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라이프’는 그저 신념의 대립만이 아닌 사회를 향한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연출 홍종찬, 임현욱/ 극본 이수연) 5회에서는 투약사고 커밍아웃 이후 변화의 바람을 맞을 상국대학병원에서 각자 자신의 주도권을 놓치 않으려 하는 구승효(조승우 분)과 의료진의 대립이 그려졌다. 전작 tvN ‘비밀의 숲’을 통해 탄탄한 장르적 서사 구축에 두각을 드러냈던 이수연 작가. 이번 ‘라이프’에서도 이수연 작가는 장르적 서사 속에 녹여낸 캐릭터들의 강렬한 대립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 덕분일까. ‘라이프’ 또한 ‘비밀의 숲’과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이 단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비밀의 숲’과 확실한 차이점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비밀의 숲’은 명확한 선과 악이 대립되며, 그 속에서 누가 진실을 감추고 있는지를 파헤쳐가는 추리극이었다면 ‘라이프’는 명확한 선과 악이 그려지지 않는다. 또한 진실을 감추기보다 인물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패를 계속해서 내놓으며 마치 장기를 두듯이 팽팽한 대립을 세운다. 구승효가 장군을 두면, 예진우(이동욱 분)는 멍군을 둔다. 반대로 예진우가 장군을 두면, 구승효가 멍군을 둔다. 너무도 팽팽한 선으로 이어져있기에 이들의 사이에 놓인 줄은 튕기기만 해도 울리는 소리가 크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토록 팽팽하게 대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신념이다. 구승효는 무너져가는 병원의 재정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일대 개혁을 추진하고, 예진우는 오로지 더 많은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지금의 병원을 지키려 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닭과 달걀의 문제다. 병원이 있어야 예진우는 환자를 살릴 수 있고, 무너져가는 병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립각에 서있는 의사들이 필요하다. 어느 누구도 섣불리 수를 무를 수 없는 이유다. 차라리 선과 악의 대립은 어느 누구의 명확한 잘못이 뚜렷하지만 신념의 대립은 어느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다. 서로의 시선에서는 모두가 옳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라이프’는 그 어떤 정치적 딜레마보다 더욱 치밀하고 혼란스러운 것이다.
이러한 신념의 대립은 드라마 속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너무나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경우에서 대립하는 구도는 수많은 뉴스에서 보도되어왔다. 하지만 신념의 대립이라고 모두가 옳은 행동으로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서도 실수와 잘못이 존재한다. 5회 방송에서 주경문(유재명 분)이 구승효에게 던진 화두는 이러한 신념의 대립에서 얼마나 많은 실수와 잘못들이 존재하며, 그것들을 어떻게 견제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만들었다. 바로 김해 의료원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는 현실의 진주의료원 사건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끔 만들었다.
이어 주경문은 “저희 흉부외과는 늘 인력이 부족하다”며 “젊은 의사들이 돈 되고 편한 고으로 몰리니깐. 그런데 왜 한 해 나오는 흉부전문의가 20명이 안 되는 줄 아느냐. 병원이 흉부외과에 투자를 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우린 오늘도 수술장에 들어간다. 환자를 죽인 의사란 비난을 들어도”라고 말하며 현실에 던져진 열악한 의사들의 환경에 대해 토로했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신념을 들이대는 대립이지만 누군가에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자신의 삶 그 자체였다. 신념이라는 것이 이 삶의 현장에서 과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결국 ‘라이프’는 구승효와 의료진의 대립을 통해 현실 사회에서의 딜레마에 경종을 울릴 화두를 던진다. 아무리 옳은 신념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누군가의 삶과 죽음 앞에서도 옳고 그름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새어나온다. ‘라이프’의 이러한 질문에는 이제 시청자들이 대답할 차례다. 물론 섣불리 대답을 할 필요는 없다. 아직 ‘라이프’가 갈 길은 너무나 멀고 험하다. 앞으로의 전개에서 시청자들은 자신이 종국에 말할 수 있는 대답을 고민해야한다. 자신들이 지향하는 것이 신념이냐, 삶이냐, 아니면 삶에 대한 명확한 신념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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