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천윤혜기자]"부부의 서로 다른 슬픔 방식에 매력 느꼈어요"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속앓이를 짐작조차 할 수 있을까. 대다수의 부모들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 영화 '살아남은 아이'는 그런 부모와 그 속에서 진짜 살아남은 한 아이의 감정을 세심하게 건드린다.
'살아남은 아이'는 아들이 죽고 대신 살아남은 아이와 만나 점점 가까워지며 상실감을 견디던 부부가 어느 날 아들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김여진은 하나밖에 없는 고등학생 아들의 죽음을 겪은 미숙 역을 맡아 극한의 슬픔을 표현해냈다.
최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김여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큰 슬픔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지 않나. 이건 어떤 고통으로도 칭할 수 없다고 본다. 실제 제 일이라는 생각은 차마 못 하겠다"며 미숙의 슬픔에 깊이 빠져들었다.
김여진은 처음 '살아남은 아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에는 거절할 생각이었다고.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제일 힘들었다. 제목 자체가 주는 무게가 너무 힘들었다. 분명히 깊고 무겁고 슬픈 뭔가가 담겨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살아남는 아이가 있으면 못 살아남은 아이가 있겠구나' 싶으면서 아이의 고군분투가 상상이 갔다. 보나마나 너무 힘든 영화일 거라는 생각에 거절하다러라도 읽고 거절하자고 시나리오를 읽었다. 그런데 막상 읽으니 빠져들어 몰입되더라. 급변하는 감정들이 괴로운 슬픔으로 다가오지 않고 납득이 가는 감정선이었다."
김여진은 말하는 이 영화만의 매력은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었다. "영화는 아이를 잃은 것에서 시작한다. 시작부터 울고 불고 하지 않는다. 아빠는 아빠대로 아이를 기념하고 저는 저대로의 방법이 따로 있다. 그런데 서로 '너는 왜 그런 식으로 슬퍼하냐'며 할퀸다. 두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슬픔임에도 서로 다른 슬픔 방식을 갖고 있었다. 이 부분에 매력을 느꼈다."
그러면서 "이렇게 두 부부라 해도 방식이 다른데 주변에서는 자꾸 '그만하면 됐지', '보상금 받았지 않았냐', '둘째 좋은 학교 갔다며'라고 하며 그걸로 끝난다고 생각한다. 성철과 미숙을 보통 유가족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과 기준대로 유가족 형상을 만들어놓는 것 같다. '저 사람의 슬픔은 이 정도 크기일 거다'라는 생각에 '왜 이렇게 멀쩡해'라거나 '그만 좀 하지'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미숙은 슬프지만 일상을 살 땐 슬쩍 슬쩍 웃기도 한다. 그게 보통 사람의 모습이고 미숙의 모습인 것 같다. 슬픔도 관음이 있더라. 남의 슬픔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살아남은 아이'는 이 관음을 충족시켜주지 않는다. 저는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아이를 잃은 부모라는 지점 때문이었을까. '살아남은 아이'는 개봉 전부터 세월호 사건을 모티브로 삼지 않았겠냐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하지만 김여진은 이에 대해 단호하게 부인했다. 그녀는 "자식을 잃은 부모 한 마디에 그런 선입견을 갖더라. 하지만 저희는 그걸 염두에 둔 게 아니었다. 하루에도 몇 차례 이런 사고는 일어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OO 유가족', 'OO 피해가족' 이런 식으로 한 마디의 단어로 가둬버리는 느낌이 있다. 그들의 슬픔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이번 영화도 '세월호 얘기잖아'하고 '더 이상 볼 필요 없다'는 식으로 반응이 나올까 아쉽다"고 토로했다.
"저희 영화는 미숙, 성철, 기현 세 사람이 갖게 되는 감정의 흐름을 그린다. 슬픔에서 시작되지만 이 슬픔이 어떻게 증폭되고 어떻게 얽혀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사건 중심으로 가지 않고 그 세 사람이 겪으면서 어떤 감정 변화를 갖는지 중심으로 간다. 이 부분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한편 영화 '살아남은 아이'는 절찬 상영 중.
([팝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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