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 진입을 앞둔 시기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다.
한일합작 영화 ‘나비잠’은 베스트셀러 작가 ‘료코’(나카야마 미호)가 우연히 만난 작가 지망생 ‘찬해’(김재욱)와 함께 마지막 소설을 완성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감성 멜로다.
일본 소설에 매료돼 무작정 일본으로 유학 온 ‘찬해’는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베스트셀러 작가 ‘료코’를 만나게 된다. ‘찬해’가 ‘료코’의 잃어버린 만년필을 찾아준 것을 계기로 반려견 ‘톤보’의 산책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국경, 나이를 초월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서서히 스며드는 감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더욱이 노트북이 아닌 만년필로 소설을 쓰는 걸 고집하는 ‘료코’의 모습을 통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더욱 짙게 한다.
일본 대표 멜로 ‘러브레터’를 통해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바 있는 나카야마 미호가 섬세한 감정 연기로 다시 한 번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또 퇴폐미 넘치는 거친 반항기와 따뜻한 면모를 동시에 갖고 있는 김재욱이 캐릭터에 녹아든, 절제된 감정 연기로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특히 김재욱은 ‘나비잠’이라는 한 단어 빼고 일본어로 연기를 해야 했음에도 불구 완벽하게 소화해내 감탄을 이끌어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영원히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고 싶은 ‘료코’와 어떠한 모습이라도 영원히 사랑하고 싶은 ‘찬해’의 애틋한 멜로는 뭉클함을 자아낸다. 여기에 정재은 감독의 이 영화의 시작점이었던 ‘사랑의 기억’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핵심 소재인 ‘사랑의 기억’을 남기는 매개체로 소설을 활용한 점이 서정적으로 작용한다. 정재은 감독은 소설 같은 환상과 현실적인 공감 사이 밸런스를 잘 맞췄다.
미술, 로케이션 역시 감성 극대화에 일조한다. 무엇보다 ‘료코’의 수많은 책들을 표지 색의 채도와 명도에 따라 정리한 서재는 아름다운 비주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빛, 공간을 적극 활용한 미장센은 ‘나비잠’만의 분위기를 강화시킨다.
영화의 제목 ‘나비잠’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나오는 한국어로 정재은 감독이 가장 시각적이면서 아름다우면서 한국어를 찾다가 발견해 선정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와 어울리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진부한 스토리 그리고 예측 가능한 전개로 흘러가는 정통 멜로다 보니 신선함은 찾아볼 수 없다. 임팩트 강한 한 방보다는 전체적으로 담담하게 흘러가는 만큼 지루한 순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두 남녀의 애틋한 멜로를 보고 있으면 각박함에 지친 마음이 씻기며 절로 힐링이 된다. 남녀 주인공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재미도 있다.
연출을 맡은 정재은 감독은 “기억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화두다. 끝나버린 연애의 기억을 나 혼자 갖고 있을 거란 생각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잊히지 않았을, 오해마저도 사랑이었던 그때의 기억 자체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소중하고 의미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나비잠’이 감성의 계절 가을에 관객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까. 개봉은 오늘(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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