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고승아 기자]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속 현수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현수아가 저절로 연상되는 외모지만, "자고 일어나자마자 바로 배역에서 벗어났다"며 털털한 미소를 지은 그는 인간 조우리였다. 수많은 작품에서 조연으로 출연했던 조우리는 우연히, 그리고 아주 특별하게 현수아 역을 만나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게 됐다.
최근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조우리는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을 떠나보내는 소감을 밝혔다.
"정말 꿈같았던 시간이다. '강남미인'이 드라마화된다고 했을 때 원작 웹툰 팬으로서 기대됐는데 여기에 끼게 될 줄 몰랐고, 특히 현수아 역은 생각도 못 했다. 워낙 큰 배역이기도 하고 그래서 믿고 캐스팅해주신 것에 대해 감독님한테 감사하다. 누를 끼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조우리는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현수아 역으로 분했다. 수아는 모태 자연미인으로 예쁜 것을 갈망한다. 예쁜 내가 모든 곳에서 주인공이 되어야 하고 속으로 질투도 하지만 겉으로는 착한 척 환하게 미소를 짓기도 한다. 그러나 외모에 대한 갈망은 모두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수아는 외모 지상주의에서 비롯된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셈이다.
'강남미인'의 현수아 역은 조우리에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캐스팅 과정이 매우 특별했던 것. 조우리는 "오디션을 처음 봤을 때 현수아 역이 아니라 화학과 친구들 중 한 명이었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발췌 대본 중 수아 대사가 있었다. 그런데 관계자분들이 제가 수아를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오디션 끝나고 돌아가는 도중에 연락을 받고 감독님을 다시 만났다. 왜 부르실까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오디션을 보고 한 달 넘게 결정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까 수아 역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실감이 나지 않더라. 전체 리딩이 다 끝나고 수아가 된 게 맞구나 싶었다. 감격스러웠다."
그러나 '자연미인'이라는 역할 설정은 다소 어렵고 부담스러웠다. "예뻐야 한다는 부담감은 제작발표회 때부터 느꼈다. 방송 이후 여러 반응이 많았지만 예쁘다는 기준은 상대적이니까 모든 분을 만족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죄송함도 있지만 열심히 더 하려고 했다."
이어 "원작 작가님도 만났다. 작가님의 최애캐(최고로 좋아하는 캐릭터)가 수아였다고 말해주시면서 남들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마음이 찡했다. 고민이 많아서 감독님께 여쭤보니 오디션 영상을 참고하고 너답게만 해주라고 하시더라. 특유의 밝은 분위기와 함께 수아의 이중적인 모습을 의도하지 않은 것으로 느끼게끔 표현했다"며 수아에 대한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조우리는 겉은 밝으면서도 내면은 한없이 어두운 현수아에 대해 "밝은 모습은 저와 닮은 것 같다. 근데 수아는 정말 사람들한테 사랑을 갈구하려고 했는데 그 부분이 아주 달랐다"면서 "수아의 아픔에 많이 몰입하려 했다. 극적인 부분이 많고, 그런 경험도 없어서 표현하기 어려웠는데 옆에 챙겨주는 이 없는 수아를 생각하니 너무 불쌍하더라. 계속 눈물을 줄줄 흘리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런 현수아도 강미래와의 처절함을 털어놓는 과정을 통해 마지막에 결국 변화를 택했다. 과감하게 커트를 하고 나타나면서 서서히 성장하는 현수아의 모습을 선보였다.
조우리는 "커트하고 나니 저도 뭔가 부담을 딱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옷도, 걷는 것도 편하고 마음이 홀가분했다. 저도 모르게 수아를 연기할 때 긴장감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정말 편하게 연기했다. 단발한 만큼 수아가 느낀 감정이 확실할 거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조우리에게 이처럼 '강남미인'과 현수아 역할은 특별했다. 그는 "일단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고 간절했던 시기에 이 작품이 제게 왔다. '기회' 같은 작품이었고 이걸 통해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고백했다.
특히 '강남미인'은 외모지상주의라는 뚜렷한 주제의식을 담고있다. 캠퍼스 라이프 속 로맨스, 우정 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고통 받은 미래와 나아가 염산 테러, 몰카 범죄 등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겪은 수아의 모습을 그려내며 깊이감을 더한 것.
이에 대해 "가볍지만은 않은 작품이라 더 좋았던 드라마라 생각한다. 그만큼 많은 분이 공감을 해주셨기 때문에 저희 드라마가 잘 된 것 같아서 기쁘다. 이제 이런 연기를 하면서 대본을 보니까 제가 놓치고 살던 부분, 외모지상주의와 같은 이런 걸 깊게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연기를 하면서 그런 걸 더 느끼고 고민을 해보게 됐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제 한 발 내디딘 조우리는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에 관해 묻자 "사랑받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런데 제가 잘할 수 있는 역할보다는 제가 못 할 것 같아도 그걸 해나감으로써 뿌듯함과 성장을 느껴보고 싶다. 하지 못할 것 같다는 걸 해냈을 때 성취감을 느끼면서 일하고 싶다. 제가 이전에 생각보다 다양한 역할을 했는데 처음에 할 때는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하다가도 하다 보니까 되더라. 이번에도 처음 악역이었는데 이렇게 지나갔다. 하하. 쉬운 게 없지만 그걸 다 이겨내 가고, 오래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남다른 욕심을 드러냈다.
큰 도전이었던 만큼 조우리는 현수아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첫 주연작, 악역을 그려내며 자신만의 연기를 만들어가는 조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이겨내 갈지' 기대감이 모아진다.
popnews@heraldcorp.com