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영화가 끝나면 섬뜩한 질문이 관객에게 다가온다.
늦은 새벽, 보험설계사 상훈(이성민 분)은 얼큰하게 술을 마시고 집으로 귀가해 잠에 들려하다 갑작스러운 비명 소리에 놀라 창밖을 바라본다. 누군가 망치를 들고 여자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치고 있다. 뜨악할 광경을 목격한 상훈은 부리나케 경찰에 신고를 하려다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그 순간 범인이 고개를 돌려 상훈과 눈이 마주친다. 그렇게 상훈은 범인을 목격한 목격자가 되고 태호(곽시양 분)는 목격자를 목격한 범인이 된다. 신고를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상훈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영화 ‘목격자’는 범인과 목격자가 서로 눈이 마주치게 된다라는 신선한 설정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서로 쫓고 쫓기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목격자’는 이러한 설정을 이용해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여기에 ‘목격자’는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배경을 아파트라는 공간으로 상정하며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제보율이 낮아지는 방관자 효과(제노시스 신드롬)와 혹여나 집값이 떨어질까 ‘경찰·언론 협조 금지 공문’을 만들어 회람하는 주민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담아낸다. 좋은 소재와 좋은 주제의식이 어우러진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눈길을 끈다. 드라마 ‘미생’의 오 차장 역을 통해 소시민의 전형을 제대로 그려냈던 이성민은 ‘목격자’에서도 소시민 상훈의 모습을 기가 막히게 풀어낸다. 또한 사건을 파헤치려는 형사 재엽(김상호 분)과 태호의 사이에서 긴장감을 유발하는 데에는 그저 눈동자가 1mm만 움직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눈빛만으로도 스릴을 만들어내니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상훈의 이야기에 수긍이 갈 수밖에. 또한 영화 속 단 세 마디의 대사 밖에 하지 않는 곽시양은 그저 화면 속에서 존재하는 아우라만으로도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하지만 좋은 소재와 주제의식, 배우들의 호연이 ‘목격자’가 가지는 한계를 더 넓은 범위로 확장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이야기는 분명 현실적이다. 현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집단 이기주의를 극 속에 녹여내고, 관객 스스로도 ‘과연 내가 사건을 목격했어도 신고를 할 수 있었겠느냐’는 서늘한 질문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영화의 설정은 현실의 관객과 이야기 속 상훈의 상황을 긴밀하게 설정해놓는다. 특히 이는 아파트라는 친숙한 공간이 영화의 배경으로 상정되는 것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허나 관객 스스로가 던지는 질문을 역으로 상훈에게 던졌을 때, ‘목격자’가 가지는 이야기의 한계가 두드러진다. 혹시나 신고를 하게 됐을 때 가족에게 돌아올 보복이 두려워 침묵하게 된다는 상훈의 상황은, ‘왜 신고를 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물론 영화는 여기에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라는 코드를 삽입시키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태호가 계속해 압박해오는 상황에서 상훈이 신고를 하지 않을 이유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문들이 커질수록 서사는 헐거워지기 시작한다.
‘목격자’는 서사의 헐거움을 견뎌내기 위해 장르적 관성을 차용한다. 하지만 장르적 색채가 두드러지면서 소재가 가지는 매력이 반감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과연 태호와 상훈이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는가라는 알 수 없는 불확실성과 집단 이기주의에서 오는 침묵의 공포가 영화의 분위기를 팽팽하게 유지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소재가 가지는 매력만으로 두 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을 풀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나 후반부, 영화의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마련한 장치는 장르적 관성으로도 매력을 가지기 힘들어 보인다. 그간 상훈과 태호의 심리적 대립으로 탄탄히 쌓아온 긴장감이 다소 맥이 빠지게 해소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 분명, 이러한 전개를 위해 착실하게 복선을 깔아두지만 이 역시 다소 눈에 띠는 복선이라는 점에서 영화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차라리 주제의식에 갇히지 않고 인물의 성질을 녹이는 전개로 펼쳐나갔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들게 만든다.
물론, ‘목격자’가 던지는 궁극적인 물음이 사회를 향해 던지는 의미는 크다. 과연 누군가 “살려주세요”라고 소리를 지를 때, 손쉽게 신고를 할 수 있다고 말 할 이가 몇이나 존재할까. 이러한 상황을 돌아보게 만드는 물음은 영화를 넘어 현실에서 서늘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남들의 얘기로 접하는 것이 아닌, 내 앞에서 진짜로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게끔 ‘목격자’를 연출했다는 조규장 감독. 과연 관객들은 ‘목격자’가 던지는 현실적인 물음에 어떤 답을 내릴 수 있을까. 오늘(15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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