지불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사전제작드라마 ‘사자’가 대표적인 예였다. 당시 스태프들은 “4월, 5월 두 달을 무임금으로 일하다시피 했다”며 “월세도 못 낼만큼 힘든 스태프들이 많았다”고 임금미지불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결국 ‘사자’의 제작은 중단됐고, 여전히 촬영재개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변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표준근로계약서가 등장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초과노동은 매번 지속되고 휴게 시간 또한 보장되지 않았다. 쪽대본과 생방송 같은 촬영들은 폭염 속에서도 이어졌다. 결국 그렇게 또 한 명의 스태프가 목숨을 잃어야 했다. 지금도 수백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들이 쏟아져 나오고, 한국 드라마의 영향력이 나날이 넓어져가는 시기에 스태프들의 제작 환경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는 목소리들이 높아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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