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정리는 결심하는 바로 그 순간이 가장 어렵고 중요하다.”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의 추억을 가지고 산다. 가슴 진하게 울렸던 사랑, 오래전 함께 울고 웃었던 우정, 항상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부모님, 너무나 깊게 베어버려 아물지 못하는 상처 등. 추억은 아름답거나 슬프거나 쓰라리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추억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누군가는 추억만을 붙잡고 살거나 추억 때문에 눈앞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쳐버린다. 그렇게 추억 때문에 과거와 현재가 엉켜버리니, 그것만큼 또 아픈 기억이 될 만한 일이 없다.
추억을 잊을 수는 없다. 기억이 취사선택이 되는 영역이었다면 세상에 아파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추억만을 붙잡고 사는 것만큼 비련한 일도 없다. KBS2 수목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연출 전우성, 임세준/ 극본 황영아)는 과거의 기억을 정리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군상이 잘 녹아들어있는 작품이다. 아버지를 여윈 임다영(보나 분)은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이 깃든 집을 포기하기 싫어 빚을 떠안으며 살고, 한소미(서은아 분)은 과거 자신의 오빠에게서 받은 상처를 잊지 못해 고통스러워한다.
결국 다영과 소미의 삶은 잊지 못한 추억과 바쁜 현재가 뒤엉켜 어지럽다. 게다가 다영은 아버지와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며 여전히 아버지의 손결이 닿았던 서류더미들을 버리지 않고 집안 곳곳에 쌓아둬 제 한 몸 제대로 비집고 들어갈 틈도 만들어두지 못했다. 그러던 때, 하우스헬퍼 김지운(하석진 분)이 나타났다. 김지운은 이야기한다. “내가 갖고 있는 물건들 중에서 정말 필요한 게 뭔지 모른다는 건 내 삶에서 진짜 중요한 걸 잊어버리고 산다는 말과 같아요”라고.
추억을 안고 산다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모든 추억의 부산물까지 끌어안고 살 필요는 없다. 그렇게 되면 머릿속에서나 감정에서나 집에서나 케케묵은 쓰레기들만이 쌓일 뿐이다. 이에 김지운은 추억에 필요한 것들만을 간추려 마음을 정리하라고 얘기한다. 당장 나 하나 들어갈 공간이 없으면서도 추억에만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쓸데없는 일인지 자각하게 만든다. 그렇게 다영은 아버지와 만들었던 추억의 부산물을 정리해나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버지를 기억하는 마음이지 쌓여있는 서류더미가 아니다.
하지만 삶의 모든 것이 그렇게 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다영의 마음을 정리하게 만든 지운 또한 과거 사랑의 쓰라린 아픔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지운의 마음속에 남은 상처들은 계속해서 그를 아프게 했다. 새로운 사랑이 비집고 들어올 틈도 없게. 허나 지운은 다영의 마음을 확인하며 이제 아팠던 사랑의 추억을 정리해야 된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렇게 지운은 오랫동안 버리지 못했던 이소희(심이영 분)과의 추억이 담긴 시계를 버리고, 오랫동안 열지 못했던 자신의 아파트의 문을 열었다.
굳게 닫혀있던 지운의 마음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추억이 결심 하나만으로 정리되는 것이었다면 그 쉬운 일을 왜 이때까지 해내지 못했을까. 지운은 결국 어둑한 방 안에서 열병으로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지운은 얘기한다. 정리를 결심하는 순간이 가장 어렵고 중요하다고. 그 후 얼마나 힘들더라도 “결심의 순간, 새로운 시간이 시작된다는 것, 그것을 믿어야 한다”고. 케케묵은 상처를 정리하는 방법.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추억을 정리하겠다는 그 결심 하나에 가장 큰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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