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류사회' 포스터
영화 '상류사회' 포스터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욕망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자”

변혁 감독이 영화 ‘상류사회’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다. ‘상류사회’는 각자의 욕망으로 얼룩진 부부가 아름답고도 추악한 상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이 영화는 그동안 브라운관, 스크린에서 흔히 다뤄왔던 대한민국 상류층을 소재로 삼아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상류사회의 이중성을 담아냈다. 기존 비슷한 류의 작품들에서는 꼴등이 1등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그렸다면, ‘상류사회’에서는 2, 3등이 1등을 차지하려는 모습을 그려내면서 차별성을 둬 흥미를 자극한다.

뿐만 아니라 ‘장태준’(박해일), ‘오수연’(수애)이라는 전문직 부부를 중심으로 목표가 뚜렷한 여러 캐릭터들을 내세워 사회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장태준’은 경제학 교수이자 촉망받는 정치 신인이라면, ‘오수연’은 능력과 야망으로 가득 찬 미술관 부관장이다. 이들은 상류사회를 동경하고 진입하기 위한 욕망을 향해 달려간다. 이들의 주변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영화 '상류사회' 스틸
영화 '상류사회' 스틸

‘장태준’, ‘오수연’ 부부는 막연히 못올라갈 나무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갖출 만큼 다 갖춘 현 상황에서 더 올라가려는 욕망을 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벌들만 겁 없이 사는 거야”, “왜 재벌 해체하라고 욕하는 거니? 속으론 부러워하면서” 등의 촌철살인의 날선 대사들을 잘 녹여내 어떤 목표를 향해 열정을 쏟아붓고, 열심히 달린 우리 모두의 공감과 분노를 동시에 이끌어낸다.

이는 극중 부부로 만난 박해일, 수애의 찰진 호흡이 한 몫했다. 살아 있는 대사를 맛깔나게 표현해내며 한국의 ‘하우스 오브 카드’ 부부라고 불릴 만한 케미를 완성해 이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박해일의 허당기 넘치는 모습은 답답하게 이어지는 상황 속 숨 틔울 공간을 마련해준다.

또 윤제문, 라미란, 이진욱, 김강우 등 배우들의 캐릭터와 혼연일체된 연기가 영화의 색깔을 한층 더 분명하게 만든다. 여기에 김규선, 한주영 등 신인들의 돋보이는 존재감이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영화 '상류사회' 스틸
영화 '상류사회' 스틸

특히 ‘상류사회’는 상류층의 화려함 뒤 감춰진 민낯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블랙코미디의 면모가 도드라진다. 하지만 극한의 추악함까지 끄집어내면서 불쾌한 감정 역시 고스란히 느껴야 한다. 더욱이 적나라한 노출과 일본 유명 AV 배우의 등장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변혁 감독은 상류층의 추악함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하지만, 자극적인 장치임에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당당한 여성 주인공을 통해 열정이 빛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짚고 싶었지만, 결국에는 여성만 도구로 이용하고 희생시키는 모양새라 처음 좋았던 취지가 흐려진 듯해 아쉽다. 그럼에도 자주 접해온 카타르시스적인 마무리가 아닌 주제를 풀어낸 나름의 소신 있는 결말로 끝을 맺어 신선하다.

이처럼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상류사회 소재를 통해 인정하기 싫지만 진짜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했으나 과한 설정으로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오고, 불필요하게 심한 노출로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연출을 맡은 변혁 감독은 “부자들의 화려한 생활을 전시하는 것도, 착한 캐릭터가 재벌을 응징하는 영화도 아니다. 2등, 3등 하는 사람들이 1등의 세계로 들어가려 발버둥치는 이야기다”며 “그들의 추악함을 비난하지만 한편으론 그들의 세계를 동경하는 양면성을 다뤄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금껏 선보여온 같은 소재를 다른 결로 그려낸 상류층을 향한 욕망을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을까. 개봉은 오늘(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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